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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지역상품권으로 재난지원금 쓰는 게 가장 값진 ‘기부’
[데스크 칼럼] 지역상품권으로 재난지원금 쓰는 게 가장 값진 ‘기부’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5.19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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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수요 실현, ‘승수효과’로 거시경제 지탱…재난지원금 임무
- 대기업 유통업체 이용 허용, 신용카드로 지급한 것은 큰 실책

“나도 이 참에 기부를 해볼까 합니다.”

처음 국가재난지원금 기부 얘기가 나왔을 때 한 중앙부처 5급 공무원이 기자에게 한 얘기에 솔직히 좀 짜증이 났다. 국회의원에 재벌기업 총수들, 고위공무원들이 미디어를 불러 ‘기부 이벤트’를 벌이는 게 나머지 공직사회 전체를 눈치 보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기자는 재난지원금은 복지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정부가 헬리콥터로 돈을 살포, 가계의 소비수요를 발현시켜 기업의 생산함수를 최소한 수준에서라도 지탱하게 해주는 ‘거시경제정책’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한 고위직 공무원이 “돈에 ‘유통기한’을 부과한 것은 국가정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한 말에 크게 공감했던 기억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특정 화폐에 ‘유통기한’과 ‘사용처’를 정하는 것은 ‘국가경제정책의 새 지평’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이번 국가재난지원금 정책이 좀 더 다듬어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시간이 촉박했던 점을 무시하고 비판만 하려 드는 건 아니다.

국가가 유통기한이 있는 특정 화폐를 국민에 나눠줘 ‘소비진작→총수요증가→승수효과(multiplier effect)→생산증가→고용증가’이라는 전통적 케인즈 거시경제학에 정확하게 들어맞으려면, 디테일의 완성도를 좀 더 높였어야 한다. 디테일의 완성도는 기본소득 개념으로 주어진 국가재난지원금의 임무와 비전, 전략 등에 내포된 근본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국가재난지원금으로 살포된 돈이 ▲빠른 속도로 돌아야 한다는 점 ▲고일만한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점 ▲잘 돌지 않던 말초혈관 같은 곳에 집중 살포될 것 등이 근본 원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도는 데 에너지(비용)가 덜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근본 원리를 잣대로 평가해보면 이마트 계열의 노브랜드와 같은 대기업 계열 유통망에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토록 한 것은 적잖은 실책이다.

국가재난지원금으로 받은 돈은 움츠러든 심신에 삼겹살을 공급하며 수개월째 미뤄뒀던 머리카락 펌(perm)이나 깨지고 부러진 안경을 고치는 데 사용돼야 한다. 식당 주인이 돈을 벌어 미용실로, 미용실 주인이 돈을 벌어 안경점으로, 안경점주가 돈을 벌어 식당으로 가는 식이어야 한다.

또 플라스틱 실물 직불카드 발급, 신용카드 회사에 가맹점 수수료를 내야하는 신용카드 포인트 방식은 좀 더 심각한 실책으로 보여진다.

신용카드는 한국인들의 가계부채 증가에 일등공신이다. 지식인이라도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 이치를 깨닫기 쉽지 않다. 각종 포인트 혜택에 무이자할부구매의 유혹을 쉽게 떨치기 힘들다.

신용카드는 국가재난지원금의 임무와 비전을 실현하기에 약 15% 정도 부족하다. 식당·미용실·안경점이 카드회사에 지급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대기업 금고에 쌓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14조원이 가맹점에 결제돼 1% 수수료만 잡아도 1400억원이 소비에서 빠져 전체적인 승수효과를 크게 잠식한다. 성공적 거시경제정책의 커다란 구멍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시 기부 얘기다. 기부는 묘한 마력이 있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기부했을 때 주는 뿌듯함이 인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마력이다.

좋다. 논리적으로 ‘재난지원금 기부’가 부당한 프레임이라는 점을 잊자. 온 국민들도 그 ‘기부’라는 것 한 번 해보자. 무엇으로? 당연히 재난지원금을 쓰는 것으로.

어떻게? 우선 재난지원금이 대기업으로 흘러 대기업 대주주들에게 배당될 ‘고인 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식당주인의 미뤄둔 펌 비용으로, 미용실 주인의 부러진 안경 바꿀 돈으로, 움츠린 심신을 달랠 삼겹살 안주에 소주 한잔 할 돈으로 쓰여 돌고 돌도록 하는 데 한 푼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

내 지역 소상공인이 재난지원금으로 매출을 올려야 우리 집에 와서 돈을 쓰게 됨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돈은 가급적 서민경제계에서만 멤돌아야 한다. 돈이 도는 과정에서 누수가 생기거나 부자들의 돈 창고로 흘러 들어 고이게 해선 곤란하다.

결론이다. 연 매출 8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업소에 가맹점 수수료가 전혀 없는 지역상품권으로 재난지원금을 신청해 쓰는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 국민들의 가장 값진 ‘기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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