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구 인제대 기획처장 /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장

27일은 대학기본역량진단을 위한 자체평가보고서 제출일이다. 아마도 지난해부터 전국의 기획처장님들이 이 대학기본역량진단 때문에 많은 마음고생을 하고 밤낮 없는 생활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 같다. 필자도 다른 처장님들과 다름없이 이 자체보고서 집필 때문에 집필진을 꾸리느라 어려움을 겪었고 편람을 보면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 자체평가보고서는 대학이 대학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를 보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이런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이 평가이고 권역별로 평가를 해서 60% 내에 들어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기에 긴장되고 걱정될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다.

어느 처장님은 SNS로 ‘이 준비를 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며 '처음 해봐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이런 평가를 하는 교육부가 밉다’고 한다.

격변하는 세상 그리고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 대학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고 10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대학의 재정이 거의 파탄나고 있는 상황에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위기감까지 엄습해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 평가를 통해 일반재정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은 대학으로서는 아주 반가운 일이다. 이 재원이 대학의 실험실습비나 시간강사비 등으로도 쓸 수 있다고 한다면 그동안 등록금 수입의 감소로 어려워진 재정이 조금이나 도움이 되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대학은 이익을 내야 하는 회사가 아니다. 무조건 절약을 하고 예산을 아낀다고 될 곳이 아니고 대학의 경쟁력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인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래서 대학이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일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역량을 갖춘 대학이 대학으로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대학도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이런 평가를 하는 기관들도 대학을 대학답게 하는 일에 더 관심과 배려를 해주시길 기대한다.

다만, 이렇게 많은 땀과 노력을 들인 보고서의 평가가 단순한 숫자의 평가가 아니고 그 행간에 숨어 있는 고뇌의 산물임을 인정해서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이 단순하게 60% 이내로 한정하지 말고 더 많은 대학들이 재정을 지원받는 대학으로 선정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물론 대학이 대학으로서의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한 대학은 강한 구조조정과 정리가 필요하다고 사료되지만, 어느 정도 역량과 가능성이 있다면 이걸 인정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의 바람은 이 보고서가 마감이 되어도 정량데이터의 입력과 대면평가 등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산적해 있어서 달려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고 싶다는 것이다.

많은 대학의 총장님들이 대학의 미래를 걱정하고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대학의 처장님들이 자기의 삶을 포기(?)하고 대학을 위해 불철주야 이 평가에 매진해 왔다. 오늘도 평일 야간과 주말을 마다하고 정말 바쁜 교수님들과 직원선생님들이 맹렬하게 이 일을 해오고 있다. 총장이니까? 보직교수라서? 교직원이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 아니다. 대학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분명히 있고, 이런 평가를 잘 받아서 교육환경을 더 고칠 수 있고, 기자재를 하나라도 더 사주고 싶은 마음이 모인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평가라는 무겁고 버거운 짐을 지고 가는 것은 해맑은 우리 학생들의 미소가 어두워지지 않도록 찬란한 인재의 미래가 준비 될 수 있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본관 건물을 오늘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이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응원과 격려를 부탁하고 싶다.

대학본부의 보직을 맡은 처장으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밝은 내일을 염원하며 모두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고생이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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