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대학에서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 지위 인정하지 않아

조교들의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대학원생 조교의 근로자 전환까지 산적한 과제들도 多

▲ 지난 8월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선포했다. 권리장전 선포는 대학원생 관련 인권 문제를 인식하고, 대학원생들의 인권을 보호‧증진시키기 위해 이뤄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대학원생의 인권이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사진은 서정호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가운데)이 김상겸 동국대 인권센터장(왼쪽), 윤성이 동국대 일반대학원장(오른쪽)과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선포한 뒤의 모습.

[한국대학신문 장진희‧주현지 기자] 대학원생 조교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아 대학 총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번 조치로 다른 대학에서도 대학원생 조교의 4대 보험·퇴직금 등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던 관행이 개선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한태식(보광스님) 동국대 총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지난해 12월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조교 458명을 대표해 “교직원과 같은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한 총장을 고발한데 따른 조치다.

동국대는 고발 조치 이후 올해 3월부터 조교 제도를 개편했다. 행정조교를 근로자로 인정해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퇴직금과 추가 근무 수당도 지급하는 방식이다. 

■ 대부분 대학들 ‘조교, 노동자로 인정 안 해’= 서울 주요 사립대의 경우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서강대는 대학원생 조교를 고용할 경우 장학금 형태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학원생 조교들은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4대 보험·퇴직금·연차수당 등의 혜택도 누릴 수 없다. 김종혁 서강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에서 풀타임(주 40시간 이상)으로 일하는 조교를 근로자로 인정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의도적으로 조교 근무 시간을 나눠 파트타임으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성균관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성균관대는 2017학년도 1학기에 대학원생 조교들의 임금 격인 근로장학금을 삭감해 학생들과 한 차례 마찰을 겪었다. 이 대학 대학원생 조교 A씨는 “학생 조교들은 실질적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장학금 형태로 임금을 받고 있다”며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니 장학금이 삭감되거나 최저시급에 미달되는 임금을 받아도 구제받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경희대 역시 학생 조교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희대 대학원 행정실 관계자는 “우리 대학에는 풀타임 대학원생 조교가 없다. 대다수가 주 3~4일만 근무한다”며 “근로자보다는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학생 조교의 근무시간을 더욱 줄여 학생 연구원으로서의 인식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것이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일제 대학원생에게만 지급하는 한국연구재단 BK21플러스 장학금을 받으려면 4대 보험 미가입자임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규정을 어기면 지급된 장학금이 환수될 수도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9월 “BK21플러스 사업 지원을 받은 대학원생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지원된 연구장학금은 환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신규 지원도 가능할지는 확실치 않다.

이에 대해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대학원생 조교 근로자성 인정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 진행 중”이라며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장학금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분위기에 맞게 환수 조치 또는 신규 지원 기준이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학원생 노동권 인정’ 확산될까…법 제정 관건 =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대학원생 조교의 노동권 문제가 이슈화됨으로써 공론장을 형성하고, 전반적인 대학원생 인권 개선에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신정욱 전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이번 조치가 학생과 근로자의 경계에 있는 다양한 학내 구성원의 노동권 보장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학회 간사, 이공계 연구원, 학부 근로장학생 등 다양한 직군 문제가 이슈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구 전 중앙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은 “교수들이 학생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뀔 것”이라며 “교수들이 학생을 근로자로 여기지 않아 발생하는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학교에서도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학원생 조교 처우를 개선하는 법령의 여부도 관심사항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고등교육기관 공시대상 정보에 조교의 수, 임금, 업무 범위, 근로시간, 근로계약서 등을 공개하는 ‘조교 근로 실태공개법’을 발의한 바 있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회기 안에 ‘조교 근로 실태 공개법’에 대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될 예정이다. 법 통과 이후 데이터가 공개되면 언론이나 국회에서 항상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 조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법안의 실효성을 높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학 측의 자발적인 제도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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