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회계법인 대표/前부산지방국세청장
곧 개봉 예정인 영화 ‘링컨’은 미국 등에서 공전의 히트를 하고 있으며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링컨 역)등 모든 분야의 상을 휩쓸고 있다고 하니 기대된다.
두 사람의 생년,월,일, 삼주(三柱)가 같다.
두 인물은 1809년 2월 12일, 같은 날에 태어나 동양에서 말하는 사주(四柱) 중 삼주가 같으니 각기 다른 분야에서 위대한 일을 할 팔자를 타고 난 듯 하다.
링컨은 미국의 켄터키 주 시골에서 아주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반면, 다윈은 영국 스코틀랜드, 중소도시의 부유한 의사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 당시 미국은 독립, 연방정부수립(1776~1789) 후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영국은 산업혁명의 추진과 해외식민지 개척으로 세계1등 국가로 나가는 중이었다.
링컨은 8세에 어머니마저 여위고 정규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지만 현명한 계모의 사랑과 격려로 27세가 되던 해(1836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반하여 다윈은 일찍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았고,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집안의 전통으로 의학 공부를 하였지만 체질적으로 맞지 않아 다시 신학공부를 하는 등, 집안의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영국 정부가 주관하는 지질, 생물 탐사를 떠나는 비글(Beagle)호에 연구원 자격으로 승선하게 된 것이 다원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탐사는 무려 5년 동안이나 소요된 고생스러운 항해였지만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진화론이 탄생되는 밑바탕이 되었다. 다윈이 탐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생물학자로 데뷔하게 된 시기는 링컨이 변호사가 된 해(1836년)이었고, 두 사람 다 8세가 되던 해에 어머니를 여윈 것도 같으니 두 거인은 서로 몸은 멀리 있었지만 성장하는 운명이 흡사하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50대에 대기만성(大器晩成)을 이루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인물들, 예를 들면 알렉산더, 아인슈타인 등 많은 위인들은 이미 20대에 세계정벌, 상대성이론 등을 발표를 했지만 이 두 사람은 청년 시절의 고생, 갈등을 겪으며 27세에 비로소 사회에 입신하였다.
링컨은 38세에 연방 하원의원(2년)을 거쳐 48세에 정계 거물에 맞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하였는데, 이것이 오히려 링컨을 전국적인 인물로 두각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으며, 1860년(51세) 우여곡절 끝에 제1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다윈도 고향에 돌아온 이후,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큰 어려움 없이 학자로, 지역 유지로 안주(安住)하다가 47세부터 비로소 논문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비슷한 이론의 경쟁자가 나타나자, 분발하여 1859년(50세)에 드디어 진화론의 불후의 명저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인권과 생명권의 평등으로 기존의 사고방식 바꿔.
링컨의 대통령 당선은 당시 미국의 경공업 위주의 북부 주(州)들과 흑인노예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농업에 의존하던 남부 주(州)들과의 갈등을 격화시켜 남북전쟁(1861~1865)에 돌입하게 되었다. 주요 쟁점이었던 노예제도는 고대사회로 부터 전쟁포로 등으로 고착되어 왔고, 특히 항해술의 발전과 신대륙의 발견 이후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무역으로 팔려와 남부의 목화재배에 혹사되고 있었다.
노예 노동의 필연성과 그들의 비인간적인 취급이 당연시 되어 왔던 기존의 관행들이 이제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1863.1)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한편, 영국 등 유럽에서는 4세기부터 공인된 이후 문명의 기초를 이룬 기독교에서 신(神)에 의해 만물이 창조되었다는 창조설(創造說)이 부동의 진리였다. 하지만 다윈의 과학적인 실증으로 제시된 진화론(進化論)은 지금까지의 사람들의 관념을 바꾸는 놀라운 계기가 되었다. 링컨이 인권평등의 역사를 세웠다면, 다윈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태초의 생명체들로부터 분화되어 나온 진화의 산물임을 깨닫게 한 것이다. 말하자면 인류에게 생명권의 평등을 일깨워준 쾌거라는 점에서 다윈과 링컨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었다.
링컨의 ‘포용의 리더 쉽’과 다윈의 ‘적자생존’이 주는 교훈
이들의 탄생 200주년이었던 2009년에 있었던 여러 기념행사가 기억난다. 그 때를 맞춰 출간된 ‘Team of Rivals.(우리나라에서는 ‘적과의 동침’으로도 번역)’는 링컨대통령이 당초 경쟁후보였던 세 사람을 모두 국무장관 등 주요 장관에 기용했던 폭 넓은 포용력을 주제로 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오바마는 링컨을 멘토로 삼아 힐러리를 국무 장관으로 기용하였고, 재선에 성공한 금년의 취임식에서는 링컨이 사용했던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했다고 한다.
한편, 다윈의 진화론의 기본 이론은 적자생존(適者生存.Survival of the Fittest)이지만, 우리말로 ‘적(기록하)는 사람(者)이 산다’로 풀이하는 재미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금년에 첫 여성대통령이 취임하여 장관 등을 임명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고 있다. 신임 대통령의 인사 정보들은 평상시 습관이 되 온 메모(일명 공주수첩)에서 나온다는 설(說)이 있으니 적자생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 링컨 스타일의 ‘탕평(蕩平)인사’로 포용과 통합을 이뤄내기를 우리 모두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