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사회적 책임 다해야…농성 계속 이어갈 것”

청와대 관계자 방문해 ‘대통령 뜻’ 전달했지만 사태 해결 기미 보이지 않아

▲ 17일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열린 서경지부 연대집회에 참여한 각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대학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하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이하은 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학교와 대립하고 있는 대학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연대집회를 통해 대학 당국을 규탄하고 나섰다. 앞으로 집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학들은 여전히 재정상의 이유로 협상을 미루고 있어,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17일 오후 3시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연세대 규탄을 위한 서경지부 연대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를 비롯해 고려대, 덕성여대, 홍익대 등 서경지부 소속 노동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400여 명이 참석했다.

청소·경비노동자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진행되고 있는 대학 측의 일방적인 인원감축과 구조조정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회를 맡은 민주노총 서경지부 최다혜 조직차장은 “대학들이 마치 짠 것처럼 똘똘 뭉쳐 어느 한 곳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없다”며 “대학의 일방적인 인원감축과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아르바이트 꼼수를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최 차장은 “아르바이트 투입으로 청소와 경비 인원을 줄이면 그 피해는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돌아간다”며 “대학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로 정년 퇴직자를 충원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 집회 참석자들이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중단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이하은 기자)

이경자 연세대 분회장은 청와대에서 연세대를 찾아 학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으나 달라진 점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분회장은 "학교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고자 본관을 찾았으나 총장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며 “정년으로 퇴직한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다면 본관 농성을 이어갈 것이다"고 밝혔다.

연세대 재학생과 동문들도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동문 류하경 변호사는 “지금 구조조정에 가장 앞서고 있는 사람들이 학생 때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를 걱정하며 강의했던 교수들”이라며 “전국 대학 중 3번째로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연세대가 청소·경비노동자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연대집회에 동참한 김금성 고려대 분회장은 “정부는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주문하는데 학교는 이에 단시간 일자리로 맞서고 있다”며 “고려대는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분회장은 앞으로도 농성을 지속할 뜻을 내비쳤다.

박진국 홍익대 분회장은 "학교가 노동자들을 업무방해 등 8가지 죄목으로 형사 고발한 것을 시작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로운 용역회사와 계약하면서 미화 노동자 4명을 해고했다. 학교에서 손도 안 대고 자른 것이다"며 "대학 노동자들이 뭉쳐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에는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연세대를, 앞서 11일에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고려대를 방문해 대학의 사회적 책임감과 안정적인 고용을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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