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창 영(편집국장)
Ⅰ
지난해 8월부터 정확히 고난의 1년을 지내온 국세청은 지금 ‘지속가능한 국민신뢰를 바탕으로 초일류 납세서비스 기관 구현’를 테제(These)로 잡고 조직 역량의 집중과 변화를 간단(間斷)없이 밀고 있다.
세상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조직의 눈물과 땀이 이뤄놓은 결정체다. 얄미울 정도로 말끔하게 정리된 ‘지식정보화시대의 세정(섬기는 세정)’은 어쩌면 국세청의 위상이 한없이 추락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카드’였는지도 모른다.
예측이 불가능했고 국세청 수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절박한 순간, 당시 ‘위기의 국세청’은 어물거리며 물러서는 후퇴가 아닌 전진을 선택했다. 엎드려 빌면서, 잘못된 것을 집어 내 스스로 ‘굿’을 하고 고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절박함이 용기를 불러냈고, 진솔함으로 바꾸고 융합(融合)한 것의 결과물이 ‘섬기는 리더십’이다.
‘역사적 인식에서 출발해 시대적 요구를 담았다’는 국세청의 새 과제는 일단 주제로서의 합격점을 받았다. 세정의 방향을 세금에서 납세자로 돌렸고 구체적 실행에서 ‘신뢰’(信賴)를 선택해 처음 다소 낯설기는 했지만 방향설정은 정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세정의 구체적 실행 주제가 선진(先進), 정도(正道), 열린, 따뜻한 등 추상적 단단위 개념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명제 수용과 함께 단위 주제별 정확한 실천강령이 녹아있는 ‘국민신뢰와 고객 섬기는 세정’의 탄생은 이런 배경과 의미를 담고 있다.
진정한 국세행정 주인이 납세자가 되는데 40년 넘게 걸렸고, 아프고 처연한 기억 속에서 배타적으로 불리던 세정은 이제 국민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Ⅱ
새로운 국민적 주제 실천에 매진하는 국세청에 현실적으로 다가온 짐은 크고 무겁다. 역동적으로 조직이 선택한 지상과제를 수행해 내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A부터 Z까지 바꿔 나가야 한다.
그것도 경험하지 못했던 곳에 먼저 손을 내밀고 추진하는 일이다. 세금 징수기관의 행정과 조직을 끌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신뢰로 환영을 받겠다는 ‘발상’이 가능한지 지금 우리는 정밀하게 관전 중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굳이 답변을 설정한다면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차피, 언젠가는 국세청이 국민을 위해 할 일이었고 지금 이 시기에 시도되는 것이라면 기꺼이 수용해 성공적 결과를 내는 것이 일이고 임무인 것이다.
한상률 국세청장이 취임 이후 시종일관 정성으로 추진하는 이 일에 국민이 기대를 보내는 것은 이런 간결한 이유에서다. 지내 온 국세행정에 대한 실망을 딛고 새로운 노력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
국세청이 시대적 정서와 소명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소통혁신’의 의미도 결국 연장선상 종착점은 국민이다. 국세공무원교육원 형광등이 새벽까지 꺼지지 않고, 직원들이 토요 휴무를 반납하며 격렬하게 벌인 타운미팅 주제토론의 열기도 그동안 국세청 청사 안에서 맴돌던 세정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노력이었다.
역설적으로 국세청은 지난해 8월 이후 몰아닥친 사상 최대의 위기상황을 오히려 최고의 ‘기회’로 창출해 냈다. 실천에 성공하면 국민적 신뢰가, 실패하면 국민적 실망과 원성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Ⅲ
한 걸음이 새롭고 바쁜 것이 요즘 국세청이다. 조사국 커튼을 걷어 화사한 햇살이 들게 했고 굽고 돌아 간 업무는 곧게 펴서 그 흐름을 바꾸고 있다. 국민을 위해 세무서 직원들이 이른 새벽 마을 청소에 나서고, 처음 어색했던 손도 자주 내밀면서 이제 익숙해지고 있다.
국민 속으로 가는 세정은 점수로 매겨져 평가가 되고, 결과는 공유되고 수용된다. 말이 자연스럽지 지금 국세청 조직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극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직 설정된 목표와 패러다임을 실천하는 일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를 정한 국세청이 이를 실천해 내려는 의지와 노력이다. 국세청으로서는 되돌아가거나 물러 설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초일류 국세청’은 국세청 조직 전체가 창의와 집중력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세청 자신의 노력은 물론 주변의 도움도 소중하다. 특히 주변에서 보내 주는 성원과 격려는 오늘의 국세청 직원들이 새로운 세정사를 써 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근거없는 네거티브(negative)나 ‘설마 되겠어?’ 식의 방해는 정말 곤란하다.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세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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