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기술훈련’ 초점 ‘베트남’…고등직업교육 ‘전문대학’ 특성화·노하우 큰 만큼 당당

전문가 “베트남, 발전 전략으로 ‘기능인력’ 확보 주력…

국내 대학 유학생 유치 지원책도 있어야”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수교 25주년을 맞이한 올해 대외경제 여건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베트남에 한국의 존재감은 막대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베트남 간 ‘교육교류’는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베트남 최대 투자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베트남 입장에서도 한국의 교육·과학기술의 협력기반 강화는 아주 매력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은 우리나라 직업교육 분야의 도입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그동안 정부 간 논의를 거쳐 다양한 교육협력을 심화해왔으며, 그 결과 국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베트남 유학생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류와 협력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베트남 간 교육의 인적·물적 접근성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다양하고 심도 있는 양국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최대 투자국’ 한·베트남 관계 비약적 발전…교육교류서도 능히 = 우리나라와 베트남이 본격적으로 고등교육 분야 협력관계 토대를 마련한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당시 김영식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차관이 2005년 5월 31일 방한한 베트남 교육훈련부 방 띠엔 롱 차관과 양국 간 교육약정을 체결하며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교육협력이 국가적으로 장려되기 시작했다. 양국은 약정을 통해 모든 분야의 교육교류를 장려하며 △기술·직업·고등교육기관 간 공동연구 △교직원·학생의 상호교류 △커리큘럼 및 교과서 정보 교환 등에 합의했다.

실질적인 교류가 이어졌다. 베트남 교육 관계자와 전문대학 교수들이 선진 교육기법을 배우기 위해 영남이공대학교에 들어온 것이다. 2006년 컴퓨터전공 교수가 영남이공대학교에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 기계전공 교수 방문 △2008년 전기전공 교수 방문 등 대학에 머물며 한국어와 전공 관련 교육연수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2012년에는 베트남 컴퓨터그래픽 전공 교수들에게 교육연수를 진행한 영남이공대학교가 호찌민시(市)로부터 ‘호찌민시 우의훈장’을 받기도 했으며, 2015년에는 베트남 교육부로부터 전문대학 교수들의 직무연수를 지원해준 점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베트남 정부 훈장을 받았다.

여주대학교에는 2011년 베트남 여성가족부 공무원과 국제여성가족 교류재단 직원이 방문했다. 베트남 현지 특색을 살린 여성 직업능력 개발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방문단은 여주대학교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견학하며 직업훈련·창업 교육모델과 국내 다문화가정 지원정책 프로그램 등에 대한 정보를 얻고 돌아갔다.

계명문화대학교는 2010년 베트남 현지에서 나짱국립사범대학과 국제교류협약을 체결하며 베트남과 교육교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계명문화대학교는 나짱국립사범대학에 한국어 교육과 학술연구를 위한 교수 1명을 파견하고, 교수와 학생의 어학연수를 지원했다. 이어 2015년에는 베트남 하노이공업대학과도 교류협약을 체결하며, 뿌리산업 분야 기술인력 양성사업의 운영을 위한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전주비전대학교 역시 2015년 하노이전기기계대학과 복수학위제, 교환학생 운영을 주요 골자로 한 협약을 체결했다. △3년 과정의 자동차 제조와 장비기술 전공 분야에 대한 인력양성 △자동차 수리기술 단기과정 △일반 교환학생 운영 등에 대한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베트남 현지에 교육센터를 직접 개소하는 교류 성과로까지 이어졌다. 제주한라대학교는 2015년 국립후에대학과 함께 ‘후에·한라 간호교육센터’를 열었다. 현지 공동센터 개소로는 전국 전문대학 가운데 최초 사례가 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베트남 대학들의 한국어학과 설치가 잇따랐다. 하노이국립대와 훼대, 달랏대, 호찌민국립대 등 한국어학과·한국학과가 설치된 10개 대학은 현지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 수가 급증하면서 취업에 용이하다는 장점 덕분에 한국어 교육을 적극 권장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2011년부터 진출기업과 함께 한국어과가 설치된 대학에 자료와 교재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베트남, ‘직업·기술교육’ 가장 필요…“전문대학의 특성화·노하우가 답” = 교육분야 개발협력은 국제개발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핵심요소다. 우리나라도 국제동향에 맞춰 그동안 교육분야를 개발협력정책에서 중요한 위치에 놓고 추진해왔다. 특히 베트남과의 교육분야 개발협력에서는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경제개발전략’을 보면 현대화된 산업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 직업교육훈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한라대학교 국제교류원 관계자는 “직업교육에 힘쓰고 있는 베트남과의 교류는 전문대학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국내 대학마다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특성화 분야를 앞세워 베트남 교류사업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계명문화대학교 국제교육원 관계자 역시 “현재 베트남은 산업현장 기술의 선진화를 가장 필요로 하고 있으며, 기능인력 보유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베트남이 국내 일반대보다 전문대학과 교류협력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욱 장기적인 안목으로 베트남과의 교류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이뤄진 우리나라의 베트남 교육분야 개발협력사업 대부분이 직업교육훈련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문대학이 많은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더욱 전망이 밝은 대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베트남 하노이전기기계대학과 협약을 체결한 전주비전대학교의 한영수 총장은 “양국 간 경제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며, 인적자원 양성에 대한 필요성도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라며 “전문대학의 특성화 교육 노하우를 바탕으로 양국 모두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우수 인력 양성에 힘써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직업교육훈련 교육분야를 더욱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지난달 27일에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베트남대학협의회가 상호협력 협약도 체결했다. 앞으로 정부 차원 교류뿐 아니라 대학 간 직접 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황보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앞으로 양국 전문대학 간 다양한 방식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그간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전문대학이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 기업 맞춤형 직업교육에 대해서도 더욱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활발한 ‘현지 진출’…“베트남 유학생 유치 위한 개선책 마련도 병행” = 한국과 베트남 간 교육협력과 인적교류의 확대로 양국 간 접근성은 과거에 비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베트남 유학생 유치에 대해 국내 제도가 따라오지 못해 정책적 노력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입학자원이 급감하는 현실을 대체할 중요 인적자원으로 유학생 유치 확대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2020년까지 유학생 20만명 유치를 목표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2012년 이후 실질적 유학생 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올해 상반기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베트남 유학생이 2015년 7400여 명을 기록하는 등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이 한국어 습득을 위한 단기 유학생인 것으로 나타나 국내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국내 베트남 유학생의 수는 2015년 7400여 명을 기록하며, 양적확대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질적 개선을 위한 행정 제도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곽성일 아시아태평양본부 동남아대양주팀 연구위원은 “한국과 베트남 간 인적교류의 경우 양적 확대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질적 확대를 위한 방안을 양국이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5년 동안 양국의 경제 내·외적 관계가 급진전하면서 나타난 긍정적 현상과 부정적 현상을 객관적 입장에서 양국 학계ㆍ연구기관ㆍ정부 대표단이 함께 파악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비전과 협력 강화방안을 양국이 공동으로 마련해야 지속 가능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김홍길 한국전문대학국제교류부서장협의회장 “전문대학 국제교류활성화…해외 국가별 맞춤형 유학생 유치 위한 제도 필요해”

▲ 김홍길 회장

국내 전문대학의 국제교류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활동, 유학생·재학생 간 학습교류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부분을 총괄하는 한국전문대학국제교류부서장협의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홍길 경남정보대학교 국제교류센터장(호텔관광경영 교수)을 8일 만났다.

김홍길 회장은 전문대학 단독 외국인 유학생 유치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표창을 받은 국제교류 분야 최고 전문가다.

김 회장은 해외대학과 국내 전문대학 간 연계교육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글로벌 현장학습사업을 포함한 각종 정부기관 해외 인턴십, 대학자체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수행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와 동시에 그는 해외 국가별 맞춤형 유학생 유치를 위한 정부적 제도 개선도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우수인력 유치에 기본 틀은 유지하되, 특히 전문직업인 양성에 기반을 둔 해외 유학생 유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과 정책 모색을 수반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2015년 정부의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 발표가 있었지만, 그 이후에 전문대학의 외국인 입학에 필요한 규정·제도가 보완되지 않아 유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육부 국립국제교육원의 전문대학 직업교육을 위한 유학생 유치 박람회를 1년에 2회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별 유학생 유치 가이드북과 매뉴얼 개발을 통해 유학생 유치 대학에 종교별·지역별 등 다양한 정보를 수록하는 등 신규로 유학생 유치에 진입한 대학에 정보제공을 위한 방편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학별 유치 국가별 특성과 성공·실패 사례 등을 통해 전문대학 간 정보를 공유하면 건전한 유학 시장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학생 유치 환경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방안 확대와 대학의 유치 성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반영된 행정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안했다.

그는 “정부는 유학생 관리 질 확보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 탈락률 1% 미만 대학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반드시 확대 유지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이 제도를 폐지하면, 즉 대학에 부여한 권한을 베트남 영사관으로 이양할 경우 책임문제 등의 이유로 유학비자 승인업무가 지금보다 더욱 소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외국 유학생도 대기시간과 서류 준비에 큰 어려움을 겪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유학생 유치에 어려움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각종 정부사업의 평가지표로 포함돼 있는 글로벌지수에 해외대학과의 ‘공동학위(복수학위) 과정’이나 ‘편입학 제도’를 반영해 전문대학의 국제화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요구된다”며 “정부장학생(GSK) 사업 참여대학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와 국제화 역량 강화 선도대학에 대한 각종 정부사업 대학평가 항목 배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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