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

법무부가 지난달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공개한 것을 계기로 또다시 로스쿨 제도 전반에 관한 논란이 한창이다. 아니나 다를까 법무부는 로스쿨도 드디어 ‘서열화’ 시켜 버린 셈이 됐다. 법무부는 로스쿨 제도의 설립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각 로스쿨이 합격률 제고만을 당면 목표로 해 사설학원화되고, 법학교육의 비정상화를 초래해 종래의 법과대학 체제와 다를 바 없게 된다는 지적을 전면 무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법원 판결의 취지나 공개범위를 넘어서서 자의적으로 1~7회 차별 응시자 대비 합격률과 나아가 같은 기간을 통틀어 졸업한 학생 대비 누적 합격률까지 공개해버린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변시 합격률이 공개되면서 앞으로 로스쿨 간의 치열한 순위 경쟁에서 비롯되는 입학과 졸업, 교육방식의 편법운영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혹 합격률 공개가 대한변호사협회의 주장과 같은 변시 합격자 수를 대폭 줄이려는 데 있고, 그 수단이 특히 합격률 저조로 나타난 지방대 로스쿨의 통폐합 및 입학정원 감축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는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을 교육목표로 하는 로스쿨의 도입취지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심각한 발상으로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어떻든 대다수 지방대 로스쿨의 변시 합격률이 수도권 로스쿨의 그것보다 절반 또는 내지 3분의 1에 그친 객관적 통계 자료는 지방대 입장에서 보면 충격 그 자체이고 심각한 상황임은 분명하다. 지역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변명할 바 없는 결과에 대해 지금의 지방대 로스쿨은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로스쿨 설치로 만족하고 교수나 학교 당국은 방관하면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만 진로 설계를 맡기는 등 안이하게 대응한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이번 합격률 공개를 계기로 모자란 점을 채워놓고 평균 수준의 변시 합격률을 제고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시행함과 아울러 다양한 법조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학생선발방법 개선, 교육과정 개편, 학사운영 강화 등 교육시스템 개선에 총력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학입시와 마찬가지로 로스쿨도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점, 등록금이 수도권의 반값임에도 불구하고 로스쿨에 입학한 후에도 반수 등 사유로 우수 학생들이 이탈하는 점, 더군다나 지방대 로스쿨은 비록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부의 권고를 충실히 반영해 매년 정원 대비 입학자 중 10~20%를 해당 지역의 지방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예정인 학생으로 선발하는 역차별적 지역쿼터제까지 감당하고 있는 점 등 지방대 로스쿨로서는 수도권 로스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짐을 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도입 10년 차 되는 로스쿨 제도가 아직도 갈 길이 먼 미완성‧미정착 상태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렵사리 로스쿨에 입학한 우수한 학생들이 경쟁시험인 변호사시험 준비에만 매몰되면서 이른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실종됐다. 로스쿨의 심각한 변시학원화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사법시험의 폐해를 또다시 반복할 것인가? 지금은 불분명한 합격률을 따질 시점이 아니라 누구나 저렴한 사법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21세기형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 로스쿨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이 점에서 법무부가 로스쿨 제도의 개선과 보완을 논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적절해 보인다. 여기에서 합리적인 합격률 공개기준의 재설정 문제는 물론 변시의 자격시험화, 수험장소의 지역 확대 등 지역에 불리한 제도개선이 반드시 이뤄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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