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 창립총회 및 세미나

▲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대학의 생존 카드는 ‘교육의 질 제고’에 달렸다. 사진은 대구보건대학 치기공과 학생들이 덴탈 3D CAD/CAM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가 26일 창립총회 및 세미나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수학습법 등이 강조되는 가운데 이러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는 그간 전문대학가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는 앞으로 △하계 워크숍 및 동계 심포지엄 개최 △회원교 유대 및 권익 활동 △대학 교수학습 개선을 위한 컨설팅 활동 △전문대학 교수학습 관련 출판물 간행 △국내외 대학교육 관련 학술단체 및 협의회와 제휴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또한 △교수학습 이론 △이러닝 콘텐츠 △실습교육 △특수교육 등 4~5개 분과도 만들어 운영할 생각이다. 특히 일반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는 K-MOOC, KOCW 등 온라인 학습을 전문대학에도 적극 도입해 전문대학 학생들 수준에 맞는 이러닝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고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정명화 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 추진위원장(동의과학대학 교수학습개발센터장)은 “일반대학이 K-MOOC, KOCW에서 하는 강의 내용은 전문대학에 적용이 안 된다. 전문대학생들에게 맞는 이러닝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서 “개별 대학에서 이를 제작했을 때 다른 대학에도 공유할 수 있게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 출범은 최근 전문대학가가 ‘교수학습’ 중요성에 재주목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전문대학이 생존 카드로 ‘교육의 질 제고’를 선택했고, 성패는 결국 교수학습에 달렸다는 것이다.

정 추진위원장은 “교육의 질은 절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면서 “유능한 학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수자에게 전공과 관련된 전문지식과 교수방법에 대한 지식, 교육학적으로 접근하는 교수방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창백 가톨릭상지대학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창의성이다. 학생들의 창의성을 길러주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시기”라면서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고리타분한 강의식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 스스로 갖고 있는 역량을 발견해 가르칠 수 있는 개별화된 새로운 교수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NCS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한 뒤 전문대학가의 이러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송 교수는 “그전까지만 해도 전문대학들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만 고민하다보니까 정작 필요한 교수학습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뤄뒀다”면서 “많은 교수들이 NCS를 적용해놓고 보니 이보다 실질적으로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대학가에서는 그간 개별 전문대학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대학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전문적인 교수학습 관련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교육학 전공자가 있어야 하지만 유아교육과, 간호학과 등 일부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는 전문대학이 아닌 경우 교육학을 전공한 교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강문상 인덕대학 교무처장은 “유아교육과, 간호학과 등이 개설돼 있는 대학은 그나마 교육학 전공자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이 많다. 우리 대학만 해도 교육학을 전공한 교수가 한 명도 없다”면서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체계적인 교수학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려고 몇 번 시도해봤는데 힘들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교수학습지원센터 내 연구원을 둘 수 있는 규모가 큰 일반대학의 경우 이들을 중심으로 교수학습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전문대학은 대학 규모나 재원 등이 그에 비해 넉넉지 않기 때문에 협의체를 구성해 상생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전문대학가의 갈증은 설문조사 결과로도 나타났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4월 21일 열린 ‘전문대학 교수학습지원센터장 및 관리자 워크숍’을 열고 이날 참석자 170여 명 가운데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교수학습지원센터 협의체 발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무려 87.2%를 기록했다.

이는 창립총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졌다. 지난 22일 현재 창립총회에 참석하겠다고 사전 신청한 사람만 120명이 넘는다. 전국 전문대학이 137개교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대학에서 참석하는 셈이다.

사실 이런 시도가 처음 있는 건 아니다. 2004년 전국 전문대학교수학습개발센터협의회를 구성하고 3년간 활동한 바 있다. 그 당시 전국 전문대학 교수학습 관련 부서 연수, 교수학습 연구대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내에 교수학습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레 없어졌다.

당시 전문대학교수학습개발센터협의회 설립에 관여했던 이해선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안동과학대학 교수)은 “이번 ‘전문대학교수학습발전협의회’는 창립이라기보다 사실 재건의 의미가 크다”면서 “이들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연수 등 전문대교협이 가져온 사업들을 다시 되찾아 가야 한다. 전문대교협도 이들을 지원해 주는 건 중요하지만 너무 관여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