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년차에 맞은 개교 70주년, “성과는 구성원과 지역 도움 덕”
“대학 변화의 원동력은 인지도에 있어” 4대 브랜드 차별화 강조

 

연면적 132만㎡ 규모 숲 · 한국적인 캠퍼스 육성 노력
‘70억 정문’ 논란에는 “외부 지원으로 재원 540억 확보”
“거점국립대 육성 큰 그림 달성 위해서는 교부금법 필요”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전북대는 올해 개교 70주년의 금자탑을 세웠다. 취임 3년 차를 맞는 이남호 총장은 “지역민의 성원과 구성원들의 응원 덕분”이라며 공을 돌린다. 취임 당시부터 그가 내세운 것은 ‘성장을 넘어서 성숙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다.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지역의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미래를 찾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남호 총장이 제시한 원천은 ‘인지도’다.

“전북대가 각종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작년 전국 대학 중에서 정부 재정 지원 사업 유치 7위에 오르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장시대의 전략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는 새로운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야 한다. 그것을 성숙이라고 부른다.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기업·학계가 전북대를 바라보는 인지도다.”

2014년 12월 취임한 이래 3년간 이남호 총장은 전북대만의 브랜드 구축에 힘을 쏟았다. 세간의 이목을 끈 ‘모범생을 넘어 모험생을 키우는 대학’ ·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도 그의 구상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주창하는 전주시의 도시 육성에 동참해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이남호 총장의 전북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집무실에 걸린 전북대 캠퍼스 항공사진에는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132만㎡(40만평) 규모의 숲이 나타나 있다. 이 총장은 지도를 가라키며 지역민과 대학 구성원들이 아끼는 둘레길로 키워내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지역 연고 프로축구팀 전북현대의 홍보대사를 자처하기도 한다며 웃기도 했다. 본지는 이남호 총장을 지난달 22일 만나 전북대의 브랜드 구축 등 대학 운영 비결과 남은 임기 1년의 구상에 대해 묻고 고민을 들었다.

- 개교 70주년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했나. 
“사실은 피해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 시기에 총장을 지낸다는 것도 큰 행운이고 기회라고 생각했다. 1년 반 전부터 추진단을 꾸리고 노력했다. 지난 70년은 구성원과 지역민의 성원과 응원 덕택에 성장해 왔다. 구성원들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국민과 기업, 세계 학자들이 전북대를 바라보는 인식이 실제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 기업의 인지도를 보고 상품을 고르듯 어느 대학을 선택할 것인지도 인지도가 시발점이기에 이런 편견을 바꿔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임기 3년 간 많은 성과를 거뒀는데.
“임기 시작부터 성장을 넘어서 성숙을 이야기했다. 우리 고유의 브랜드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전북대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었다. 전북의 어느 낙후된 대학 중 하나였다. 취임하자마자 4대 브랜드를 내세운 이유다. 그중 하나인 모범생을 넘어 모험생을 키우는 대학도 학생ㆍ시민ㆍ기업 모두가 공감하고 좋은 콘셉트라고 호평을 받았다. 취임 당시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도 없었는데, 이에 필요한 도전과 변화를 즐길 줄 아는 인재상을 내보인 것이다. 또 다른 브랜드는 대학의 역할인 월드클래스 학문분야 육성이다. 2~3개 분야만큼은 국제적 수준으로 기르기 위해 7대 연구소를 중심으로 학문분야를 집중 육성했다.”

- 다른 두 가지 브랜드는 무엇인가.
“지역이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의 브랜드를 대학에도 접목시키고자 했다. 132만제곱미터(40만평)의 캠퍼스 둘레길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보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외국의 캠퍼스만 부러워했다. 억만금이 있더라도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는 자원이다. 대학의 대표 얼굴로 만들어 보고자 했다. 명품 둘레길 조성사업과 (한국적인 양식의 건축물을 조성하는) 한스타일 캠퍼스가 그것이다.”

- 한스타일 캠퍼스에 따른 정문을 새로운 스타일로 건축한다고 하는데.
“70억원을 투입한다. 그 돈으로 강의실을 개선하고 장학금을 올려주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사실 정문이 아니고 큰사람교육개발원을 신축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이 정문 고치겠다고 예산 신청한다면 지자체에서 주겠나. 큰사람교육개발원을 짓는 데 예산을 지원받았고, 사람들이 이 건물을 정문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듀얼 더블 듀티(Dual Double Duty)’ 기법을 활용하려다 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 한스타일 캠퍼스 조성은 어떻게 돼가나.
“총 18개 사업에 확보된 예산이 557억원이다. 이 중 등록금 재원(교비)은 17억원이고, 나머지는 국비, 지자체 지원금, 발전기금으로 확보한 것이다. 한국적인 캠퍼스를 표방하고 나서니 시와 도에서 예산을 많이 배정해 줬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대학이 대신 해주니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 말씀을 들어보니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과 하나되는, 함께하는 대학이라는 슬로건이 우리 대학가에 많다. 하지만 문화적 공감대가 같아야 한다. 담장 하나 허물었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전주라는 도시, 문화와 전라북도가 추구하는 전략사업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그건 지자체 일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가겠다고 하면 안 된다. 올해 우승한 전북현대 모터스 축구단도 돕고 있다. 그래야 전북이라는 지역의 이름값(Name Value)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대학이 전북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니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정부 재정 지원사업도 많이 수주했는데 비결이 궁금하다.
“비결은 열심히 뛰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계획서를 만드는 단계부터 잘 챙겨줘야 제게도 보고서가 잘 올라온다. 중요한 사업은 중간마다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점검한다. 그러면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대학의 모험인재라는 슬로건도 평가위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준 것 같다. 그 덕에 작년 기준으로 전국 4년제 전체 대학 중 7번째로 많은 사업을 유치했다. 등록금 동결 8년에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 정부의 거점 국립대 육성정책을 어떻게 보는지.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기조는 참여정부의 핵심정책이지 않았나. 공공기관을 대거 지방으로 이전시켰지만 수도권에서 인재를 옮겨오는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지역에 우수한 인재가 착근돼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있어야 기업이 내려오고 학생들도 떠나지 않는다. 일본 등 외국도 지역대학이 상위에 있으나 한국만 수도권이 상위를 독식한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거점 국립대학들이 수도권 명문대학 수준으로 육성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는 방향을 잘 잡고 있다고 본다. 다만, 내년에 책정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 국립대 예산이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인데.
“정부안으로 넘어온 예산이 1000억원이다. (인터뷰는 내년 예산이 국회 통과 전이었음-편집자 주) 9개 거점 국립대가 나누면 1년에 60억원 남짓이다. 입학금을 폐지하고 입학전형료도 인하했다. 또 각종 사업의 예산도 삭감해 실질적으로 20억원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한계가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와 매년 예산 확보 줄다리기를 할 필요가 없도록 중등교육처럼 지방재정교부금에 해당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야 한다. 세금의 몇 %는 안정적으로 국립대학 예산으로 고정 책정해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 내년 전망은 어떤가. 국립대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총장 직선제라는 현안이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정부의 가이드라인대로 국립대학 간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운영하고 있다. 상당히 진전을 본 터라 이를 다듬어 내년 1월 1일자, 늦어도 3월 1일자로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직선제 전환은 교수회에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절대 다수가 직선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거기 따르고자 한다. 선출 방식과 일정, 구성원 투표 반영비율을 합의해서 방안을 만들면 대학본부는 행정적 절차만 뒷받침하고자 한다. 본부에서 개입은 안 한다는 입장이다.”

- 임기가 1년 남았다. 전북대가 어떤 평가를 받는 대학이 되길 바라나.
“지역에 있는 대학이지만 혁신적이고, 모험심이 아주 많은 학생들이 배출된다는 평가를 받는 대학이면 좋겠다. 남은 임기 동안 전북대는 인지도‧평판도 개선이 가장 시급하므로 여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지 개선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이고 꾸준하고, 집중력이 있는 정책을 펼쳐야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일관되게 추진하겠다.”

▲ 이남호 총장이 이정환 본지 편집국장(왼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이남호 전북대 총장은…
1984년 서울대 임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부터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며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겸임연구관, 전북 생명의숲 운영위원, 전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중소기업청장 표창, 한국가구학회 학술상, 한국목재공학상 기술상 등을 수상하고 '목재건조학' 등 목재에 관한 저서들을 저술했다. 2014년 12월 전북대 17대 총장에 취임했다. 올해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회장을 지냈다.

<대담 = 이정환 편집국장 / 정리 = 김정현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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