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 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 황보 은 사무총장

카자흐스탄 방문은 카자흐스탄 정부(정부대리인 격인 전문대학교육협의회,kasipkor)와 올해 봄부터 추진해 온 양 국가 간 직업교육 교류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것이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대표해 이기우 회장(인천재능대학교 총장)과 필자가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카자흐스탄 수도인 아스타나와 전 수도였던 알마티를 방문했다.

먼저, 방문 첫날 토요일에는 알마티 한국교육원에서 개최하는 한국문화축제와 한국 유학생 유치설명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아스타나에서 전문대학협의회를 방문해 아르샤베고브 누르갈리 의장과 MOU를 체결하고 상호 교류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교류의 물꼬를 트는 의미에서 카자흐스탄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의장 일행을 오는 11월 2일부터 사흘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17 진로직업체험박람회’에 초청했다. 한국의 발전된 고등직업교육 현황을 살펴본 후 양국이 어떤 부분부터 실질적으로 교류를 할 것인지 논의하자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아슬로바 비비굴 교육과학부 차관 면담 중에 카자흐스탄 정부가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의장의 한국 방문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확인했다. 이어서 우리 방문단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설립한 국립 전문대학 및 사립전문대학 등 3개 전문대학을 방문해 카자흐스탄 직업교육 현장을 둘러보았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직업교육의 내용이나 수준에서 아직은 많은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이기우 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 회장(왼쪽)이 아르샤베고브 누르갈리 카자흐스탄 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의장과 MOU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했다.

카자흐스탄의 교육제도

카자흐스탄의 교육행정 체제는 조금 독특하다. 국가 교육의 전반은 중앙 정부의 교육과학부(Ministry of Education and Science)에서 총괄하되, 산하에 ‘알띤사린 아카데미(Altynsarin Academy, AEA)라는 기관을 둬 여기서 교육행정, 교육제도 및 교육과정 등의 정책을 연구하고 관리·감독을 했다. 초· 중등교육은 주 정부에서, 고등교육은 중앙정부에서 관장해 우리와 유사한 체제를 갖고 있다.

학제는 초중등교육 11년(초등학교 4년, 중학교 5년, 고등학교 2년)이며, 중학교까지 9년은 무상 의무교육이다. 이러한 초중학교 교육을 통틀어 ‘쉬꼴라’라고 부르고 있다. 이후 우리나라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직업기술학교(2년 10개월, 또는 4년), 그리고 대학(3년~ 5년)으로 기본 학제가 구성돼 있다. 보통 중학교 5년을 마치면 직업기술학교에 갈 것인지, 일반 대학에 갈 것인지 결정한다.

직업교육은 초등직업교육, 중등직업교육 그리고 고등직업교육으로 구분된다. 초등직업교육은 쉬꼴라 9년(중학교)을 마치고 기술교육을 하는 단기 직업훈련학교이다. 우리나라의 특성화고등학교와 유사한 교육제도이다. 중등직업교육은 쉬꼴라 9년 또는 11학년을 마치고 입학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중등 전문기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학생들에게 직업훈련과 동시에 일반 중등교육을 제공하는 것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중등직업학교인 전문대학(college)으로 우리나라 전문대학과 비교할 수 있다.

전문대학은 과학기술 및 사회의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위해서 높은 수준의 지적 활동을 요구하는 전문가를 양성한다. 수학 연한은 보통 3~4년이며, 1년 반 동안 기본적인 과목을 배우고 나머지 1년 반 동안은 전공과목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직업 현장에 나가거나 일반대학에 편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등직업교육은 일반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고등교육으로 중등일반교육 또는 중등직업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즉, 직업교육에 대한 트랙이 구분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혼합된 학제와 비교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의 고등교육 범주는 Universities, Academy, 또는 Institutes 등의 교육기관으로 나뉘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범주와는 다르다. 직업교육과 고등교육을 별도의 트랙으로 분류하는 것을 보아서 카자흐스탄은 독일이나 프랑스와 유사한 듀얼시스템 학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EU 회원국이 EU 내에서의 학생과 교수의 교류를 원활히 촉진하고 학위의 국가 간 통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제를 통일하려는 Bologna Process를 카자흐스탄도 2010년 3월 채택하기로 한 것에서도 유럽 학제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자흐스탄 직업교육의 실태

카자흐스탄에는 817개의 직업교육을 하는 전문대학이 있다. 여기에는 213개 전공이 있으며, 693개 자격과정이 설치돼 48만910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특히 전 수도였던 알마티에는 92개 전문대학이 있으며 6만5979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수도인 아스타나에는 37개 전문대학에 2만7098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폴리텍, 각종 직업학교 등과 유사한 직업교육훈련기관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짐작된다. 카자흐스탄의 직업교육체제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은 2017년도부터 ‘모두를 위한 무상 직업교육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2017년도부터 9만2000명의 중학교 졸업자(9년)를 대상으로 2~3개의 직업자격과정을 무상으로 실시하고, 중등직업교육은 14개의 국립 전문대학은 제조업 기술, 농업, 서비스, 자동차 정비, 교육 및 보건 분야에 입학 성적에 따라 3만2000명을 선발해 무상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사립 전문대학에서는 1만6000명의 학생이 자비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력 양성계획과 아울러 이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경제부처 및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교류 확대 기대

우리 방문단은 카자흐스탄 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양국의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사를 논의하면서 카자흐스탄에서 진행 중인 다음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카자흐스탄 정부는 직업교육 교재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난해부터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의 우수한 직업교육 교재를 수집해 번역 작업 중에 있다. 둘째, 학교의 규칙을 제정 또는 정비 중에 있었다. 즉 학교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체제를 갖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셋째, 직업교육에서 현장실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53개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었다. 넷째, 2016년도부터 우리나라의 심화과정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16개 칼리지에서 시작했다. 다섯째, 2017년도부터 학생과 학부모 등 누구나 직업교육을 배울 수 있는 온라인 강의를 개발 중에 있으며, 3개월 후에는 누구나 수강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었다. 여섯째, 전문대학(college)의 직업교육과정에 대한 국민적 선호도가 낮아 기업체와 연계한 취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즉, 우리나라의 사회맞춤형 사업과 유사한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일곱째, 외국과의 교류는 주로 중국과 이루어져 왔으며, 교류 분야는 석유가스, 기계공학, 전기 등의 분야로 한정됐다.

그러나 이번 우리 한국 방문단의 방문 계기로 한국과의 교류를 매우 희망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카자흐스탄의 직업교육은 아직 완성된 체제로 안정화되지 못하고 새로운 체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자흐스탄의 국가 행정체제는 여전히 구소련 제도를 많이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개방화, 국제화, 인재 양성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특히 한국의 교육제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방문단이 카자흐스탄 교육과학부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방문하자 적극적인 교류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학생 또는 교수 교류는 양국 간 경제력 차이, 산업화 발전 정도, 언어 및 문화 등 서로 이해의 폭을 더 넓혀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우리 속담에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다’ 는 것처럼 양 국가 간 교류도 한 걸음 한 걸음씩 가능한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면 언젠가는 상생할 수 있는 교류가 되지 않을까 ?

▲ 사립 경영비지니스전문대를 방문해 디자인과 학생들의 졸업작품전을 둘러본 후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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