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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리쇼어링’에 '수도권 규제완화' 숟가락 얹나?
[데스크 칼럼] ‘리쇼어링’에 '수도권 규제완화' 숟가락 얹나?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6.08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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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계, "떡 본 김에 제사"?…정부도 리쇼어링 기업 수도권 우선 배정
- 국토균형개발 실종…세금 더 걷는 것 말고 무슨 부동산정책 있었나?
- 인구 50% 밀집한 수도권도 모자라 또?…코로나19의 교훈 잊었나?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마침 닥친 어떤 기회를 이용하여 하고 싶은 일을 행한다는 뜻의 속담.”

여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 38년 동안 지속돼 온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재계는 코로나19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급부상하는 ‘국내복귀기업 지원정책(리쇼어링, reshoring)’에 슬그머니 '수도권 규제 완화' 논리를 가져다 붙이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려면 이 참에 가급적 수도권으로 불러들이라는 논리로,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수도권에 땅을 많이 보유한 대기업들이 땅값을 올리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법하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지방이전 기업 지원정책은 과거부터 이어온 수도권 개발규제의 논리를 국토균형개발이라는 한층 보편적인 비전으로 승화시켜 국민적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러나 수도권 특정 지역으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지 못했고 수도권내의 지역 간 격차마저 심화시켰다. 그래서 입법 취지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목적과 달리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수도권 내 일부지역의 경우 군사시설 및 상수원보호 등을 위한 중복규제로 되레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거짓은 아니다.

문제는 재계가 ‘리쇼어링’ 여론에 수도권 규제완화를 슬그머니 갖다 붙인 속셈이다.

재계가 지분을 보유해 재계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 경제신문은 여야 수도권 의원들이 수도권 규제완화 입법에 참여했는데, “리쇼어링 기조와 맞물려” 국회 통과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실 보좌진은 8일 본지 통화에서 “언론이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취지와 리쇼어링을 연관지은 것은 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리쇼어링 기조와 맞물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당은 비수도권 복귀 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리쇼어링 법안을 공식 제출하기도 했다.

국회 미래통합당 강기윤 의원은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경우 정부의 유턴기업 지원대상에 더 수월하게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유턴기업 기준완화 법안’을 최근 입법 발의했다.

기업인 출신의 강 의원은 고용‧투자 등 지역경제 파급력이 큰 점을 고려,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보다 열악한 비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기업에 더 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법안을 제출했다.

기자는 좀 다른 관점에서 강의원 법안에 동의한다.

‘리쇼어링’은 사실 다국적 기업 대주주들의 배당소득과 투자세액 등에 대한 공제와 감면 등을 파격적으로 해준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법인세제 개혁을 계기로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 전임 대통령과 각을 세운 트럼프 집권 이후 시작된 것도 아니다. 외려 전임 오바마 정권 당시 추진돼 오던 정책을 트럼프가 세제개편 등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애플(APPLE)사 리쇼어링으로 2019년 상반기 미국에서 2만22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리쇼어링에 더해 설비투자에 대한 일시상각제도를 허용하는 외국인 직접투자 지원세제를 통해 모두 17만1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지구촌 이동성(mobility) 제약에 따라 지구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이 붕괴, 식량자급을 비롯한 모든 산업에서 ‘리쇼어링’이 시급한 화두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리쇼어링 여론은 코로나19가 직접 계기가 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간과 인간간의 거리, 곧 인구과밀도가 높을수록 더 잘 창궐한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칭찬을 받은 핵심도 국민들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같은 기본권을 희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 속 방역’ 정책에 적극 협력한 덕분이다.

수도권의 ‘괜찮은’ 일자리 대부분이 집에서 근무해도 큰 지장이 없는 사무직종들이다. 이런 사람들의 일자리는 리쇼어링 정책의 임무(mission)와는 별반 인연이 없다. 코로나19가 없었더라도 기업의 정책에 따라 로봇으로 대체되거나 구조조정 될 운명이었을 지도 모른다.

리쇼어링은 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제조시설을 옮긴 한국 기업들이 다시 한국에서 제조하도록 해서 ‘보호무역주의’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기 ‘이동성 제약(Mobility Restriction)’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다.

현실적으로 수도권에 논밭 부지를 더 확보할 수 없다. 문제가 불거진 자동차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공장을 서울 강남역 근처에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도권 과밀화는 가뜩이나 심각한 교통난과 상하수도, 범죄 등 도시광역화에 따른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살아있는 증거 생물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투기수요를 막는다며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늘렸지만, 비싼 집을 움켜쥐고 버티는 사람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것 말고는 성공한 게 없다. 8일 현재 서울 집값은 다시 도약을 향해 본격 움트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에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온 국토균형개발 비전도 무위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지난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유턴기업에 대해 수도권 공장총량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더 과밀하게 만들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활약 여건을 최대한 더 보강해주고, 집값을 더 올려 세금도 더 걷을 기세다.

리쇼어링 기업으로 뽑히면 설비투자 세제지원을 비롯한 법인세와 관세 등의 조세 감면을 비롯해 토지‧공장 매입·임차나 설비투자 비용 등을 포함한 고용‧지방투자 보조금 지원, 산업단지 입주 우선권 부여, 외국인 인력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건비 때문에 해외로 제조기반을 옮긴 기업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원하는 게 리쇼어링 지원제도의 핵심이다. 제조기반을 수도권에 유치하는 것은 가뜩이나 거품이 잔뜩 낀 수도권 땅값을 앙등시킬 것이고, 지금도 50%가 몰려 살고 있는 수도권에 인구의 70~80%가 아귀타툼 하며 몰려 사는 풍경을 초래할 것이다.

박병일 한국외대 교수는 최근 언론기고에서 “비수도권 입주 유턴 기업에게 국공유재산의 매각 및 임대료 감면의 특혜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기업은 리쇼어링 정책의 대상이 아님을 에둘러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재계를 대변하는 경제신문은 “한국은 (리쇼어링의) 무덤”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서슴지 않는다.

재계는 “노동 및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이 빠졌기 때문에 인센티브 몇 개 추가하는 ‘시늉만 하는’ 리쇼어링은 필패다. 리쇼어링은 고사하고 LG전자가 TV 공장을 인도네시아로 옮기지 않았느냐”며 비아냥 섞은 엄포를 놓고 있다.

이 시점에 수도권규제완화 입법에 나선 국회의원들 입장도 이해는 간다. 경기 광주·여주·양평·이천·포천·가평 등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뽑힌 국회의원들이 대기업을 포함해 건설업자들의 ‘개발 재촉’ 성화에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 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쇼어링에 수도권규제를 갖다붙이는 재계의 속셈에 이용당하지 않길 바랄뿐이다.

리쇼어링의 말 뿌리인 쇼어(shore)는 ‘육지’나 ‘국가’로 해석된다. 그런데 지주(landlord)나 재산소유주(property owner)라는 뜻도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돌아온 국가(Return of state)'가 책임성이 낮은 대자본에게 더 큰 이윤 창출의 기회를 주는 정책을 쓰면 안된다. 더욱이 공동체 후생의 개선과 멀어지는 배타적 이윤 창출 기회라면 더더욱 위험스러운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제시한 21대 국회 규제혁신 과제 / 이미지=연합뉴스
중소기업연구원이 제시한 21대 국회 규제혁신 과제 /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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