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과기혁신본부장, 과학기술R&D 예산 통솔하는 컨트롤타워 ‘요직’

▲ 박기영 신임 과기혁신본부장.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국가연구개발(R&D)를 통솔하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내정되자, 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서 물러난 인사를 재기용했다며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청와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장에 박기영 교수를 내정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식물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과학자로서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다양한 실무경험을 겸비”했다며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핵심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 및 과학기술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 신임 본부장은 지난 5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 제언을 담은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경쟁력》을 펴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명의로 추천사를 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기혁신본부는 기획재정부로부터 국가R&D 지출한도 공동설정권 등 예산편성의 일부 권한을 넘겨받는 사실상의 R&D ‘통솔기구’다. 예산 심의, 조정, 성과평가와 사업에 예산을 투자하기 전 사전조사 격인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맡는다. 20조에 달하는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 예산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향식(탑다운), 경제발전 위주의 기존 R&D 예산편성에 불만이 높던 과학기술계는 과기정통부가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해 왔다. 과기혁신본부장 인사에 이목이 쏠리던 이유다.

하지만 인사가 발표되자 현 정부에 호의적이던 과학기술계 관계자들까지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기영 교수가 2006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재직하며, 연구 윤리와 연구비 관리 문제에 연루된 인물이라는 지적이다.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세계 최초로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등 과학계의 문제제기로 결국 논문이 조작됐다는 것이 드러나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박 신임 본부장은 2006년 1월 황우석 전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청와대 보좌관직을 사임했다. 2004년에는 조작으로 판명난 황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려 ‘무임승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전공(식물생리학)과 관계가 적은 과제 2건을 맡으며 황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원을 부당하게 지원받은 것이 2006년 드러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대상자의 과거 행적이나 철학이 결정적으로 새 정부와 배치되지 않는 한 하자가 될 수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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