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경희 배화여자대학교 교수

일본 도쿄 소재의 학교법인 문화학원은 패션전문학교인 문화복장학원 및 4년제인 문화학원대학과 문화학원대학원, 2년제인 문화학원대학단기대학부, 그리고 패션분야에서는 유일한 전문직대학원인 문화패션대학원대학을 소유하고 있다. 문화복장학원은 도쿄모드학원, 드레스메이커학원, 구와사와디자인연구소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전문학교로 유명하다. 창립 100주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복장학원은 직업실천학교로 그 위상이 매우 높으며, 그 간의 패션업계에 남긴 업적으로 미뤄 보더라도 명실상부한 일본을 대표하는 복식문화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문화복장학원은 런던을 거점으로 하는 웹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business of fashion)의 패션스쿨 랭킹순위에서 2015년에 세계 2위를 획득했고, 해외 패션사이트 패셔니스타(Fashionista)에서는 2010년에 세계 3위, 2013년에 세계 7위로 선발되는 등 아시아 및 세계에서 인정받는 유수의 패션스쿨이다.

일본 패션의 역사, 세계적인 디자이너 배출

문화복장학원은 1919년 도쿄 아오야마에 설립된 재봉교습소를 모체로 하고 있다. 1923년에 일본 최초로 복장교육학교로 인정받았으며, 양장이 일반적이지 않았을 때부터 일본의 패션계를 리드해왔다. 100여 년 이어진 전통과 실적을 자랑하는 문화복장학원의 역사는 그 자체가 일본 패션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까지 약 30만 명의 졸업생이 배출돼 활약하고 있으며, 일본 패션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졸업생 네트워크는 그 질과 양적인 면에서 여타 대학 및 전문학교를 압도한다. 문화복장학원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로는 1970년대 파리 패션을 견인한 KENZO의 창시자인 다카다 겐조를 비롯해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패션 브랜드로 평가가 높은 HIROKO KOSHINO의 고시노히로코, 고시노쥰코, 야마모토요지, ISSEY MIYAKE의 미야케잇세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를 다수 배출하고 있어 복식계 스쿨의 왕도라고도 일컬어진다. 이외에도 일본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유명 아티스트 수도 다른 교육기관을 압도하고 있다.

문화복장학원의 문화제

2017년, 문화복장학원의 총학생수는 3277명, 교원 수는 266명이다. 학생은 남녀 3대7의 비율로 어느 학과에나 여학생이 많으며, 이 중 유학생은 23개국에서 온 756명이 재학하고 있다. 특히 중국(492명), 한국(113명), 대만(89명) 등 아시아계 유학생이 많다. 문화복장학원은 연령과 국적, 성별, 학력이 다른 배경을 가진 개성적인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상호 성장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이 학교를 지망하는 학생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문화복장학원의 문화제 행사는 매년 11월에 3일간 진행되며 패션쇼, 작품전시, 바자작품판매 등 수업성과물을 발표하는 자리다. 이 중 패션쇼는 매년 2만 명 이상이 관람할 정도의 대규모 행사로 특히 주목받고 있다. 패션쇼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모든 학과가 상호 협력하며 기획멤버를 중심으로 봉제, 액세서리, 헤어‧메이크업, PR, 모델, 조명, 음향, 무대 등 파트 구성이 이뤄다. 이 모든 과정은 팀워크로 이루어지는 것이 큰 특징으로 작업중심 파트와 연출 파트로 나뉘어 방과 후에 활동한다. 기획팀은 문화제 반년 전부터 행사를 기획해 미싱을 직접 실현하는 장면을 구현하거나, 구두‧액세서리‧가방 등의 작품을 전시하고, 학생제작 의상들을 판매하는 바자회를 열기도 한다. 제작팀은 밤늦게까지 남아서 의상을 제작한다. 일분일초를 서둘러 헤어‧메이크업을 완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며, 스테이지 곳곳에서 무대 동선에 수반되는 모든 과정을 점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스테프들과 당당하게 런웨이를 활보하는 모델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이러한 패션쇼의 실현은 학생들의 땀의 결실이며 학생들로 하여금 흘린 땀만큼 충실한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패션쇼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높은 질적 수준에 감동받아 문화복장학원에 지원하게 됐다는 학생들의 의견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교육을 자랑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디자이너 다수 배출, 도서관과 박물관 등 교육시설의 충실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지명도, 다양한 전공과정의 보유, 도쿄 도심에 위치한 입지적 조건 등이 지원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 문화복장학원 홈페이지 캡쳐

동서고금의 귀중한 복식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복식박물관
세계에서 통용되는 인재양성을 교육목표로

문화복장학원은 세계에서 통용되는 인재양성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복장학원에 입학하는 학생의 90%는 전공 미경험자이지만 재학 중 철저한 기초교육을 통해 패션업계에서 활약가능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교육환경은 지상 20층과 지하 1층 건물에 강의・실습실 및 연구실, 컴퓨터실 등을 목적과 용도에 맞춰 구축하고 있고, 층마다 기능을 통일시켜 기획에서 디자인, 제작, 유통에 이르기까지 패션산업계의 흐름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갖춰졌다. 각 실습실에는 산업계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설비기기가 완비돼 있다. 이외에 세계복식사, 민족복식, 복식관련의 미술・공예・염색・건축 등 32만여 권의 방대한 장서가 소장된 도서관, 수업에서 사용하는 모든 용구・재료를 구비하고 있는 구매부 등도 유명하다. 

문화복장학원의 교육과정은 주간 4개 과정, 야간 2개 과정으로 구성되며, 각 과정은 복수의 학과와 코스로 세분화돼 있다. 학과구성은 패션과 관련한 전 영역을 커버하고 있으며 수업연한은 1년에서 4년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주간 과정에는 △복식관련 디자인・제작을 기초부터 응용까지 종합적으로 학습하는 복식전문과정(복장과 2년, 복식전공과 1년, 복식연구과 1년) △의류업계 각 분야에서 활약할 스페셜리스트를 육성하는 패션공과전문과정(패션고도전문사과 4년 / 패션공과기초과 3년: 어패럴디자인과, 어패럴기술과, 인더스트리얼머천다이징과, 니트디자인과) △패션유통관련 직무에 관한 전문지식・기술을 익힌 인재를 양성하는 패션유통전문과정(글로벌비즈니스디자인과 4년, 패션유통과 3년, 패션유통전공과 1년) △패션전반에 대한 기초부터 응용까지 체계적・전문적으로 학습하는 패션공예전문과정(패션텍스타일과 3년 / 패션굿즈기초과 3년: 모자・주얼리디자인과, 백디자인과, 슈즈디자인과의 3개과) 등이 있다. 야간 과정에는 △주간 복식과 2년 과정을 3년에 걸쳐 배우는 복식전문과정(복장과 3년) △패션유통 및 소매업을 배우는 패션유통전문과정(패션유통과 2년) 등이 개설돼 있다. 2년제・3년제에서 취득할 수 있는 학위는 전문사이지만 4년제인 패션고도전문사과 및 글로벌비즈니스디자인과는 4년제 대학 졸업과 동등한 고도전문사 학위가 부여된다.

문부과학성 장관이 인정한 문화복장학원 직업실천전문과정에는 복식전문과정인 복장과 / 패션공과전문과정인 패션고도전문사과, 어패럴디자인과, 어패럴기술과, 인더스트리얼머천다이징과, 니트디자인과 / 패션유통전문과정인 패션유통과 / 패션공예전문과정인 패션텍스타일과, 모자・주얼리디자인과, 백디자인과, 슈즈디자인과 등 총 11개 학과가 있다. 직업실천전문과정은 보다 실천적인 직업교육의 품질 확보를 위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수학교(전문학교)의 전문과정으로서 문부과학성 장관이 인정 및 장려하고 있으며 2014년 4월부터 인증받은 학과가 개설됐다.

복식관련 32만여권의 방대한 장서가 소장된 도서관
평생교육기관, BUNKA 패션․오픈 칼리지 및 통신교육강좌

패션․어패럴업계는 의복․소품 등의 아이템을 기획하고 형상화하는 Create 과정, 브랜드와 숍 아이템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발신하는 Communicate 과정, 아이템을 직접 고객에게 전달하는 Sell 과정 등을 아우르고 있다. 문화복장학원의 재학생 중 30%는 대학졸업자 또는 사회경험자인데 이들이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로 1위는 충실한 설비‧시설, 2위는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높은 지명도, 3위는 유명한 졸업생이 많음이다. 한편, 문화복장학원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기관으로서도 약 6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취지는 세대와 직업, 경험을 초월한 평생학습을 통해 배우고 만드는 것을 즐기게 하는 것이다. 평생교육 강좌로서 BUNKA 패션․오픈 칼리지 및 통신교육강좌 등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BUNKA 패션․오픈 칼리지는 문화복장학원 내의 교실에서 학원생들과 동일한 환경에서 배우는 것이 매력적이다. 평일․야간․토요일 코스 등이 있다. 전통 복장기술은 물론 수공예품강좌, 유통관련강좌, 교양강좌 등이 개설돼 있다. 단 1회로 끝나는 강좌에서 반년, 혹은 1년 과정 등 다양한 각도로 배우는 총 129개 강좌를 갖추고 있고, 레벨별 강좌도 충실하기 때문에 단계별 수강이 가능하며, 상황에 따라 스텝업이 가능하다. 그리고 통신교육강좌는 손쉽게 자택에서 배울 수 있으며, 옷 만들기부터 디자인화, 유통관련강좌까지 패션분야에 필요한 4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고 우수한 강사진으로부터 개인별 어드바이스 및 첨삭지도를 받을 수 있다.

활발한 산학연계 체제 구축

문화복장학원은 오랫동안 패션업계에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어 업계의 신뢰가 두텁다. 또한, 졸업생이 수많은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에 인턴 및 산학연계 체제 구축이 용이한 것도 특징이다. 인턴십 연계기업이 150여 개나 된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졸업생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패션쇼 및 제품개발 등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유명 스타일리스트의 어시스턴트 및 브랜드전시회 서포터스 체험도 가능한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문화복장학원은 산학연계 체제를 구축할 때 업계가 필요로 하는 것과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업연수와 인턴십 교과목을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있다. 산학제휴를 통한 프로젝트를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활성화된 작품활동을 통해 크리에이션 능력을 평가받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이 문화복장학원은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교육기관으로서 패션업계 직종과 연동된 다방면에 걸친 학과가 체계적으로 설치돼 있으며 교육과정 내용 또한 충실하다. 개개인의 독창성을 살린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문화복장학원의 특징이다. 한편, 문화복장학원은 수업이 엄격하고 과제가 많아 중도포기자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한 블로그에 따르면 3년제 모 학과는 입학당시 60명이었던 동기생이 1학년에서 절반이 중도포기하고 최종 졸업 시에는 15명만이 남았다고 한다. 이렇듯 체계적・독창적인 교육 그리고 엄격하고도 철저한 교육의 힘이 문화복장학원 특유의 개성 강한 국제수준의 패션크리에이터를 많이 배출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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