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울산과학대학 도서관 팀장

올해 초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신입생 글쓰기 평가를 했더니 39%가 70점 미만을 받았다. 논제를 벗어나거나 근거없는 주장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사용하는 비문(非文)이 많아 글쓰기 정규 과목을 수강하기 어렵다는 기사였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의 현주소를 보는 듯 했다.

이처럼 대학생의 글쓰기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산업사회 화두에 밀린 인문학이 도외시 되면서 글쓰기 교육을 등한시했고, 글을 읽고 토론하고 쓰는 통합 교육마저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어둡고 긴 잠에 빠져있던 인문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이 통과되면서 읽기에서 글쓰기 교육으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대학은 글쓰기 정규교과목 외에도 국고 지원을 받은 소수의 대학이 독서 프로그램과 연계해 인문학 읽기 및 독후감과 독서 서평 쓰기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도 전문대학생 대상의 ‘독서 서평대회’를 2017년 상반기에 개최해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

앞으로 대학생의 글쓰기 능력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첫째, 교육을 상시로 지원할 전담부서가 필요하다. 한 학기 수강하는 정규교과목만으로는 글쓰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없다. 현재 국고 지원이나 관계기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글쓰기 프로그램마저도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상주하는 전문가가 다양한 글쓰기 지도를 해야 한다. 독서 후 글의 종류가 독후감과 에세이 일변도에서 벗어나 글쓰기 영역을 감상문, 에세이, 서평 등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 서평 글쓰기를 장려했으면 한다. 이유는 첫째, 창의력 계발로 이어지기 쉬운 형식이다. 책을 정독하면서 저자 사항, 줄거리, 주제, 저술 동기, 핵심 내용 등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재구성(자신의 글 70%)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글이므로 한 편의 새로운 창작물이 될 수 있다. 둘째, 서평 글의 다양한 정보는 독자의 흥미 유발로 또 다른 독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크다. 셋째, 서평 글은 사회의 공론장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 집단토론 후든 개인의 독서 후든 서평 글이 양산된다면 조직과 사회의 소통문화 채널로도 작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 글쓰기가 대학생답게 쓰기까지 대학 당국은 상시 지원 부서와 인력을 상주시키는 등 지원책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글쓰기는 전공과 관계없이 대학교육의 근간이자 어느 분야에서든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글쓰기 능력을 으뜸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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