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남아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정부 첫 국세청장에 김덕중 중부국세청장을 내정했다. 김 청장 내정에 대해 세정가는 일단 큰 환영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운 표정이 역력하다.
세정가는 김 청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박근혜 정부 첫 국세청장으로 임명되면 그 순간부터 ‘새 정부가 국세청에 부여한 부담과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을 것’이라는 진단을 미리 내놓고 있다.
이는 세정가의 엄살이 아니고 이미 일반적 수준에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전반적인 경기는 바닥권이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정부가 필요로 하는 재원은 크게 증가한 상태여서 이를 ‘차질 없이’ 조달해야 하는 국세청의 부담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대법관 임명을 두고 ‘임명장 받는 날 하루만 좋다’는 말이 있지만 김덕중 청장 역시 취임 순간부터, 아니 내정 소식이 전해진 날만 빼고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이 함께 한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Ⅱ
김덕중 청장은 청와대 인선 발표 직후 일성(一聲)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를 강조했다. 세수확보를 통한 정부 재원조달이 국세청 고유임무지만 시기적인 상황이 맞물려서인지 국민들에게 유독 크게 들렸다. 이는 국세청과 국세행정을 둘러싼 현실이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김 청장은 국세청장 내정 소감으로 “경제 여건이 어려운 시기에 새 정부의 국세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새 정부 국정 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국세 수입을 확보하는 데 힘 쓰겠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나 서민층에 지나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충분히 유념 하겠다”고 밝혔다.
짧게 3개 단락으로 구성된 김 청장의 국세청장 내정소감은 내정자 입장에서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정확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핵심을 밝힌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이 부담스럽지만 세수확보에 진력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지나친’ 부담은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김 청장의 소감은 그가 국세청장에 취임한 이후 전개할 국세행정 방향과 조금도 빗나가지 않을 내용이다. 말 그대로 더도 덜도 아닌 큰 줄기요 근간이다.
김 청장은 조용한 성품에 예의가 몸에 익어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평소 말수가 적은데다 말실수도 없다. 그러나 일 처리는 꼼꼼하고 정교한 것으로 유명하다. 업무처리는 핵심을 짚고 나서도 그 주변부터 철저히 고려해 추진하는 스타일이어서 완성도와 성공률이 아주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30여년을 국세행정과 함께한 국세행정 전문 관료답게 세정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고 현실에 기반한 과제와 문제에 대해서도 해박한 편이다. 쉽게 말하면 국세행정의 안과 밖을 모두 꿰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국세청 내부 상황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밝다. 조직운영을 하는데 있어 군더더기와 과정이 크게 단축될 수 있고 국세청 조직이 어떻게 가야하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김 청장은 그동안 인사를 할 때도 부하 직원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소통을 중시하며,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그를 접해본 사람이면 후배에게도 존댓말을 쓰는 것이 몸에 익어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겸손과 배려가 ‘트레이드 마크’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겸손한 김 청장’이 과연 새정부와 국민이 요구하는 국세청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물론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치밀한 업무추진력과 강직한 성품, 기획 분야 업무에 밝은데다 개혁 작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들어 이를 일축하고 있다.
김 청장 내정사실이 발표되자 국세청 내외부에서는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일화도 줄을 잇고 있다. 밤 새워 일하며 대형 업무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때 치밀하고 꼼꼼한 업무지휘를 하면서도 조직원이 피곤하게 느끼지 않게 이끌어간 사례도 회자되고 있다. 퇴직 후 세무사로 활동하는 H씨는 “김 청장이 사무관 시절 봉급을 털어 야근 직원들 밥값을 몰래 낸 사실을 알고 숙연했었다”는 말을 하면서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술회했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도 일단 재산문제와 병역 문제 등 김 청장 개인사와 관련된 문제는 사전 이슈가 거론되지 않을 정도이다. 맞벌이 생활을 했고 평촌의 아파트 한 채와 낡은 승용차, 소액의 예금이 재산의 전부이고, 자신은 장교로, 아들은 병장으로 병역을 마쳤다.
Ⅲ
박근혜 정부 첫 국세청장에 김덕중 청장이 내정되면서 세정가의 이슈는 빠르게 국세행정 업무에 관한 내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식 임명 전 이런저런 이슈가 봇물을 이룰 수도 있지만 일단 국세청장 개인과 관련된 사안은 사그라 들고 새 국세청장이 펼칠 세정업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지하경제 양성화와 관련된 내용은 단연 관심의 압권이다. 또 서민·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부담 자제를 강조한 만큼 대기업·대재산가에 대한 과세강화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주류다.
박근혜 정부 첫 국세청장에 부여된 임무는 필연적으로 징세강화이다. 이미 예정됐던 사안이다. 특히 자진신고납부가 세수의 근간을 이루는 상황에서 자연적 세수확대는 어려운 문제다. 국민적 협조가 절대적이다. 세무조사와 강력한 징세활동이 직접적인 세수로 연결되는 몫은 비록 작지만 성실신고·성실납부를 담보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조사·징세행정의 강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치밀한 업무계획과 추진, 여기에다 국민적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준비된 새 국세청장’이 풀어 나가야 할 핵심적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