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 (본지 논설위원,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위원)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학도 그럴 것이다. 2030년경 미래대학의 모습은 어떨까. 반세기 전 앨빈 토플러 등 미래학자들이 모여 설립한 세계 최대의 미래연구집단 세계미래회의(World Future Society)는 2013년에 재미있는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현재 우리가 누리거나 경험하는 것들 가운데 15~20년 후에 사라질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미래예측 전문가들이 답변한 내용을 정리해 이 단체가 발간하는 <더 퓨처리스트 2013년 9/10월호>에 소개했다.

2030년경 사라질 10가지로 미래학자들은 편협과 오해, 교육과정, 유럽, 일자리, 상점, 의사, 종이, 인간의 경험, 스마트폰, 불안 등을 꼽았다. 교육 관련해서도 광범한 변화를 예측했는데 특히 교육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 것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와 같은 공장형 교육모델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새로운 방식이 현재 교육모델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있듯이 교육은 보수적 영역이고 기술발전과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종합수료증이나 졸업장, 학위가 소멸할 것이라는 파격적 예측을 한 미래학자도 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이 정작 직업 현장에서는 쓸모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교육과정,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표준화된 평가, 평점 등도 사라질 것으로 봤다.

웹상에서 우연히 교육제도를 풍자한 만평 하나를 찾았는데, 현재 교육의 모순을 촌철살인의 기지로 비판한 그림이다. 이 그림에 보면 큰 고목 앞에 원숭이, 펭귄, 코끼리, 물고기, 개 등 동물들이 나란히 서 있고 그 앞에서 평가관이 말한다. “공정한 선발을 위해 모두가 같은 시험을 봐야 합니다. 저 뒤 나무를 올라가는 시험입니다.” 원숭이에게 유리한 나무타기를 코끼리, 물고기, 개에게도 똑같이 가르치고 똑같은 시험을 보게 하는 현행 교육제도를 신랄하게 풍자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모든 사람은 천재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나무 타는 능력으로 물고기를 평가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바보라고 믿으며 살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교육은 똑같은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대량생산 방식의 공장형 교육이다. 이런 교육은 미래에는 사라질 것이다. 아니 사라져야 한다.

미래학자들은 미래 교육은 개별적 학습 분석과 맞춤화된 평가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 개별학습계획(Individualized Education Plan)에 따라 개인의 능력과 요구에 맞게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고, 졸업장 대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특정 지식과 기술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나노학위(Nano Degree)가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한다. 나노학위란 특수한 지식과 기술의 단기과정을 이수하면 수여되는 작은 단위의 학위를 말한다. 문재인 정부 정책공약에도 4차 산업혁명 분야 K-무크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취업에 활용할 수 있는 수료증을 받는 나노학위제가 포함돼 있다. 과학기술과 ICT의 급속한 발전으로 머신러닝,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VR, AR 등 신기술 분야를 온라인 단기과정으로 이수하는 방식은 불가피할 것이다.

테크놀로지 발달은 강의실이라는 공간개념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초연결사회가 되고 4G보다 20-100배 빠른 5G가 상용화되면 장소로서의 학교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나 연결해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튜브에는 다양한 동영상 학습콘텐츠가 있고 유다시티, 코세라 등 무크를 통해 전 세계 명문대학의 정규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2011년 설립돼 100% 온라인 강의, 실시간 영상토론 등 혁신적 방식으로 운영되는 미네르바 스쿨 같은 미래형 대학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2030년 미래대학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미래대학의 모습을 예측하기보다 변화 트렌드에 맞게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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