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 홍성학 교수

선진국들은 국민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가 교육재정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특히 직업교육은 국가의 책무성을 강조해 전 세계적으로 행·재정적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창의·융합적인 인재는 중등단계의 직업교육수준을 넘어서는 고등단계에서의 직업교육을 필요로 한다고 해 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등직업교육은 국가의 책임하에 이뤄지고 있으며, 전문대학의 등록금은 무상 또는 저렴한 편이다.

미국의 경우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고등교육을 받은 노동인력이 필요하다는 전망에 따라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핀란드 역시 지식 산업구조로의 개편에 맞춰 고등교육단계에서 실용학문과 전문직업인 양성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폴리테크닉 대학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을 늘렸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등교육법상 전문대학이 136개교이고, 이 중 국립 1개교, 공립 7개교, 사립이 128개교로 94% 정도가 사립전문대학이다. 2000년 16개교였던 국공립 전문대학은 2017년 8개교로 줄었다. 사립전문대학에 재학 중인 재학생 비율은 더 높은 98%에 이르고 있다. OECD 평균 전문대학생의 59%, EU 21개국 66%, 멕시코·미국·중국·독일·스페인 등의 국가는 80% 이상이 국공립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 전문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는 5370달러로 OECD 평균의 53.7%에 불과하고, 2017년 교육부 예산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문대학 재학생 1인당 재정지원 수혜액은 78만9000원으로 일반대학의 72.2%에 그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는 그동안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강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해온 것임을 알 수 있다. 학벌중심사회와 대학서열화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지원 역시 서열화됐던 것이다.

재정지원의 불평등은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격차를 더욱 심화시켰다. 모 언론보도에 따르면 입학 당시 부모의 월평균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가구의 비율은 전문대학 20.3%, 일반대학 12.2%로 파악됐다. 기초수급자의 경우 전문대학생이 일반대학생에 비해 2.3% 더 많고, 소득 5분위 이하는 전문대학생이 68.7%로 일반대학생 56.6%보다 많았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고등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서 전문대학에 대한 국가 책무성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전문대학에 대한 국가 책무성의 궁극적 목표는 무상교육이어야 하지만 일시에 실현할 수는 없다. 점차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을 늘려가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운영경비의 50% 정도를 지원하는 공영형 사립전문대학 육성을 들 수 있다.

공영형 사립전문대학 육성 방안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점진적 육성이다. 전문대학 중 사립전문대학이 94%가 넘는 상황에서 일시에 모든 사립전문대학을 공영형 사립전문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전문대학은 일반대학보다 규모가 작고 서열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공영형으로 전환하기 쉽다는 점, 소득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다수의 대학을 선정해 공영형 사립전문대학으로 전환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립전문대학을 공영형으로 전환하고 더 나아가 무상교육 기관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다음으로 권역별 분산 육성을 들 수 있다. 일부 사립전문대학을 선정해 공영형으로 육성하는 단계에서는 특정 지역에 쏠리지 않도록 권역별로 분배해 선정하는 것이다. 다만 지방 사립전문대학에 좀 더 비율을 높이 둘 필요가 있다. 미국의 커뮤니티 칼리지와 핀란드의 폴리테크닉 대학 모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을 기반으로 했다.

그리고 전문대학 간 공유 증대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처럼 서열이 심하지 않고 공영형 사립전문대학은 등록금과 인건비가 점차 동일하게 될 것이므로 대학 간 공유를 통해 대학 운영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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