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외될 경우 일반재정지원도 없이 국가장학금만 받게 돼 고민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정권이 바뀌었지만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예정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지난 1주기 평가 제외 대학들은 오는 11월부터 평가를 받을지, 받지 않을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특히 이번 평가는 2019년도부터 일반재정지원이 연계되기
때문에 해당 대학들은 심경은 복잡하다. 

▲ 교육부는 종교지도자 양성 및 예체능 특성화 대학들이 평가에서 제외되더라도 진단 목적으로 평가에 참여할 경우 구조개혁 조치를 별도 심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위 사진에 등장하는 학교와 인물들은 해당 내용과 관계 없음)

■“평가 받지 않은 대학, 받지도 말라”…제외 가능 대학들 고심=교육부는 지난 3월 기본계획을 통해 정원 전체가 종교지도자를 양성하는 대학이거나 예체능계열 학과일 경우, 2018년 기준으로 편제 완성 후 2년이 되지 않은 대학은 평가에서 제외하는 기준을 1주기에 준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사유로 평가를 받을 수 없는 대학은 별도 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된다.

1주기에는 제외 신청을 접수한 대학 39개교에 대한 심의를 진행해 일반대학 30개교, 전문대학 2개교 등 총 32개교를 평가 제외 대상으로 확정했다. 이후 한국산업기술대는 평가를 받겠다고 번복해 31개 대학이 평가 제외됐다. 평가를 진행한 이후 △종교계 위주 대학 △예체능 위주 대학 △편제완성 미도래 대학으로 4년제 5곳, 전문대학 3곳이 추가로 별도 조치 됐다. 이들 대학은 C와 D등급에 준한 비율만큼 정원을 줄이고 한국교육개발원 컨설팅도 받았다.

2주기도 1주기 기준을 준용한다. 교육부는 오는 11월부터 평가 제외 신청을 받고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정원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감축해야 하지만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외에는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문제는 특수목적사업 외에도 교육부가 2019년부터 도입 추진 중인 일반재정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정부 초까지 진행된 포뮬러 일반재정지원사업인 교육역량강화사업에는 대학구조개혁평가 제외 대학도 참여해 지원받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평가를 받지 않고 재정을 지원 받는다면 다른 대학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1주기 평가에서 제외됐던 대학은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평가를 받으라는 교육부 방침에 난색을 표했다. 한 예체능계열 대학 관계자는 “예술대학은 워낙 소규모인데다, 학생들이 일반 취업을 하지 않고 수업 형태도 달라 종합대학과 같이 평가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재정지원을 받지않으면 학생 교육의 질은 떨어지게 된다”면서 “1주기 전에는 다른 정부부처 지원도 받을 수 있었는데 다 끊겼다. 벌써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육 여건이 열악해진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평가 제외된 다른 대학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쳤다면 그 자체로 존립할 의미를 인정받은 것 아니냐. 정원도 평균치만큼 줄이고 컨설팅도 받았는데 일반재정지원사업에서도 차별을 두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종교지도자 양성 및 예체능 특성화 대학들이 평가에서 제외되더라도 진단 목적으로 평가에 참여할 경우 구조개혁 조치를 별도 심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해당 대학들의 선택지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 통폐합 대학, 시간도 벌고 재정지원도 받고 = 하반기 동안 동일 법인 산하 대학들의 통폐합 논의는 활발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통폐합 대학에 △평가 제외 후 재정지원 △통폐합 유형별 정원 감축 기준 완화 △통폐합에 따른 유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 허용 △보건의료계열 정원 △행ㆍ재정 우선 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평가를 받지 않아도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정원감축 요건이 완화된다는 점이 큰 인센티브로 작용한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통폐합할 경우 전문대학 입학정원을 2년제 학과는 60%, 3년제 학과는 40%, 4년제 학과는 20% 감축하도록 한 현행 기준을 2년제 55%, 3년제 32.5%, 4년제 10%만 줄여도 되도록 완화했다. 

일반대와 일반대, 전문대학과 전문대학 등 같은 학제대학이 통폐합할 경우 현재는 3개년 평균 미충원 정원을 감축하도록 했으나, 이를 개정해 보다 작은 규모의 대학이 입학정원을 10%만 감축하면 평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동일 재단 산하에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또는 전공대학이 있는 대학들은 통폐합 가능성을 타진하고 물밑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분교 체제 대학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다만 이같은 통폐합 논의가 물위로 떠오른 뒤 발생할 대학 안팎의 진통과 내홍은 변수다.

동일법인 내에 일반대와 전문대가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기 때문에 각 대학법인도 암암리에 논의하는 상황이지만 대학들로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존립 자체거 중요해졌고, 운영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해나갈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가를 피하기 위한 요량으로 통폐합을 꾀하는 대학들은 평가 제외 신청을 하더라도 심의 과정에서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사학비리로 수감된 이홍하씨가 설립한 신경대와 한려대는 지난 7일 통합 추진 협약을 맺고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2015년 평가 기준 또는 2차년도 이행점검 결과에 따라서 일정 등급 이상의 대학 간 통폐합을 인정하는 방식의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본교와 분교 간 통합은 최근 5년간 일정 기준에 의해 통합한 대학들이 있어 형평성 문제가 남아있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 속한 한 전문가는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논의를 통해 확정하겠지만, 부실대학 간 통폐합을 지원하는 정책은 누구도 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건실한 대학 간 통폐합을 통한 자발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형태는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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