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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과 재정 바로 보기 <하>] 다시, 국가장학금 2유형 존폐론

기사승인 2018.04.24  07: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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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장학금, 복잡한 지원체계에 대학 재정부담만 가중

<상> 대학 등록금은 왜 비싸게 느껴질까
<중> 그래픽으로 보는 정부 재정지원의 허수
<하> 다시, 국가장학금 2유형 존폐론

올해 국가장학금 Ⅱ유형(대학연계지원형) 시행계획은 봄학기가 시작된 지 1달여가 지난 4월 중순까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시행계획은 곧 대학에 공지할 예정이다. 발표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대학 입학금 단계적 폐지에 발맞춰 Ⅱ유형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추가 검토할 부분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Ⅱ유형은 총 4000억원 규모로, 이 중 입학금 폐지에 대한 보전 인센티브는 900억원이다.

시행계획이 늦어지는 동안 대학들은 ‘속앓이’ 했다. 학기 초부터 계획에 맞춰 교내 장학금 예산을 확정해야 하는데 기약 없이 지연되자 불만이 상당했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학생처장은 “교내 장학금 규모를 확정하지 못해 전체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도 꼬였다”고 밝혔다.

   
▲ 지난 1월 열린 대교협 총회 모습. 대학 재정 확보 방안이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Ⅱ유형 존폐 논란의 역사 =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대한 논란은 도입 당시부터 이어져왔다. Ⅱ유형은 소득분위에 따라 지급하는 Ⅰ유형과 달리 대학 자체기준에 따라 등록금 범위 내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이다. 대학의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입학금 폐지, 장학금 확충 등 자구노력에 맞춰 매칭 지원하기 때문에 대학 재원과 정부 예산이 섞여 있다.

Ⅱ유형에 대한 비판 중에는 장학금이 학생에게 도달하기까지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는 문제가 있다. 우선 Ⅱ유형에 모든 대학이 참여할 수 없다. 전년도 대학평가에서 재정지원가능 대학으로 인정받아야 자격이 생긴다.

대학들은 연초 교육부 Ⅱ유형 기본·시행계획에 따라 한 해 지원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등록금 동결․인하 여부 △교내 장학금 지원계획 △장학생 선발 및 지원기준이 포함되며, 올해부터는 입학금 축소․폐지 계획과 저소득층 위주 교내 장학생 선발기준 여부도 연계된다. 제도를 도입했을 때 중시된 ‘대학 자체 기준’보다는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하는 Ⅰ유형과의 차이도 사라진다는 얘기다.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대학의 계획을 검토해 대학별 장학금 재원을 매칭한다. 대학은 이 재원이 들어온 뒤에야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부가 당초 마련한 재원이 남으면 교육부는 Ⅱ유형 지원계획과 이행이 우수했던 대학들을 선정해 인센티브로 추가 재원을 배분한다. 그 시기는 주로 학기 말이나 연말에 몰린다. 학기가 거의 다 끝난 6월이나 12월에야 갑자기 Ⅱ유형 장학금을 환불받아 어리둥절해하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한 체계를 거쳐 Ⅱ유형 장학금을 받더라도 학생들의 체감도는 Ⅰ유형보다 떨어진다. 학생들은 학기 전부터 국가장학금 Ⅰ·Ⅱ유형을 신청하면서도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학생 1인당 받는 장학금 액수가 적고 지급시기가 늦다. 이 때문에 도입 첫해에는 ‘500원 장학금’을 받는 일화도 있었다.

또한 등록금 고지서상 우선 감면하도록 하지만, Ⅱ유형은 학기가 끝나갈 때쯤에야 학생 명의 계좌로 직접 입금하는 경우가 많아 ‘쌈짓돈’으로 여겨진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법보다 센’ 장학금…대학 통제 기제로 활용 = 대학의 고충도 상당하다. 복잡하고 체감도 낮은 Ⅱ유형을 유지하는 동안 대학들은 어마어마한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불만이 높다. 학생처 내 장학담당 직원이 이를 총괄하게 되는데, 특정 시기에 업무가 몰리는 구조라서 인력을 충분히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등록금 수입을 매년 더 많은 장학금으로 돌려줘야 하는 만큼 장학금 기능보다 대학 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기제로 남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대학이 전년도만큼 등록금 동결‧인하 및 장학금 유지‧확충 노력을 유지해도 되도록 조건을 완화했지만 불만은 여전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Ⅱ유형을 유지하는 이유는 하나다. ‘반값등록금’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을 통제하는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Ⅱ유형은 대학 등록금 인상을 막고 ‘국고사업 신청자격’이라는 다른 문을 열어준다. 대학 재정구조상 등록금 수입과 국고사업 비중이 크다는 점을 잘 아는 정부가 포기하지 못하는 ‘마지막 카드’다.

문재인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했던 입학금 폐지 정책도 바로 Ⅱ유형과 연계했다. 법적으로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만큼 대학 등록금 인상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대학들이 동결․인하하고 입학금 축소․폐지를 결정한 것은 국가장학금 Ⅱ유형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최준렬 공주대 교수(교육학과)는 지난해 5월 한국교육학회 교육정책포럼에서 “대학 자생력을 증진시키고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대학교육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며 “국가장학금 Ⅱ 유형을 폐지하고, 이에 지원되는 4000억원의 예산을 일반재원으로 활용하든가 국가장학금 Ⅰ유형으로 통합해 장학금 본래 목적에 부합되게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OX] “국가장학금 통폐합, 대학 자율성 문제”
등록금 인상 우려 여론 높아…자체 노력 기울여 신뢰 얻기가 관건

대학가에는 장학금으로서 실효성보다 대학 통제 효과가 높은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폐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결코 만만치 않다.

박근혜정부는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 2011년도 등록금 14조원 중 7조원(정부 4조원, 대학 3조원)이 감면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홍보했다. 등록금 수준이 높아진 책임을 그만큼 대학에 떠넘기고, 이를 빌미로 대학을 통제하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말이다.

교육부도 여러 차례 Ⅱ유형 폐지를 검토했으나 여론을 의식해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7년 1월 이준식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Ⅱ유형 폐지를 내부에서 검토했으나 예상되는 부작용과 함께 사회여론상 아직 등록금 부담이 커 올해도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상곤 부총리 역시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이 크다면서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입학금 재정을 Ⅱ유형으로 보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정부가 재정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학들이 2011년부터 Ⅱ유형과 연계해 줄인 등록금 수입 3조원은 대학이 요구하고 교육부가 인정하는 추가 정부 투자 규모와 맞물린다. 지난 1월 개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4년제 대학 총장들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매년 2조8000억원을 고등교육 재정 교부금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학정책을 총괄하는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아 교부금은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OECD 평균 고등교육재정(GDP 1.2%)을 달성하려면 지난해보다 3조원 정도 더 투입돼야 한다고 인정했다.

Ⅱ유형 폐지 후 각 대학이 천정부지로 등록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우려도 쟁점이다. 매년 등록금 상한율이 물가상승률에 준하도록 법으로 정해졌다고 해도, 대학본부가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여겨 대학이 자료를 부실하게 제공한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Ⅱ유형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전문가들은 존폐는 결국 ‘대학 자율성’ 패러다임 싸움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낙원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물가 상승률 만큼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현 상황은 대학의 정부 의존도만 더 높일 뿐”이라며 “저소득층에 국가장학금을 더 집중 지원하되 생활비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8~10분위는 취업 후 학자금 대출(ICL) 위주로 장학금‧학자금 제도를 종합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별로 내실 있는 등록금 심의‧의결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학본부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예․결산을 비롯해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공유하고, 열린 자세로 임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대학법인과 대학이 자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고, 대학가에서 장기간 요구해왔던 △고등교육 시스템 수출 △대학 기부 활성화 △대학 기술이전‧사업화를 통한 수익 창출 등의 논의도 현재 눈에 띄는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이연희 기자 bluepres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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