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덕양 송곡대학교 총장

▲ 왕덕양 총장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 당한다. 2018년 대학기본역량 진단은 혁신 당하지 않으려는 소규모 전문대학에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규모가 작다 보니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 같은 존재다. 간신히 3월 28일 준비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신의 판단만 기다리는 심정이다. 이번 기회에 소규모 대학으로서 살아 남으려 혁신하는 과정을 반추해본다.

정부가 대학기본역량을 진단하는 목적은 기본역량 진단을 바탕으로 대학이 자율적 발전을 하도록 합리적 수준의 정원 감축을 권고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려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적 발전이라는 용어에 눈길이 간다. 대학 여건에 맞게 전략적 특성화를 추진하고 그 방향에 부합하도록 합리적 수준의 정원 감축을 권고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고뇌가 엿보인다.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정원 감축은 해야 하고 그렇다고 인위적 조정을 하면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에 자율성을 앞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대학 특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지방대학은 지방이라는 이유로 입학생 모집이 어렵고 수년에 걸친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부담이 크다. 우리 대학의 설립자는 전 재산을 투입하며 생존하려 대학 특성화 및 학문 특성화를 추진했고, 정부 권고대로 입학 정원도 50% 이상 감축해 겨우 200명이 모집정원이고 재학생 전부가 600명 수준이다. 그리고 작지만 강한 대학을 만들려고 지금도 교정을 아름답게 꾸미고, 식사 질과 기숙사 여건도 개선하며 학생들이 정주하고 싶은 대학을 향해 혁신을 가속화해 나가고 있다.

혁신을 하고 싶지만 한계에 온 것을 직감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학생이 600명인 대학이나 3만명이 넘는 대학이나 대학 행정은 동일하다. 교수 20여 명으로 1년에 감사ㆍ진단ㆍ평가를 10회 이상 받아야 하고 NCS 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교육과정 개편ㆍ운영ㆍ평가ㆍ환류에서 입학생 관리, 재학생 관리, 취·창업관리, 재정지원 사업관리 등 모든 교수가 이 많은 것을 관리해야 하니 전 교수가 보직 교수이고 신적 존재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목적이 대학 자율성인데 무엇이 자율인가라고 반문하면서도 전 생애를 사학에 뜻을 두고 매진한 설립자의 뜻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에 또 살아남기 위한 혁신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걱정도 있다. 교수는 강단에서 그 가치가 존중돼야 한다. 교수가 곧 학생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그런데 교수학습을 연구해 시대가 요구하는 현장중심 교육, 수요자 중심 교육,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가를 한 대학의 총괄 책임자로서 스스로에게 반문해본다. 전문대학의 교수로서 얼마나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까도 생각해본다. 학생이 다니고 싶은 대학도 중요한데 교수가 가르치고 싶은 대학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젠 전문대학 교수가 더 이상 교수역할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것도 엄연한 현실임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이젠 정부의 대학 자율성이라는 용어와 합리적 수준의 판단이라는 의미를 지켜보는 입장이다. 정원조정의 미명하에 대학의 신음하는 소리도 같이 울려 퍼지고 있다. 대학에서 나는 그 소리는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총장, 교수, 직원들의 소리만은 아니라는 것이 현실을 더 아프게 한다. 바로 학생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수가 다양한 평가에 내 몰리는 순간 학생도 함께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 아프다. 그런데 더 답답하게 하는 것은 대학기본역량 자체진단보고서 제출 마감일을 앞두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는데 공문 하나가 날아 들었다. 대학기관인증 자체평가를 받으라는 공문이었다. 대학 기관평가인증을 받았는데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받아야 하고 기본역량진단에서 인증을 받았는데 대학기관평가인증을 받아야 하는 평가 체제가 대학을 혁신하려는 체제인지, 대학에 자율성을 주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의 본질인지 깊이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생업으로 평가를 준비하러 가는 것이 우리가 공감해야 하는 현실임을 깨닫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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