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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의 미리내 ⑤] 대학의 전문성이란 무엇인가?

기사승인 2018.05.20  21: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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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혜성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온BM팀 부장 · 공학박사

    

5월은 대학도 기업도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매년 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기술마케팅 행사를 열어 한 해 동안 업데이트된 기술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해 기업들은 새로운 사례를 만들기 위한 협업을 진행한다. 지난 3월 구글은 AI, 유튜브 소비실태 및 검색방식의 변화를 리뷰했다. 3년간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은 소비시간이 60억 분대로 정체된 데 비해, 유튜브는 265억 분으로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알고 싶으면 구글링하거나 유튜브를 검색하라”고 한다. 

페이스북은 취향을 예측하는 새로운 애드테크 기술을 선보였고, 아마존의 기술책임자(CTO)인 베르너 보겔스(Werner Vogels) 박사는 ‘AWS 서밋’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의 미래를 펼쳐보였다. 그는 사물인터넷(IoT), 머신러닝, 인공지능과 같은 솔루션 툴을 빌려 기존의 비즈니스모델을 재창조(Re:Invent)하는 ‘빌더(builder)’가 새로운 사회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라는 동안 엄청난 기술변화를 체감한 세대임에도, 최근 2~3년간의 변화는 따라가기 벅찬 속도다.

그런데 이렇게 기술이 세상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는 때, 대학가는 ‘미투(#metoo)’와 자녀 논문 ‘무임승차’, 대학원생에 대한 ‘갑질’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기술은 서로를 연결하고 융합해 생활을 바꾸고, 가치를 더해 새로운 시대의 ‘빌더’가 되고 있다. 반면 대학은 교육부 인증 ‘학위증 발행’ 외에 어떤 가치를 사회에 제공하고 있는가? 여전히 단과대들은 분리돼 있고, 두툼한 학제 간 장벽은 무너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변화에 더디다는 기업조차 조직 간 ‘사일로 현상’을 극복하겠다며 근무 공간에서 격벽을 철거하고 있는데, 유독 대학만 아직도 ‘상아탑’이다. 세상은 완제품을 필요로 하는데, 부품을 주며 조립은 알아서 하라는 의미인가 싶다.

대학을 나와 산업현장에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구소에 입사하고 처음하게 된 일은 개발한 기술을 상품화하는 것이었다. 상품화를 위해서는 고등학교 1학년 이후 과학을 공부한 적이 없다는 인문계 출신의 상품기획 담당자에게 개발된 기술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이해시키고, 이 기술로 만들어진 상품이 시장에 얼마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지를 상상하게 해야 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비전공자를 설득하는 것은 ‘과학 커뮤니케이터’ 역량의 정점을 요하는 것이고, 이는 쉽게 가질 수 있는 재능은 아니지 않나!

많은 연구원들이 기술 지식이 부족한 상품개발 담당을 설득하다 지쳐갔다. 학교로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었고,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필자처럼 ‘가르치느니 직접 한다’는 마음으로 기획자로 전환하는 연구원들도 나타났다.

상품기획자로 직무 전환을 했더니,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기술을 적용한 제품의 특허를 출원하고, 설계품질과 동일하게 재현성을 가지며 양산되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영업현장에 적시에 과부족 없이 공급되게 하기 위한 자재수급 및 생산계획을 점검하고 협의한다. 상품에 이름을 붙이려면 상표법의 해당 상표류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국어, 한자, 영문표기법상 유사상표가 존재하는지 확인해 등록하는 것도 챙겨야 한다. 수없이 많은 경쟁상품이 진열된 공간에서 식별력과 주목도를 갖게 하는 디자인을 브랜드 정체성에 걸맞게 개발하고, ‘화장품법’과 ’표시광고법’을 준수하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을 광고 문구로 작성한다.

일하며 의사결정에 필요했던 지식들은 대학에서 알아야 한다는 것을 듣지도 배우지도 못했다. 대학이 길러준 ‘전문지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전문지식’은 연구소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하면서 만나는 모든 밸류체인(Value-chain)에서 문제를 정확히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 지식이 필요했다. 신성분이 제형을 만날 때는 계면화학이, 제형이 용기로 주입될 때 유변학이, 디자인이 생각대로 구현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3D 프린팅이 필요했다. 만들어진 제품을 알리기 위해 사용자가 소비하는 매체에 광고물을 배치한 뒤에는, 1초라도 더 사람들의 시선을 끌도록 ‘애드테크’를 적용하고 광고 집행 후 결과를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 사이언스의 힘을 이용해야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초연결사회’의 실제 모습이다. 대학은 지금 무엇을 전문성이라고 정의하고, 어떤 전문인을 양성해 사회의 리더가 되라고 내보내고 있는지 돌이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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