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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조약을 적용받을 수 있는 수익적 소유자의 의미
조세조약을 적용받을 수 있는 수익적 소유자의 의미
  • 류성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 승인 2020.02.2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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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현 변호사(전 국세청 사무관)
법무법인(유) 광장

글로벌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그룹인 VIA는 2010.9.8. 자본금 약 250만원으로 헝가리에 VIH를 설립하고 영화, 비디오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의 배급업을 영위했다. 네덜란드 법인인 VGN은 VIA의 자회사이며 VIH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원고는 VGN과 2006년경 VIA그룹이 제작한 영화 등을 국내에 배포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VGN에 사용료를 지급해 오다가, 2010.11.1. VGN과 VIH 간에 체결된 국내배포권 이전계약에 따라, 2011.5.31. VIH와 국내배포권 계약을 다시 체결하고 2013년 12월까지 VIH에 사용료를 지급하면서 한·헝가리 조세조약상 비과세·면제를 적용해 원천징수 없이 약정된 사용료 전액을 지급했다. 피고 세무서장은 헝가리 법인 VIH가 조세회피를 위한 도관회사에 불과하고 VGN이 사용료 소득의 수익적 소유자라는 이유로 한·네덜란드 조세조약에 따른 원천징수세율 15%를 적용해 원고에게 법인세 징수처분을 했다.

원고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내국법인이 전세계 소득에 대해 납세의무가 있는 것과 달리 외국법인의 경우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만 한국에서 납세의무가 있다.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법 제93조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외국법인에게 국내원천소득을 지급하는 자는 법인세법 제98조에 따른 금액을 원천징수해 납세지 관할세무서 등에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거주지국 간 과세권이 경합되거나 거주지국과 원천지국 간에 과세권 경합되는 경우 국제적 이중과세가 발생할 수 있으며 국가 간에 과세권을 배분하고 기업들이 국제거래를 이용해 조세를 회피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각 국가들은 조세조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대부분 조세조약은 이자, 배당, 사용료 등의 경우 소득이 발생한 국가에서 비과세하거나 해당 국가의 세율보다 더 낮은 제한세율을 적용해 원천징수하도록 규정한다.


그런데 조세조약의 이러한 점을 이용해 탈세를 하려는 사업자들이 많지만 실제로 탈세를 하기 위해 조세조약을 남용하고 있는 것인지를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국세청은 내국법인으로부터 소득을 수취한 외국법인이 실제로 해당 사업을 할만한 인적·물적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조세조약상의 비과세나 낮은 세율을 적용해 주지 않고 법인세법에 규정된 다소 높은 세율을 적용해 법인세를 부과한다. 이때 국세청은 외국법인에게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내국법인이 원천징수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내국법인에게 법인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국세청과 같은 조사권이 없는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에게 소득을 지급하면서 그 외국법인이 조세조약을 적용받을 수 있는 실질귀속자 내지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소득을 수취한 외국법인이 실질귀속자 내지 수익적 소유자인지에 대한 판단이 법원마다 다른 경우도 많다.


위 사례에서도 하급심 법원은 헝가리 법인 VIH가 설립 당시 자본금 250만원이었으며 임직원이 6명 정도에 불과했던 점, VGN이 100% 자회사인 VIH가 설립된 지 2개월도 되기 전에 영화 등 국내배포권을 이전한 점, 원고로부터 수취한 사용료 소득의 대부분을 배당소득의 형태로 VGN에게 송금한 점, VGN이 VIH의 사업에 상당 부분 관여해 온 점 등의 이유를 들어 VIH를 도관회사로 간주하고 네덜란드 법인인 VGN을 수익적 소유자로 보아 한·네덜란드 조세조약을 적용해 이루어진 과세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수익적 소유자는 당해 사용료 소득을 지급받은 자가 타인에게 이를 다시 이전할 법적 또는 계약상의 의무 등이 없는 사용·수익권을 갖는 경우를 뜻하며, 이러한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소득에 관련된 사업활동의 내용과 현황, 그 소득의 실제 사용과 운용 내역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데, 수익적 소유자라고 할지라도 재산의 귀속명의자는 재산을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그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조세를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그 명의에 따른 조세조약 적용을 부인하고, 그 재산에 관한 소득은 그 재산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과세해야 한다”고 하면서, VIH는 이 사건 사용료 소득을 VGN 등 타인에게 이전할 법적 또는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 바 없이 그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향유하는 수익적 소유자로 보이며, VIH의 사업활동, 인적·물적 설비 등으로 볼 때, VIH는 헝가리에서 뚜렷한 사업목적 하에 정상적으로 미디어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상당한 규모의 충분한 실체를 갖춘 법인으로서 사용료 소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VIH가 VGN에 배당 가능이익 중 상당 부분을 배당했다거나 조세조약에 따라 사용료 소득에 대해 원천지국에서 과세되지 않는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VIH가 배포권을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다거나 이 사건 사용료 소득의 명의와 실질 간에 괴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VIH는 대법원에서 한·헝가리 조세조약을 적용받을 수 있는 수익적 소유자로 인정받았으며 애초부터 원고는 원천징수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므로 원고에게 부과된 과세처분은 취소됐다.

위 대법원 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달리 수익적 소유자와 실질귀속자의 개념을 분리했다. 즉, 위 대법원 판결은 수익적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실질귀속자에 해당돼야만 조세조약을 적용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익적 소유자란 해당 소득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수익적 소유자로 인정된 경우 그 법인이 재산을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그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는지를 추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어느 외국법인이 수익적 소유자로 인정된 경우에는 그 법인이 오로지 조세조약을 남용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인지를 살펴 조세조약 적용 여부를 판단하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은 수익적 소유자의 개념을 정의함에 있어, OECD 모델 조세조약 주석의 내용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데, 동 주석은 “단순히 소득의 수취인이 해당 소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계약상 또는 법적 의무가 있으면 도관회사이고 그러한 계약이 없으면 수익적 소유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득의 수취인이 해당 소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의무가 위임 또는 위탁 등과 같이 종속적인 것에서 기인하는 경우 그 소득의 수취인은 도관회사로 봐야 하고, 이와 달리 그러한 의무가 종속적이지 않은 별개의 계약상 또는 법률상 원인에 따라 발생한 것이라면, 그 소득의 수취인은 수익적 소유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수익적 소유자는 당해 사용료 소득을 지급받은 자가 타인에게 이를 다시 이전할 법적 또는 계약상의 의무 등이 없는 사용·수익권을 갖는 경우를 뜻한다”고 설시한 대법원 판결은 단순히 소득을 이전할 계약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도관회사 여부를 판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득을 지급받은 자가 타인에게 종속되어 해당 소득을 그대로 이전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도관회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OECD모델 조세조약 주석의 취지에 보다 부합하는 해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대법원 2018.11.15. 선고 2017두33008 판결 변형]

 

 


류성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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