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영남대 국제교류팀

김난도 교수님, 안녕하셨는지요? 똑같이 대학에 몸담은 입장에서 교수님이라 칭해 드리면 보다 격식이 있는 것이겠지만, 교수님께서 학생들로부터 ‘난도 선생님’이라고 애정 어린 호칭을 갖고 계시다고 하니, 저도 그렇게 불러 드리고 싶습니다.

난도 선생님께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글로 많은 이들에게 반향을 일으키신 지도 이제는 꽤 됐습니다. 어쩌면 지금에 와서 제가 그 책에 대한 감상을 말씀 드리는 것도 멋쩍은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늘 청춘의 마음으로 살고 싶은 터라 나이가 사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종종 그러한 청춘을 위한 책들을 골라 보곤 하는지라, 언젠가는 선생님께 한 줄 글을 올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선생님의 글은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은 받은 만큼 비난과 비꼼의 대상이 되기도 한 모양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프면 환자지 청춘이냐’라는 말이었지요. 또 어떤 영화감독은 거친 언어로 선생님의 책을 감성팔이 정도로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코미디의 소재로도 등장하기도 했구요.

대학 일선에서 지금의 청춘들을 바로 코앞에서 만나는 저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저는 중년에 다가가면서 선생님의 바로 그런 글들이 오히려 와 닿습니다. 어쩌면 선생님도 아플 수밖에 없는 청춘의 어둠을 겪고 나서야 오늘의 빛나는 하루를 맞이했기에 그렇게 유려한 글로 청춘들에게 위안을 주실 수 있었던 것이었겠지요. 저 역시도 청춘 시절에 여러 험로를 거쳐 오늘날 그나마 보통의 삶을 살고 있기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중년으로서 다시금 오늘의 청춘들을 만나고 나니, 영원할 것만 같았던 청춘이 이젠 끝났다는 것이 야속하기도 하고, 먼저 며칠이라도 더 산 입장에서 지금의 청춘들에게는 어떻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 고민스럽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프다는 청춘들 못지않게, 소위 꼰대들, 순화해서 말하자면 기성세대도 제 구실하고 살기가 참 어려운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꼰대라는 표현이 널리 유행하는 것이 지금의 청춘들이 자신의 미숙함을 자각하고 선배들로부터의 값진 조언과 경험을 구하기보다는 복잡다기한 인생과 사회의 부조리를 뾰로통한 태도로 다른 세대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걱정됩니다. 이제는 웬만하면 손 안에 노트북PC와 스마트폰을 쥐고 인터넷의 무궁무진한 혜택을 누리며 사는 지금의 청춘들이겠지만, 대학의 일선에서 만나는 그들의 말과 글, 그리고 행동을 보면 오히려 사람과 어떻게 만나고 소통해야 할지는 모른 채, 세상을 쉽고 감각적으로 바라보고, 응당 젊은이로서 겪어야 할 조언과 질책에는 빨간 딱지를 붙이는 그런 태도 말입니다.

그러한 중에도, 여전히 자기 자신에 대해 엄격하면서도 타인의 생각과 경험에도 열린 자세를 가진 청춘들을 만나고 있어 즐겁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스스로 아픈 청춘에서 성숙한 개인으로 우화(羽化)하는 이들은 역시 소수라는게 아쉽습니다.

 청춘들을 위한 선생님의 헌사에 국가와 사회, 그리고 세대 문제에 대한 전능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냉소주의자들의 목소리보다는, 선생님의 글의 행간에 담겨 있는 지당한 깨달음과 이치를 저도 많은 청춘들에게 조심스럽게 전달해 하지 않나 싶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다음에도 선생님의 좋은 글 만나고 싶습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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