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원 숭실대 대학교육혁신원 과장

▲ 오세원 과장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가 각 대학에 통보됐다. 1주기의 경험에 비춰 대략 6월 초순 늦어도 6월 중순에는 결과가 파악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침을 바싹바싹 마르게 하는 깜깜이 기간을 지나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전국 거의 모든 대학들이 이 진단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기 위해 짧게는 지난 1년, 길게는 3년이라는 시간을 전력투구했다. 당초 정한 상대평가라는 룰이 적용되는 진단인 만큼 노력에 대한 기대했던 결과를 얻은 대학도 있고, 그렇지 않은 대학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대학은 쉴 틈도 없이 3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전공 및 교육과정, 지역사회 협력·기여, 대학 운영의 건전성으로 구성된 2단계 평가를 준비하고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우선 모든 대학 관계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학령인구 절벽의 시대에 살아남지 위해, 대학의 명운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지난 수개월을 보냈을 모든 관계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벌써 3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준비하는 대학도 있다. 벤치마킹을 오거나, 전화로 다소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세하게 그리고 방대한 자료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그 모습에서 동병상련이 느껴진다. 날카로운 질문에서는 불편함보다 결코 가볍게 넘길 내용이 아니어서 다시 긴장하게 된다. 꼭 주기별 평가 준비가 아니더라도 이번 진단평가의 준비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불일치와 부정확성을 보완하는 일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생존자 편향의 오류(survivorship bias)'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전투기가 격추되는 것을 줄이고자 전투에서 돌아온 비행기의 총탄 자국을 분석해 총탄 자국이 많은 부분을 보강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당시 분석결과 전투기의 총탄 자국은 날개 및 꼬리부분에 집중돼 있었고, 이를 보완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그러나 분석을 총괄한 연구원이 당장 조종석과 엔진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뜬금없는’ 주장을 하게 된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통계적으로 비행기의 총탄 자국이 고르게 분포해야 하는데 특별히 엔진과 조종석에 총탄 자국이 없다는 것은 그 부분의 치명적 약점으로 인해 추락하고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대학교육의 기본적인 요소를 평가하고 있다. 특히 1단계 평가의 요소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주기 위해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요소들로 지표가 구성돼 있다. 평가 결과 1단계를 통과했다고 해서 이것이 완벽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생존자 편향의 오류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교육의 본질에 있어서는 2단계 평가 요소인 전공 및 교육과정 핵심역량 제고 및 전공능력 배양을 위한 설계가 더 중요해 보이는 것은 나만의 시각이 아닐 것이다. 1주기 평가에서 2단계 평가에 있었던 교육과정 및 강의개선 영역이 2주기 평가에서는 1단계에 평가 요소였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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