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 서정대학교 산학협력단장

▲ 조훈 산학협력단장

대공황 직후인 1933년부터 1953년까지 무려 20년간 하버드 대학 총장을 맡은 코넌트(James Bryant Conant)는 당시 새로운 인재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갈파했다. 그는 하버드 대학 최초로 대학 내에 처음으로 문·이과 구분이 없는 자유전공학부를 개설했다. 세계지성사의 위대한 책 중 하나인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코넌트 총장의 학문 간 통섭과정인 자유전공학부의 산물이다. 당시 물리학과로 입학한 쿤은 화학자이면서 과학사에도 조예가 깊었던 코넌트 총장의 조교로 임명돼 인문사회계열대상의 자연과학개론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학, 언어학, 사회학 분야의 폭넓은 독서와 토론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게 된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처음으로 이야기한 ‘패러다임’의 개념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4차 산업혁명 변화에 그대로 적용된다. 쿤이 정의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은 관련 지식의 오랜 축적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천동설이 패러다임일 때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처럼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오는 ‘혁명적 단절’을 의미한다.

비록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은 다보스포럼 이사회 의장인 클라우스 슈밥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데미스 하사비스의 딥 마인드를 장착한 구글의 알파고부터일 것이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이미 보통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 인간지능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아이슈타인의 지능을 능가할 지경이다.

이러한 ‘혁명적 단절’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상은 과연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인재상을 정의하기 시작한다. ‘생각을 넘어 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 ‘점과 점을 잇는 선을 연결하고 자신만의 면을 만들어 내는 인재’ ‘기업가 정신과 창의성을 가진 인재’ 등이 그것이다. 이것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이민화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요한 인재상을 ‘협력하는 괴짜(Cooperative Geeks)’로 정의한다. 그는 집단창조성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금 우리사회는 ‘협력하는 괴짜’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지난 정부의 미래준비위원회가 만든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 보고서에서는 광범위한 전문가 인터뷰와 분석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3가지로 정의하고 있다. 첫째, 창의성을 바탕으로 복잡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둘째, 인간과 기계의 공생을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조합하는 대안 도출 능력, 마지막은 기계와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이다. 미래인재위원회가 정의하는 미래인재상은 한 마디로 ‘창의성 기반의 문제해결력’ ‘기계와 공생을 통한 대안도출능력’ 그리고 ‘기계와 협력하는 소통능력’을 가진 인재로 정의된다.

‘미래에는 코딩, 디자인, 보고서 작성 등 인간이 해오던 인지 영역들이 기계로 대체되기 때문에 정보를 활용해 대안을 도출하는 인지 과정에서 기계와 차별화되면서도, 기계를 활용해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가 미래인재’라고 이 보고서는 정의한다. 

▲ 인간에게 필요한 3대 미래역량 (사진=미래전략보고서)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인재상은 이미 OECD가 1997년부터 제시한 생애핵심역량(DeSeCo; Definition and   Selection of Competencies)과도 상당부분 일치한다. DeSeCo 프로젝트에서 제시하는 미래 사회 갖춰야 할 3대 핵심역량은 ‘도구의 상호작용적 활용 (Use tools interactively)’ ‘이질적인 그룹과의 사회적 상호작용(Interact in heterogeneous   groups)’ ‘자율적 행동 (Act autonomously)’ 등이 그것이다. 단순한 지식과 기술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상에 ‘소통’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과 다른 사람을 함께 배려하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3대 역량

필요한 이유

세부역량

도구의 상호작용적 활용능력

- 신기술에 대한 적응
- 목적에 맞는 기술의 활용
- 세상과의 능동적인 대화

- 다양한 소통도구 활용능력
- 지식과 정보 활용능력
- 새로운 기술 활용능력

이질적인 그룹과의 사회적 상호작용

- 다원화사회 다양성의 중요성
- 공감능력의 중요성
- 사회자본의 중요성

- 협동능력
- 인간관계능력
- 갈등관리 및 문제해결력

자율적행동

- 자신의 정체성과 목표의 실현
- 권리행사와 책임수행
- 둘러싼 환경과 기능의 이해

- 빅픽처속에서의 행동능력
- 인생계획, 프로젝트를 구상, 실행능력
- 권리, 관심사, 한계, 필요성을 주장, 옹호하는 능력

그렇다면 4차 산업시대를 맞이한 이러한 미래인재상의 정의를 기업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4차 산업혁명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구글의 경우 인재상을 ‘구글다움’(Googleyness 또는 Googliness) 으로 정의한다. 구글이 추구하는 Googleyness는 △남들이 재미없어 하는 걸 즐기고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지적 겸손 △주인의식 △개방적인 자세 △과감하게 실행하는 용기 △다양성과 융합 능력 △문제를 발견하고 분석하는 능력 등의 개념으로 정의한다. 구글과 같은 기업이 추구하는 미래인재상은 정부나 공적 기구가 정의하는 인재상보다는 훨씬 소프트한 능력을 중시함을 알 수 있다. 창의성과 더불어 인성과 같은 소프트한 역량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에서 ‘자동차가 운전하는 차를 타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IoT로 대표되는 초연결사회로 인해 만들어진 빅 데이터를 인간의 뇌가 아니라 인공지능이 분석해내는 세상에 우리는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제조를 기반으로 했던 전통적 기업들이 무너지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가치’로 무장한 소프트한 기업들이 전 세계 기업순위의 최상위를 점령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창의력과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인재양성소를 만들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학교는 그 일을 해야 하는 곳이다.

심리학자 로저 생크는 《위험한 생각들》에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가 아이들에게 나쁘다는 사실을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런 생각 자체를 거부해 버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교의 변화를 바라는 그는 ‘학교를 폐지하라. 그리고 그곳을 레크레이션 센터로 바꿔라’라고 역설했다.

4차 산업혁명의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학교교육은 혁신적 교수학습방법론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메이커운동’이나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창업과정’ 등도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수학습방법론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에듀테크를 동반해야 한다. 고등직업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대학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현장의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에듀테크를 구현 할 수 있는 캠퍼스 인프라 구축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