1. 서언
과세전적부심사청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처분은 무효이다. 그런데 과세전적부심사에 대한 심리가 계속 중이던 상황에서 국세부과제척기간이 임박한 경우 과연 과세관청이 부과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설령 국세부과제척기간이 임박했다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이 과세전적부심사결정 전에 부과처분을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대법원 2020.4.9. 선고 2018두57490 판결).
2. 사실관계
원고는 1968.O.OO. 제선, 제강 및 압연재의 생산과 판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다. OO지방국세청장은 원고에 대한 2005 내지 2009 각 사업연도 귀속분 법인세 등에 대한 정기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2010.11.OO. 원고에 대해 위 각 사업연도 귀속분 법인세 과세 예고통지를 했다.
이에 원고는 2010.12.OO. 국세청장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이하 ‘이 사건 과세전적부심사’라 한다)를 청구했다. 피고는 이 사건 과세전적부심사에 대한 심리가 계속중이던 2011.3.OO. 위 각 법인세 중 2005 사업연도 귀속분의 부과제척기간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해 2005 사업연도 귀속분 법인세 OOO원(가산세 포함)을 부과·고지했다(위 과세처분을 이하 ‘2005년 법인세 부과처분’이라 한다)
이후 국세청장은 2012.2.6. 이 사건 과세전적부심사에 대해 일부 항목을 채택하고 나머지 항목은 불채택하는 결정을 했다. 피고는 위 결정의 취지에 따라 이미 부과된 2005년 법인세 중 OOO원을 직권으로 취소해 원고에게 환급하는 한편, 2012.3.2. 원고에 대해 2006 사업연도 귀속분 법인세(가산세 포함) 부과처분(이하 ‘2006년 법인세 부과처분’이라 하고, 위 2005년 법인세 부과처분과 통틀어 ‘이 사건 각 부과처분’이라 한다) 등을 했다.
3.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1)과세전적부심사청구 심리 중 국세부과 제척기간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부과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및 (2)과세전적부심사청구에 대한 결정을 하기 전이라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인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2항 제3호의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의 판단기준이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 통지를 하는 날’인지 아니면 ‘과세처분일’인지 여부이다.
4. 대법원 판결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14 제4항 단서에서 과세전적부심사의 청구에 대한 결정을 하기 전이라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한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2항 제3호에서 말하는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인지의 판단 기준일은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 통지를 하는 날’일 뿐 과세관청(피고)의 주장과 같이 ‘과세처분일’이라고 볼 수 없다.
원고가 피고로부터 2005 사업연도 법인세에 관한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 통지를 받은 2010.11.30.부터 위 과세처분의 부과제척기간 만료일인 2011.3.31.까지의 기간이 3월을 초과함은 역수상 분명하므로, 피고의 주장과 같이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2항 제3호에서 정한 예외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과세전적부심사에 대한 결정이 있기 전이라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 사건 과세전적부심사의 청구에 대한 결정을 하기도 전에 원고에 대해 2005년 법인세 OOO원(가산세 포함)의 부과처분을 한 것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무효이다.
5. 판결의 의의
만약 이 사건에서 ①‘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의 판단기준을 ‘과세처분일’이라고 한다면, 과세전적부심사청구의 심리 중 국세부과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이어서 과세처분을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다만, ②‘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의 판단기준을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 통지를 하는 날’이라고 한다면(과세처분과는 무관하게)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 통지가 이루어진 시점이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이 아닌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의 과세처분은 위법하게 된다.
이 사건에서 1심 법원은 위 견해 대립 중 ①을 선택하여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의 판단기준을 ‘과세처분일’이라고 하여, 과세전적부심사청구의 심리 중 국세부과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이어서 과세처분을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국세기본법 제81조의15 제2항 제3호는 그 예외사유로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 통지를 하는 날부터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라고 규정하여, ‘부과제척기간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이라는 기간산정의 기산일을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 통지를 하는 날’로 정하고 있을 뿐, 과세관청의 주장과 같이 ‘과세처분일’로 정하지 않고 있다. 만약 그 경우라면, ‘과세처분일로부터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라고 규정했을 것이다.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법령이 정한 예외사유라는 것은 적어도 과세관청에 그 책임을 묻기 어려운 객관적이고 긴급한 사정에 해당해야 하는데, 과세전적부심사 절차가 시작되었으나 그 과세전적부심사 도중에 과세처분일을 기준으로 부과제척기간 만료일이 3개월 미만으로 임박하게 된 경우는, 과세관청의 사정으로 심사가 지체된 것에 불과하여 이를 이유로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
6. 판결의 시사점
실무상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 통지를 하는 날부터 국세부과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과세전적부심사절차를 생략하고 과세처분에 이르게 되고, 위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과세전적부심사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세무조사 결과 통지 및 과세예고 통지 당시에는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여 과세전적부심사절차를 진행했는데, 과세전적부심사절차가 지연되어 국세부과 제척기간이 임박하게 되는 경우 과연 과세전적부심사결정 전이라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시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다.
본 판결로 인하여, 국세부과 제척기간이 임박했다 하더라도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과세전적부심사제도를 배제한 채 과세할 수 없음이 명백해지게 되었고, 또한 과세전적부심사제도에 대한 대법원의 엄격한 입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