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문위 의원들, “입법미비...연내 재개정 추진”

UNIST 외 설치된 과기원 없어...구성원들 “민주적 거버넌스 필요”

▲ KAIST 정문 앞.

[한국대학신문 김정현·장진희 기자]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으로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의무화된 가운데 고등교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과학기술원 구성원들도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과학기술원 4곳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의원들은 과학기술원 사례를 ‘입법 미비’로 보고, 즉각 추가 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빠르면 연내 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원들이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이유는 본부의 결정이 ‘불통’과 ‘일방통행’이라는 불만과 무관하지 않다. KAIST는 올해 취임한 신성철 총장이 △무학과 트랙 도입 △인공지능(AI) 강의 이수 필수화 등 학사구조 개편 계획을 정식 절차를 밟기도 전에 발표해 논란을 불렀다.

2학년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 일부가 전공 없이 학부 과정을 마치는 ‘융합인재양성 무학과트랙(가칭)’이 대표적이다. 당시 KAIST는 학사과정을 변경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학·처장회의, 학사·연구심의위원회도 열지 않은 상황에서 입학설명회 홍보물 등을 통해 이를 발표했다. 

그러나 KAIST는 언급한 위원회를 거론하며 “소통에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성철 총장은 대학평의원회 설치 여부에 대해 “학생들과의 소통 창구는 제도적으로 여러 가지가 있다. 학사·연구심의위원회, 교과과정위원회, 융합기초학부검토위원회 등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총장은 이날 학생들의 대의 기구인 총학생회를 두고 “학생들이 권리를 주장하지만 책임은 별로 없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학생들을 설득하고 학내 공식 채널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다시 검토하라”고 지적했고, 학생회는 성명을 내 총장 발언을 규탄했다.

권세진 KAIST 교수협의회장도 “2011년 당시 서남표 총장이 지인을 이사회에 앉혀 문제가 됐다. 현재도 이런 상황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며 “총장 후보자를 교수협의회에서 여러 명 추천했으나 이사회가 모두 무시했다. 또 전임직 교수를 이사로 임명하도록 요구했으나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 UNIST 전경.

다른 과기원도 마찬가지다. UNIST의 경우 지난 10월 행정처장직에 직원이 아닌 교수를 보임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호일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 UNIST 지부장은 “행정처장에 교수를 임명한 것은 직원을 대학 운영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공공연구노조가) 예전부터 대학평의원회 도입 요구를 꾸준히 해왔다. 의결권을 갖고 교수, 학생, 직원이 동일한 수로 참여할 수 있는 평의원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UNIST는 현재 '대학평의회'가 설치돼 있으나, KAIST 교수평의회와 같이 의결, 심의권은 없는 건의, 자문기구다.

이충기 GIST 지부장도 “과학기술원은 기관장이 규정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다.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보장하는 평의원회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국회 교문위 위원들은 과학기술원도 대학이므로 대학평의원회 설치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학사관리 등 대학 운영에 있어 특별법에 의한 대학들도 고등교육법을 준용한다는 조항을 삽입하거나, 개별 특별법에 대학평의원회 법 조항을 삽입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안에 개정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도 “대학평의원회는 헌법상 보장되는 대학 자율화를 선도하는 기관”이라며 “과학기술원은 물론, 어떤 대학이든 대학평의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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