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永哲 편집국 부국장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현 상황 IMF때와는 사정이 다르고 위험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다소 위안이 되지만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상황이 연일 이어진다.
고공행진으로 매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환율, 코스피지수 끝없는 추락, 실물경제가 바닥을 치는 등 금융시장이 대혼란 속에서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어디가 바닥이냐”고 물으면 전문가들도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지옥과 천당은 죽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처럼 현재 시계제로인 금융시장의 처지가 이와 같다고 하겠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달러가뭄이다. 다급한 정부는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한은에 손 벌리지 말고 자구노력으로 외환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덧붙여 은행들에 외화증권이나 해외자산을 매각해서라도 달러를 확보해 유동성위기에서 벗어나야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은행 측의 입장은 다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시장개척에 걸음마 단계인데 해외자산 조기매각을 서두르라고 하는 정부의 강한 메시지는 금융산업 육성책에 어긋날 뿐 아니라 우물 안 개구리가 되라는 말과 같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직은 위기상황이 아니다”라는 정부의 입장도 위기에 접어들었다고 시인했다.
강만수 장관은 7일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3단계‘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책)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주의에서 위기로 넘어가는 1단계를 가동 중에 있다고 했다. 외환당국이 환률 폭락을 막기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시장의 위기감은 증폭되고 있다. 외화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수요자들은 가격불문하고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달러 가뭄현상을 빚으면서 가치가 연일 치솟고 있다.
정부의 한·중·일 공동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공조 방안(800억 달러 공동기금조성 및 금융감독기구 설립)도 성급한 제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안시점도 문제지만 3국 경제수장들의 사전 조율 없는 일방적 제안이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정부가 일본과 중국에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데다 달러 가수요를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오는 13일 열리는 한·중·일 재무차관회의에서 공동경기부양 방안이 공조를 끌어내지 못하게 되면 한국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미국발 금융쓰나미는 이제 유럽을 강타했고, 어느 나라가 희생양이 될지 누구도 마음놓을 수 없는 처지이다 보니 회담성공도 불투명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경을 초월하는 자본이동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3국간의 재정정책공조가 시급하고 절실한 것만은 사실이다. 모범 답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옛말에 ‘농부는 굶어죽어서도 씨앗을 베고 잔다’고 했다. 국민들은 사정이 다급해도 미래를 희생하며 ‘SOS식’공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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