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업 매칭 시스템 구축으로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 만들겠다”

[한국대학신문 황정일 기자] 건국대는 대학발전계획 실천과제 중 하나인 학생창업 활성화를 실현하고, 지역과의 협력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함으로써 서울 동부권 지역 창업의 핵심 거점대학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그 속에는 20년 가까이 기술창업 특성화, 창업관리 솔루션 등을 확보해온 창업지원단의 숨겨진 노력이 있다. “서울 동부권 창업 밸리를 조성해 ‘스타기업을 육성하는 창업선도대학의 롤모델’이 되겠다”는 비전을 완성해가고 있는 이철규 단장을 만났다.

 

▲ 이철규 건국대 창업지원단장

- 건국대 창업지원단을 소개해 달라.

“1999년 창업보육센터 운영으로 시작됐다. 벤처창업 관련 강좌를 개설해 운영했으며, 2001년부터 대학 자체 예산으로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첫회부터 매년 전국 규모의 경진대회를 개최해 왔으며, 20년에 가까운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 명실상부ㅏㄴ 서울 동부 지역의 창업거점대학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민상기 총장 부임 후 취창업전략처가 조직되고, 창업자람허브센터가 설립되는 등 창업 진흥 문화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창업자람허브센터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창업지원단과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학생이 창업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과목들을 교육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1~2학년 때 창업이 뭔지 전혀 모르는 상태다. 창업에 눈을 뜨게 하는 교육이 주로 이뤄진다. 최소한 “창업을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끔 툭 한번 찔러주는 교과목들이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구축돼 있다. 학생들이 쉽게 창업에 접근하도록 하는 창구 역할이다. 초창기에는 제대로 성과가 날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5년 정도 지나니 효과가 나타났다. 처음에 0명이었던 학생창업이 지난해 14명까지 늘었다.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 관심 가질 만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우리 대학은 창업과 관련된 교과목이 많다. 여기에 더해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드림학기제’를 주목할 만하다. 드림학기제는 일반 교과목 대신 창업과 관련한 일련의 활동으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창업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팀 빌딩, 지도교수 개인레슨 등을 한 학기 동안 진행할 경우 최대 12학점까지 인정해준다. 꿈꾸는 일을 하면서 활동비도 지원받고 학점 인정까지 받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다. 8학기 중 한 번 신청할 수 있다.”

- 특히 인기 있는 과목은.

“3D 프린팅 이해와 실습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우리끼리 ‘수강 바구니가 터진다’는 표현을 쓴다. 정원이 50명인데 평균 500명 정도가 신청을 한다. 수강신청 시작과 동시에 몇 초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다. 자신이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3D 프린터로 구체화하고 실물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처음에는 디자인 전공자들이 주로 신청하겠지 했는데 공대나 디자인 전공학생뿐 아니라 경영대, 인문대 등 전 학과 학생들이 신청하고 있다. 코딩교육, 설계변경 등을 배우고 아이디어가 실제 조형물로 나오다보니 취업이나 창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듣는다는 학생들이 많다.”

- 프로그램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나.

“창업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이 오면 창업 동아리로 연결한다. 마음이 맞는 학생들끼리 모여서 팀 빌딩을 하면서 창업 동아리 지원사업으로 들어오게 된다. 관련 수업을 듣다가 창업선도대학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창업캠프에 참여한다.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하는데 거의 잠도 안 자고 참여한다. 멘토들의 신랄한 비판을 받아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캠프를 통해 ‘우물 안 개구리’였던 시야를 넓히고 각성해 한 단계 성장한다. 창업 동아리 지원사업으로 연 200만원 정도의 동아리 운영비용을 지원받고, 캠프 등을 거쳐 시제품이 나오면 중간평가를 거쳐 추가지원금(300만원)을 준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창업을 하게 되면 창업선도대학 아이템 사업화 지원대상이 된다. 멘토를 통해 스케일업한 후 외부 투자기관을 연계해준다.

▲ 건국대 창업지원단에서 개최한 창업캠프 전경

- 우수사례가 있다면.

“초유 마스크팩 제작 기업, 가상화폐거래소 등 아이템 사업화에 성공한 학생창업 사례가 많다. 드론과 관련된 정부 R&D 과제를 수주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는 창업의 ‘창’도 모르다가 ‘나한테도 창업의 끼가 있구나’ 하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창업에 문외한이었던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이 뭔지 알려주고 부족한 점들을 느끼게 해 대학원 진학만 생각하던 학생들이 창업을 하는 사례를 보면 보람을 느낀다. 학생창업 기반이 잘 조성되면 새로운 직업을 만들거나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 창업지원단을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나.

“창업선도대학 사업의 경우 아이템 지원사업이 60% 정도를 차지한다. 대학에서 창업지원단이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은 기업가 풀을 확보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미래의 CEO를 꿈꿀 수 있도록 기업가정신을 함양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가들을 도와줘서 매출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학생이나 예비창업자를 중심으로 한 커리큘럼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 더 근본이다. 창업선도대학 사업 내에서는 이런 점에서 한계가 있다.”

-향후 목표는.

“인문·예술 분야를 대상으로 창업특화교육을 진행할 것이다. 요즘은 창업과 더불어 ‘창직’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예술문화 쪽은 특히 창직의 가능성이 높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한 창업·창직이 우리가 가져야 할 핵심역량이라고 본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핵심역량으로 갖추고 중국과 연계해 같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우리 대학에만도 중국 유학생이 1000명 이상이다. 이들을 네트워킹한다면 한중 학생 스타트업의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또 가능하면 동문기업들에 대한 풀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미 어느 정도 데이터베이스는 만들어졌다. 후배기업들이나 예비학생창업자들은 멘토를 얻게 되고, 선배 기업들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동문기업과의 매칭 시스템을 구축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장기적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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