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전문대졸자’ 외면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전문대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차별받거나 불편을 겪고 있는 사례가 적지않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러한 사례가 대기업, 중소기업 등 사기업에서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조차 일어나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고졸·대졸전형 사이에서 설 자리 없는 ‘전문대졸자’ = A 전문대학은 인근 지역에 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기대감에 부풀었다. 여러 공공기관이 혁신도시로 이전해오면서 이 대학 학생들의 취업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다. 그러나 이는 곧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막상 지원하려고 하니 전문대학생 취업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A 전문대학 기획처장은 “혁신도시 조성으로 지방에 공공기관이 많이 이전해왔다. 지역인재전형도 있으니 우리 대학 학생들이 공공기관 취업을 하는데 유리하지 않을까 했다”면서 “막상 채용공고를 보니 대졸자 전형과 고졸자 전형으로만 양분돼 있고 전문대졸자 전형은 없었다. 전문대졸자는 아예 지원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설사 대졸자와 전문대졸자 구분 없이 일반전형으로 선발한다 하더라도 학사학위 소지자만 시험 자격이 주어지는 기사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등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면서 “전문대학에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라고 해놓고 공공기관에서조차 전문대학생의 진입조차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행태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 이 대학 학생들 가운데 공공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전문대학을 졸업했음에도 고졸자로 학력을 낮춰 지원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심지어는 전문대학을 중퇴하고 가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는 설명이다.

A 기획처장은 “어떤 공공기관은 전문대 졸업자인데 고졸자로 회사에 입사한 경우 이것이 밝혀지면 학력 위조로 입사가 취소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오히려 전문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B 전문대학 관계자는 “여기도 공공기관이 꽤 내려왔다. 그러나 (채용된 학생이) 아직은 없는 걸로 안다”면서 “전문대학 졸업자는 일반전형으로 넣을 수 있긴 한데 전문대학생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 일반대학 졸업자와 함께 경쟁을 붙이면 쉽진 않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지난해부터 전문대졸자 전형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는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전문대졸자전형이 없을 때는) 신규 채용자 가운데 전문대졸자가 1~2명 있을까 말까 했다. 아예 없었던 때도 있었다”면서 “전문대학 졸업자는 고졸전형에는 지원을 못하고 일반 대졸자와 경쟁하면 어려우니 전문대졸자만 대상으로 한 제한 경쟁을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채용 인원의 10% 이상은 전문대졸자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최성부 전문대학정책과장은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해결해보려고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를 관리 감독하고 있는 기재부와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식으로 학사학위 땄는데…” = ‘전문대학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해 학사학위를 받은 전문대졸자도 취업 과정에서 불편을 겪긴 마찬가지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기업의 무관심과 홍보 부족 속에서 이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퍼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초 C전문대학을 졸업한 박모씨는 기업 입사지원시스템의 학력사항 기재란에 전문대학 학사학위 항목 자체가 없어 불편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박모씨는 “정식으로 전공심화과정을 거쳐 학사학위를 받았는데도 이 제도 자체에 대해 잘 모르는 기업들이 많아 불편을 겪을 때가 많다”면서 “우리 대학은 4년제 학사학위를 운영함에도 4년제 대학에 검색이 안 된다. 자체적으로 입력해놓으면 기업체에서 대학명을 잘못 입력한 것 아니냐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 면접을 보러 가도 이에 대해 따로 설명을 해야 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D전문대학 졸업생 이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입사 지원시 학사학위를 취득했음에도 전문대졸자로 지원하거나 ‘기타’로 기입 후 인사담당자가 확인해 지원 내용을 수정하는 절차를 추가적으로 거쳐야 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이런 차별 혹은 불편사례를 조사해 기업들에 시정 요청을 한다는 방침이다.

오병진 전문대교협 입학지원실장은 “전문대학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2008년부터 운영했다. 교육부에서 인가했음에도 기업 입사지원시스템에 해당 기재란이 없어 전문대졸자와 똑같이 취급받고 있다”면서 “지난 3월 이런 사례를 조사해 기업체 3000여 곳에 시정 요청을 했다. 그 결과 몇몇 기업은 시정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도 대학들에 해당 사례를 모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에 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