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김준식 교수

최근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북한도 통신 산업 발전이 중요하다”면서 과학기술·통신 분야 표준화를 제안했다. 경제계에서도 남북 관계 전환에 맞춰 경제협력 패러다임의 전환이 예상된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역사적 환경에 직면해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산업혁명에 비해 더 넓은 범위(scope)에 더 빠른 속도(velocity)로 크게 영향(impact)을 끼친다. ‘4차 산업혁명’ 용어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언급됐으며,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를 대표하는 용어가 됐다. 컴퓨터,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정보혁명)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혁명으로도 일컬어진다.

WEF가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로봇공학, 빅데이터, 바이오, 3D 프린팅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 200만 개가 증가하고, 다음 10년이 지난 때에는 지금의 65%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존의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면서 직업의 정의마저 바뀌고 있다.

지금의 교육제도는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확립됐다. 제조 및 기계관련 기술자, 관리 업무를 위한 사무·행정직, 부유층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나 의사, 식민지에서 활동할 외교관과 공무원 등 새로운 시대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으로 체계화된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적절한 평가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장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살피기 위해 도입한 것이 표준화시험이다. 그러나 글로벌 교육석학 켄 로빈슨 교수는 《학교혁명》에서 지금의 시험은 교육개선을 위한 수단이 되기는커녕 시험 자체에 대한 집착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한다.

기존의 교수학습법, 정답 고르기식의 평가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하지 않게 됐다. 로베르타 골린코프는 《최고의 교육》에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성적표에 기재되는 수학, 언어, 작문 등 시험으로 측정 가능했던 지식인 하드 스킬(hard skill)을 넘어서는 무형적인 기량, 즉 소프트 스킬(soft skill)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소프트 스킬은 하드 스킬을 제외한 모든 역량을 포함하는데 타인과의 협력 능력, 문제를 해결하는 실행기능 능력, 감정을 조절하는 자기 제어성,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 회복탄력성 등 다양하다.

이에 교육부는 2018년 업무현황보고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교육정책 방향으로 정하고, 핵심역량으로 창의성, 복합문제 해결능력, 비판적 사고, 소통 및 협업능력, 인적 네트워크 관리능력을 꼽고 있다. 이는 2016년 WEF에서 언급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는 복잡한 문제를 푸는 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력, 협업 능력을 갖춘 인재'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사회가 실현되면 대학교육의 패러다임 변화는 불가피하다. 미래교육은 지식이나 기술 전달보다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문화경제의 힘》에서 최연구는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 창조력, 감수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거친 ‘통섭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문대학의 인재 양성이 우리의 역할이다. 교수자의 역할은 교육과정, 교수학습 자료에 나와 있는 지식을 전달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습방향을 지도하고 문제해결역량을 키워주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것이다. 훌륭한 교사는 적절한 학습 환경을 만들어준다. 교수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teaching)이 아니라 멘토링(mentoring)이나 코칭(coaching)이 돼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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