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본지 논설위원/ 삼육보건대학 교수(교수학습센터장)

아마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훗날 영화사에 의미 있게 기록될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옥자’라는 작품의 뛰어난 예술적 성취와는 별도로 이 영화의 제작 및 상영방식을 둘러싼 논쟁은 이미 5월에 열린 제70회 칸영화제를 시끄럽게 했고, 이후 국내 개봉 과정에서도 영화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멀티플렉스들이 국내 최고 흥행감독의 영화를 ’보이콧’ 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의 발단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기반인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은 ‘옥자’가 영화는 극장에서 먼저 상영해야 한다는 전통성과 기존 관습에서 배치됐기 때문이다.

사실 옥자가 아니었더라도 영화계가 언제가 한번은 겪을 만한 일이었다. 그리나 영화 관련 종사자들이 받은 충격과는 달리 관람객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논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관람객에게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익숙하다. 거기에 최신 영화까지 극장에 안 가고 볼 수 있다면 분명 반길 만한 일이지 걱정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취임한 김상곤 장관은 취임사에서 교육개혁을 완성해가겠다는 의지와 함께 ‘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 보장’을 약속했다. 그리고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해 개혁 완성을 위한 주요 정책들을 결정해 가겠다고 밝혔다. 지금 전문대학가에서는 이번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이전 정부와 다른 어떤 차별화된 대학정책을 펼칠 것인지 그리고 누가 국가교육회의에 전문대학의 대표로 참석하게 될지 등에 대해 크게 주목하고 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번 국가교육회의에서 전문대학의 정체성과 역할이 분명히 세워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 전문대학은 전문직업인 양성을 목표로 짧은 수업연한 동안 집중적인 현장중심의 교육을 시행하는 특징이 있는데도 아직도 많은 국민의 인식은 전문대학을 4년제 일반대학 진학 다음에 고려할 차선책 정도로 여기는 데 머물러 있다. 전문대학의 고유한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대학의 기능이 어떤 것인지가 분명해지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전문대학의 사명이 확립될 때 비로소 전문대학의 혁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인식에 근거해 그간 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중심으로 고등교육법을 정비하고 교육부의 전문대학정책과를 격상하는 등의 행정적 지원책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는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교육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전문대학 구성원 및 교육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전문대학의 새로운 역할과 비전을 구상하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뒷받침해줘야 한다.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했던 NCS 기반 교육과정 도입은 너무도 신속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된 탓에 전문대학에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민들과 학생들은 NCS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 따라 취업하고 인정받는 사회가 실현되고 있는지에 더 관심이 있다. KQF(한국형국가역량체계)가 중단된 현 상황에서는 NCS를 통한 능력중심사회 여건 조성은 요원해 보인다.

이번 ‘옥자’를 통해 촉발된 영화계의 전통과 관습에 대한 도전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와 마찬가지로 대학교육도 기존의 교육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도록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번 국가교육회의에서 국민들과 학습자가 기대하는 새로운 전문대학의 사명과 역할이 확립되길 기대하며, 추후 이를 실현할 충분한 행정적 지원도 뒷받침되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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