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의과대학 10곳…부속 동물병원 통해 2차 진료기관 역할 담당

농식품부 수의사법 '전문의' 부재…세계적 추세 ‘도입’ vs 철저한 준비 ‘선행’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물병원에서의 더 나은 진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2차 진료기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수의과대학 부속 동물병원에서의 전문 진료 체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전문의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건국대 수의과대학은 지난 2015년 국내 수의학교육인증 주관기관인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으로부터 ‘수의학교육인증' 최고 등급을 받았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국내 수의과대학은 모두 10곳이다. 지방거점국립대인 강원대·충남대·충북대·전남대·전북대·경북대·경상대·제주대가 수의대를 운영 중이다. 또 사립대인 건국대와 법인화대학인 서울대도 수의대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대학들은 부속 동물병원을 두고 수의학과 학생들의 수의임상실습과 교수·대학원생의 수의임상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과 산업동물의 질병 진단과 치료를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대학 동물병원은 사회통념상 2차 진료기관으로 분류된다. 민간 동물병원에서 진료하기 힘든 특화된 진료 분야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동물 또한 사람처럼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특정 질병의 경우에는 집중적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반려동물의 심장질환·항암치료·노령동물 질환 분야에서는 첨단 전문 진료 능력과 설비를 필요로 해 대학 병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또 지난 1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정된 수의사법을 시행하며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치료 행위를 금지했다. 앞으로 반려동물 진료 행위는 반드시 수의사를 통해 받아야 해, 대학 동물병원의 역할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현행 농림축산식품부 수의사법에는 전문의 양성 기준 등 관련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의 제도는 현행 의료법에 규정된 것처럼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뒤, 시험을 통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면 전문과목을 표기할 수 없게 돼 있다.

대학 동물병원들은 현행 수의사법에도 전문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권리 보장과 수의진료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일부 대학에서 이미 전문 진료과 개설 등 시스템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필요성도 근거로 들고 있다.

수도권 대학에서는 수의과대학 교육시스템과 연계해 대학 동물병원이 먼저 나서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의 인증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결국 수의진료 분야의 질적 발전과 평준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수도권 대학 동물병원 관계자는 “결국 전문의 양성을 맡게 될 대학병원에 맞춰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인증 방법과 절차, 교육방식 등 제도적 수립과정 연구가 빠를수록 현실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의 도입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지방대로서의 현실적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논의가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수도권 A대학 동물병원 관계자는 “교육 여건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며 “교수진과 시설 규모 등이 잘 갖춰진 수도권 대학에 비해 여전히 비수도권 대학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전문의 수련과정을 도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인턴·레지던트 인원 할당은 수도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의과대학 교육의 질적 평준화에 대한 방향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현재보다 더 불균형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B대학 동물병원 관계자는 “산업 규모에서도 비수도권이 불리한 상황”이라며 “대한민국 인구의 2분의1이 수도권에 밀집해있는데, 반려동물 인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많은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다양한 질환 사례를 접하는 데에 유리한 수도권 대학 동물병원이 전적으로 비수도권 대학보다 임상 케이스 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수의과대학의 수도권·비수도권 편차가 최근 급격하게 줄고 있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에 도입할 때가 된 것이 맞다”며 “학부생들이 비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뒤, 수련의 과정을 위해서는 모두 수도권 대학으로만 진학하지 않겠냐는 생각은 단순한 위기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영국·프랑스 등 유럽이나 미국 등 반려동물 선진국에서는 이미 전문의 제도가 있다”며 “세계적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전문의 제도를 도입하자고 할 때, 반대할 대학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 제도 도입은 결국 높은 진료 수준에 대한 비용 상승을 동반하는 것”이라며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반려동물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도 함께 높아질 때 전문의 도입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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