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대립, 수능 개편안 쟁점은?

이견 갈리는 변별력, 전면 절대평가 전환에 대학은 ‘난감’
통합과목, 선택과목 개수 등 쟁점 다양해

▲ 지난 11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공청회장. 수능 절대평가를 찬성하는 내용과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들이 각각 들려있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오는 8월 말 발표를 앞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의견수렴을 위해 전국 각지를 돌며 진행 중인 공청회에서는 연일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 갈등의 근본은 평가 방식에 대한 입장차 = 수능 개편안에 대해 이견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평가 방식에 대한 차이 때문이다.

등급제 절대평가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상대평가가 비교육적이라고 말한다. 객관적인 점수를 통해 변별이 생기다보니 다른 사람보다 1점이라도 앞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교실 내에서 서로가 서로를 경쟁상대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잘해야 하는 상대평가는 ‘잘한다’는 특정한 기준이 없어 학습량이 무제한적으로 늘어나는 부작용도 있다. 좁게는 한 학교에서 넓게는 전국의 수험생을 상대로 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해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학업에 매달려야 한다.

미세한 점수 차이로 학생을 평가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94점과 95점은 교육적 측면에서 봤을 때 학업 성취에 있어 의미 있는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1점으로 대입 당락이 결정돼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전면 절대평가를 골자로 한 2안에서도 등급 구분을 완화해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9등급 절대평가제가 유력한 상태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이찬승 대표는 “수능 절대평가를 9등급으로 산출할 경우 학생을 9개 집단으로 세분화해 줄 세우기 때문에 현재의 경쟁이 거의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며 “학생들의 건강과 삶을 지키고 고교교육의 내실화를 이루기 위해 5등급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절대평가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학업에 대한 노력 차이에 따라 평가를 달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업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한 학생에게 높은 평가를 주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이다.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일정한 점수만 획득하면 모두가 동일한 등급을 받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 성취욕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김선희 회장은 “교과교육이 사실상 느슨해지면서 학생들의 전체적인 성취 수준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평가를 통해 분포를 넓게 잡으면 등급에 걸쳐 있는 학생들의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00점을 받은 학생과 90점을 받은 학생은 똑같이 1등급인데 89점을 받은 학생은 1점 차이 때문에 2등급으로 내려앉게 된다.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일정 점수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을 위주로 재수생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수능시험 자체에 대한 시각차도 한몫 = 현재 진행 중인 갈등 속에는 수능시험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한몫하고 있다.

등급제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쪽은 대체로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이 수능 대비에 몰두하다보니 학교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 공교육이 황폐화된다는 것이다.

객관식 시험인 수능 문제 체제가 단순 지식 암기형 인재만 양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창의‧융합적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한데 수능으로는 이러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수능은 대학에서 참고자료 정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절대평가 도입을 반대하는 쪽은 입시제도로서 수능의 기능을 유지하고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된 이유로는 객관적 점수로 평가하는 수능이 가장 공정하기 때문이다. 수능의 영향력이 약화되면 학생부위주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더 커지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 수능시험이 단순 암기식 문제풀이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는 “지금 수능 문제를 직접 풀어보면 수능이 다양한 사고력과 응용력을 갖춰야 풀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학업에 뛰어든 학생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1, 2학년 때 방황하다 3학년 때 철든 학생들은 학생부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에 뒤늦게 학업에 뛰어들어도 학생부중심전형으로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수능이라는 통로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 절대평가 체제 속 변별력 확보에 대학들은 고심 = 절대평가 논의에서 대학들은 변별력 확보 방안을 두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학생을 선발하는 주체인 대학은 여러 학생들이 지원했을 때 학생들을 선별해야 한다. 특히 정원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릴 경우 특정한 기준에 의해 당락을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정성은 국민적인 관심사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1등급을 받은 수많은 학생이 발생할 수 있다. 올해 절대평가로 전환되는 영어의 경우 6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전체 8.08%에 달하는 4만2183명이었다.

문제는 1등급을 받은 고득점 학생들이 다양한 학교와 학과에 고루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대학, 일부 학과에 몰린다는 것이다. 전 영역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들이 정원보다 많이 지원하면 대학들은 선별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와중에 대학별고사 등 대학 자체의 시험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지는 것이다.

변별력 확보의 대안으로는 내신이 꼽힌다. 동점자를 대상으로 전공 관련 교과목 위주로 내신 점수를 반영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는 “수능 한 문제 더 맞힌다고 대학에 적합한 인재는 아니다”며 “전공 관련 교과목 내신 성적이나 사교육이 개입하지 않는 면접 등으로 선별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미 학생부위주전형으로 대부분의 신입생을 선발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재 수능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8학년도 기준, 4년제 대학 전체 모집인원 34만9776명 중 74%인 25만8920명은 수시전형에서 선발한다. 이 중에서 22만3712명은 학생부위주전형이다.

안성진 성균관대 교수는 “절대평가 전환 후 변별력을 위해 내신 점수를 쓰면 결국 학생부위주전형과 마찬가지인데, 그러면 정시마저도 학생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혜택을 보는 것”이라며 “이미 학생부위주로 대부분의 학생들을 뽑고 있으니 24% 수준인 현재 정시는 그대로 가도 괜찮지 않나”고 설명했다.

■ 수능 반영 영역, 선택 과목 수 등도 이견 = 이번 개편안에는 수능에 포함될 영역과 선택 과목 개수도 쟁점으로 남아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안에는 1안과 2안 모두 △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통합과학 △한국사 △탐구 △제2외국어/한문 등을 출제 과목에 포함시켰다.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문이과 통합 교육을 실시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따라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1개 과목으로 합쳐졌다. 이번 개편안 연구에 참여한 이규민 연세대 교수(교육학)는 “하루에 시험을 치르는데 2개 이상 선택과목을 시험 보면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문이과 구분 없이 융복합적 사고를 함양하는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학생들의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교육학)는 “아무리 문학적 재능이 뛰어나도 사회, 과학을 못하면 적성에 맞춘 진로 선택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는 국가에 의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문제 출제 범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통합사회‧통합과학과 한국사는 1학년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공통 과목에 한해 문제가 출제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소장은 “1학년에서 배우는 과목에서만 문제가 출제되면 수능시험을 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사라져 2, 3학년 때보다 다양한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안선회 중부대 교수(교육학)는 “1학년 과목만 출제되면 2, 3학년 때 수능 대비 반복 교육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갈등만 증폭되는 양상이다. 교육부는 4차례 공청회 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8월 말 결정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선택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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