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정해진 적립금, 특례법에 따라 상호 전용해 쓸 수 있어

“전용 사용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적립금은 미래 대비 위한 것” 반론도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중에 불거진 대학 적립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천문학적으로 쌓인 적립금을 사용하면 된다고 하는 주장과 법에 의해 적립금 사용 용도가 제한돼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32조 2에 의해 규정돼 있는 적립금은 대학교육기관의 장 및 대학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필요할 경우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법에 의해 규정돼 있는 적립금은 △교육시설의 신·증축 및 개·보수 △학생 장학금 △교직원의 연구 활동 지원 등이다. 등록금회계로부터 적립된 적립금은 해당 연도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교육시설의 신·증축, 개·보수 목적으로 적립하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연구적립금 △건축적립금 △장학적립금 △퇴직적립금 △기타적립금 등으로 구분해 적립금을 용도에 따라 적립하고 있다. 등록금이나 시간강사·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적립금을 사용하라는 요구에도 대학들이 “적립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적립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경우 적립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제13조에는 ‘총장은 동일 관내의 항간 또는 목간에 예산의 과부족이 있는 경우 상호 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에 의하면 대학회계 예산 중 ‘항간’은 원금보존적립기금적립과 임의기금적립, ‘목간’은 △연구적립금 △건축적립금 △장학적립금 △기타적립금 등이다. 즉 원금보존적립기금적립과 임의기금적립, 목간 내 각 적립금은 서로 변경해 쓸 수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건축적립금과 기타적립금을 합쳐 장학적립금을 마련한 바 있다.

특히 대학 적립금 규모가 큰 대학이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대교연이 지난해 8월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9개교가 누적 적립금 1000억원이 넘는다.

다만 대학가에서는 적립금을 전용해서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약 30조원의 적립금을 쌓아둔 하버드대처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지금의 적립금도 넉넉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대형 대학의 기획팀 관계자는 “다른 데서 빼서 쓰면 결국 빠진 곳이 빈다는 의미인데 그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정부 예산도 한정돼 있고 학생 수도 감소하는데 적립금을 다 헐면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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