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발길 끊겨…블라인드 채용으로 대학가 사진관 타격 커

▲ 텅 빈 모습의 이대역 부근 한 사진관. (사진=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많을 땐 하루에 100명도 왔었죠. 대학가에서 사진관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합니다."

여름방학을 맞은 신촌 대학가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열기로 뜨겁다. 그러나 카메라 셔터소리와 화려한 조명으로 분주해야 할 대학가 사진관에는 적막만이 가득했다. 대학생들의 취업을 함께 해온 사진관 운영자들은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따라 이력서 사진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줄어들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지난 17일 오후 2시쯤 찾은 이대역 1번출구의 한 사진관 입구에는 취업준비용 증명사진을 모아놓은 홍보물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막상 사진관으로 들어섰을 때에는 단 한명의 학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기와 조명기구의 전원도 꺼져있었고 인화 작업 등을 준비하는 바쁜 움직임도 없었다.

사진관 운영자는 최근 정부가 이력서에 사진을 첨부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택하면서, 매출의 80~90%를 의존하는 취업사진 수요가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사진관을 찾은 손님 수에 대해 묻자 “한 자리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30여 분 간 예약을 알리는 전화벨도 방문객도 없었다.

13년 째 대학가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취업사진을 담당해온 조한승씨(42)는 "요즘만큼 힘든 때가 없었다. 몇몇 대기업에서 사진을 안보겠다고 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조씨는 블라인드 채용이 가시화 되면서 여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취업사진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그 수요가 줄어드니 자괴감이 든다. 고용했던 직원들도 다 나가고 혼자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모지상주의를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본인 확인 및 기업의 이미지에 맞는 지원자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신촌 일대 한 사진관의 취업사진 관련 홍보물. (사진=장진희 기자)

같은 날 3시쯤 찾은 신촌 명물거리에 위치한 한 사진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사진관에는 주인이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만 가득할 뿐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거나 방문하는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

신촌에서 10년째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ㄱ씨는 최근 블라인드 채용 여파로 인근 사진관 사이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신촌의 취업용 사진 비용은 3만~4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됐다. 그러나 최근 사진관 간 경쟁으로 가격도 폭락했다. ㄱ씨는 “주변의 한 사진관은 4000원대로 가격을 대폭 인하했더라”고 전한 뒤 “이런 소모적 경쟁이 지속되다가는 공멸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ㄱ씨는 “가뜩이나 스마트폰 등장으로 사진관은 사양산업인데 블라인드 채용까지 확대된다고 하니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승무원과 같이 외모가 중요한 취업 분야 사진 고객은 있으니 그걸로 버텨야 한다”고 밝혔다. 폐업하는 사진관도 많아질 것이라고 비관하기도 했다.

모든 사진관에 학생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것은 아니다. 여전히 몇몇 사업장에는 각각 3~4명의 학생들이 취업사진을 촬영한 뒤 인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 사진관 운영자는 크게 변화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신촌의 한 사진관 운영자 ㄴ씨는 “외모를 안 보고 지원자를 선별하는 게 일반기업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부문을 제외하고도 기업에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아직은 사업장에 크게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예상하고 일찌감치 틈새시장을 공략한 사진관도 있었다. 이화여대 주변의 한 사진관 운영자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복을 대여하고 사진을 촬영해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운영자 ㄷ씨는 “우리 업체는 괜찮지만, 앞으로는 학생들만으로 수입을 감당하긴 무리”라면서 “학교 주변 사진관도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