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취업기능인만 양성하면 인류의 퇴보, 대학의 가치 생각해봐야

지방 사립대 재정 열악하지만…인적 투자는 줄이지 않겠다”
구조조정 공감하나 정부 주도 일방적 방식에는 우려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가톨릭’이 교명에 붙은 대구가톨릭대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인성교육 대학이다. 공동체 의식과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을 배양시키기 위해 1997년 국내 대학 최초로 인성교육원을 설치하며 앞장서왔다.

기술의 진보가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급속화되고 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 화두가 되면서 사회 전체가 기술과 산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대구가톨릭대는 대학의 정도(正道)와 가치에 집중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와 새로운 시대의 도래라는 변화 앞에서 선택한 생존의 방법도 ‘가톨릭’ 정신에 기반한 인성교육이었다.

이 시대에 대학의 역할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큰 물결을 헤쳐나갈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그 안에서 가톨릭 정신은 교육과 어떻게 연계점을 찾을 수 있을까. 지난 11일 김정우 총장을 만났다.

-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간의 소회는?

“총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다른 학교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사립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1년 간 집중적으로 겪었다. 여러 국책사업을 따내며 발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대응투자도 해야 하고 시스템의 변화를 수차례 겪다 보니 학교가 국책 사업에 매달려 있고 안정이 안 돼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학생을 가르치는 게 학교의 목적이기 때문에 먼저 교육과정을 다시 정비했고 이 과정에서 위원회를 통해 구성원들과 계속 토론하고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고쳐 나갔다. 1년간 많이 배우는 시기였다.”

- 교육과정 개편은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뒀나?

“이 시대는 융·복합이 제일 중요한 화두인데 융·복합을 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융·복합적 사고를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를 길러줘야 전공 교육에서도 융·복합을 할 수 있다. 융·복합적 사고를 길러줄 수 있는 건 교양교육이라고 본다. 해외 대학의 동향과 우리나라 유수한 대학들을 살펴보니 교양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도 교양교육에 일단 정확히 틀을 잡고 융·복합 사고를 가르친 후 이를 토대로 전공 분야를 다시 설계했다.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필요한 전공을 선택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융·복합전공, 자기설계전공을 2018년부터 적용한다.”

- 취임부터 ‘대학다운 대학’을 강조해 왔다. 어떤 의미인가?

“대학이 자꾸만 취업 얘기를 하다 보니 대학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는 ‘대학의 역사’라는 책을 계속 읽고 공부해 왔다. 대학이라는 게 인류가 현대문명에서 만든 가장 핵심적 인류 유산이다. 12세기 대학이 시작되면서 대학을 통해 인류 문화가 발전해왔는데 그런 대학의 정체성이라는 게 지금 이 시대에 와서는, 특히 한국사회에서 대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 많이 갖게 됐다. 물론 사회적으로 시급한 문제가 취업이라 대학이 취업을 위한 장소로 바뀌고 있지만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 아니라 취업하는 기능인 양성만 한다면 인류의 퇴보다. 대학의 기능과 본질을 상실하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라고 생각한다. 일부 국공립대를 제외하고는 대학에서 학문성이라는 것 자체가 자꾸 뒤처지고 오로지 실용적인 것만 강조하는데 물론 이를 무시할 수 없지만 학문의 발전은 뒤처지고 하나의 문제 해결에만 급급해 나가는 대학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나는 대학의 본질, 대학의 역할 이런 점에 상당히 강조점을 뒀고 대학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대학의 정체성을 찾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 등으로 대학은 변화와 위기 앞에 서 있다. 대구가톨릭대는 어떻게 갈 것인가?

“주객이 전도돼선 안 된다. 인간을 위한 4차 산업혁명이 돼야 하는데 산업혁명을 위한 도구로서 인간의 가치가 이용되는 것 같아 주객이 바뀐 것 같다. 현대라는 것에서 오는 인간성 상실, 인간 소외에 대한 반작용으로 포스트 모던이 등장하는데 철학적이지만 포스트 모던 사회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 나가는 사람을 키워 나가야 한다. AI, IoT, 빅데이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것들에 좀 더 특성화시키고 전문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예로 바이오메디컬 쪽에 특성화계열을 세우고 중점적으로 투자를 하려고 한다. 이번에도 치위생과나 간호학과 증설을 교육부에서 신청하라고 해서 신청했다. 그다음에 우리의 핸디캡이면서도 장점이 될 수 있는 게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교육이념이다. 이건 우리가 절대 포기를 못 한다. 인간의 상실성이라든지 인간 소외를 더 뼈저리게 경험할 시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인데 그걸 미연에 방지하고 또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인문학에 투자하겠다, 심도 있게 인문학 연구를 할 수 있는 인문학적 클러스터를 만들어서 규모를 축소하면서도 전문화시킬 수 있는 인문학적인 분야에 투자하려고 한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특수대학원도 시작했다. 실버세대들이 모듈화된 학점을 신청해서 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퇴직하신 분들이 젊은 시절 여러 가지 이유로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학문들을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프랑스 툴루즈 대학이나 호주대학, 미국의 뉴욕대학에서 자유대학원을 설립해 실버세대를 대비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다고 봤을 때 이런 분야를 통해 인문학적 분야를 살려 나갈 수 있다. 과학적·산업적 대학으로 뛰어나고 전문화된 대학이 많아서 우리가 따라가겠다 하기에는 우리 학교가 가진 DNA가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거기서 반작용을 생겨날 수 있는 인간존중이나 소외된 학문에서 인간성을 찾아줄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가톨릭대학이라는 보편적 인간존중 구현이라는 부분에 집중하려고 한다.”

- 지역의 사립대로서 지역과의 호흡이 중요할 것 같다.

“경산 지역에 경산지식산업단지가 있다. 우리가 안경광학과가 있어서 소재개발이나 금속주얼리 쪽에 강점이 있어 경산시와 연계해 연구소도 만들고 ‘패션테크’를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LINC+사업과도 연계시켜서 이런 부분에 특화된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이 지역 뒤쪽에 보면 지식산업단지 토지개발을 하다가 삼한시대 유물이 많이 나왔다. 이 지역이 신라시대 고찰도 있고. 문화콘텐츠가 많이 개발돼 있다. 우리들이 거기와도 연계해서 이 지역을 문화 사업지역으로 경산시와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학교와 대구대·경일대·호산대 등이 몰려 있는 하양읍이 학생들 집중 거주지역이다. 젊은이들을 위한 문화거리라든지 이런 걸 주도적으로 하면서 경산시와 지역민을 위한 대학의 역할도 하고 있다. 내년에는 대학 축제를 지역 대학,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계획도 하고 있다.”

- 국내에 총 12개의 가톨릭계 대학이 존재한다. 대학 간 교류현황과 상생발전 방안은 어떤 게 있나?

“2009년부터 협의회가 결성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2개교 중 종합대학인 대학은 6개 대학이다. 1년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총장 회의를 하고 총회도 한다. 현재 학교 간 정보교환과 학점 교류를 하고 있으며 오늘날 중요한 의제인 인성교육을 특화시키기 위해 이걸 연구하는 TFT를 만들었다. 지금 목표는 인성교육의 커리큘럼이나 교재 개발 같은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봉사캠프를 열어 각 가톨릭대학에서 20~30명의 학생들이 모여 봉사활동을 일주일간 하고 있다.”

- 대학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 지방 사립대 환경을 어떻게 보시나?

“흔히 '지잡대'라고 하지 않나. 산업화되면서 모든 게 서울 중심으로 돼 있고 인력이라든지 자본이 다 서울로 중심이 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방에서는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어려움 겪는 것은 사실이다. 지방대학이 재정적 면에서는 상당히 빈약하고 어렵다. 가톨릭재단이라서 많은 분들이 재단 튼튼하지 않냐고 하는데 튼튼하긴 하지만 양은 적다. 그래서 투자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다. 재정적 면에서는 부끄럽지만 갖고 있는 부동산 계속 팔고 있다. 어떻든 버텨 나가야 하니까. 될 수 있으면 우리는 효율성과 절약 이 두 가지로 학교를 경영해 나가야 할 것 같다. 다만 처음 취임 때도 말했지만 다른 부분을 줄이면 줄였지 인적인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학교가 버텨나갈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거지 시스템이나 다른 부분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구성원들에게 투자해서 능력을 잘 발휘해 주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가난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인적투자 하지 않았나. 어려울수록 인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

- 대학 육성을 위한 정부 정책은 어떻게 보시나?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건 중요하다. 그런데 교육을 책임진다는 건 아무 걱정 없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공부가 하고 싶은 사람을 국가가 도와준다는 의미가 돼야지 교육적 방법이나 교육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획일화시킨다든지 정부주도 정책에 의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건 교육이 아니다. 사립대들의 부정적 모습에 대한 정비는 물론 필요하다. 국가가 앞으로의 학령인구 감소 때문에 구조조정하는 것도 맞다. 그런데 그 방법에 있어서도 자율경쟁에 의해서 자연도태를 시키고 자기 나름대로 고유한 특성을 갖고 해나갈 수 있는 곳은 풀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인위적으로 모든 걸 하면 특히 사립대는 고유한 색깔과 특징을 갖고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부정적 측면만 보고 사학을 정비해야 한다, 공영형 사립대 간다는 식의 국가주도 정책으로 나가면 교육의 다양성도 무시하고 근본적 의미를 훼손하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

-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곧 시행되는데 평가방법과 내용에 대한 견해가 있나?

“지표와 평가항목을 주고 맞춰라, 맞추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하면 점수 맞추기 위해 가식과 형식이 더해진다. 보고서 만드는데 보고서 쓰기 위해서 업체들이 컨설팅해 주겠다는 게 비일비재하게 생긴다. 이런 것들을 감소하면서까지 이런 방향으로 해야 하는가는 생각해 봐야 한다.”

- 총장이 생각할 때 총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은 옛날 개념으로 총장을 바라볼 수 없다. 나는 모든 사람을 엮어주고 소통해주는 키-스테이션(Key-station)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방적으로 명령하기보다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 정해진 역할 속에서 충실히 잘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그것이다. 일방적으로 내 의견대로 끌고 가는 건 아니다.”

- 임기 중 반드시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가톨릭이라는 이름이 교명에 붙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정말 가톨릭 교육 철학에 의한 인재를 양성하는 거다.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 들어와서 정말 자기의 가치를 깨닫고 자기 삶을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학교가 돼야 한다. 지방 사립대에 오는 학생들은 사실 20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집과 학교에서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피해의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상실감이 큰 학생들도 많다. 우리 학교를 거쳐서 훌륭한 사회인으로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는 것, 평범한 소시민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런 걸 만들어 주는 게 가톨릭대의 역할이 아닐까. 어떤 학생이라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 김정우 대구가톨릭대 총장은…

1958년생. 영세명은 요한이다. 1981년 가톨릭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오스트리아 빈대에서 신학박사를 했다. 1993년부터 대구가톨릭대 신학과 교수로 몸담았고 신학대학장, 평생교육원장, 신학대학장, 신학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2007년 한국가톨릭신학학회 편집위원장을 맡은 바 있으며 2015년에 ‘생명의 신비상 인문사회과학분야 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사형과 인간의 존엄성≫, ≪신앙의 목표≫, ≪포스트모던 시대의 그리스도교 윤리≫ 등이 있다.

<대담 = 이정환 편집국장 / 정리 = 구무서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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