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현 (연세대 대학원생, 가명)

최근 연세대 교정에서 발생한 대학원생의 ‘텀블러 테러’사건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켰다. 사제 폭탄을 이용한 사건인 만큼 더 이상 우리나라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이 대학원생을 테러 용의자로 만들었는가’ 다. 범죄를 저지른 대학원생의 극단적인 행동은 그 어떠한 이유로든 명백하게 합리화 될 수 없다. 그러나 지식의 요람인 대학 캠퍼스에서 발생한 이 사건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우리는 한번쯤 뒤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존재는 지식의 요람을 넘어서 시대의 아픔을 함께하고 문제를 공론화하는 장소였다. 아이러니 하게도 30년 전 연세대 교정에서는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모습에 소리치고 행동의 기폭제가 된 고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대학은 시대정신이 깃든 과거의 모습은 점차 잊혀지고 청춘의 아픔만을 지닌 캠퍼스로 변해가고 있다.

뉴스를 통해 사건이 처음 보도 되었을 때, 많은 네티즌들에게 오르내린 용의자의 신분은 IS 테러범도 간첩도 아닌 대학원생이었다. 해당 사건의 용의자와 피해자 간 평소 관계를 떠나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대학원생에 대한 통념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반응이었다. 후속 학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대학원생의 모습은 언제부터 우리에게 불만 많은 존재로 비춰지고 있다. 어쩌면 대학원생들에게 교수님은 학문적으로 인격적으로 존경 받아야할 ‘선생(先生)님’의 존재가 아닌, 본인이 속한 조직의 상사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들로부터 가장 큰 바램은 새 정부가 ‘소통의 정부’가 되는 것이다. 지난 보수 정권에서 불통의 정부로 많은 국민이 실망했고 아파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소통’은 현 시대에서 가장 원하고 필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소통’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려가 결여돼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로인해 이따금 우리를 큰 충격에 빠트리는 사건이 일어나곤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통’은 대학을 포함한 우리 모든 사회관계에서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다시 이번 연세대 사건을 생각해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대학원의 모습에 경종을 울렸다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사람은 자연스레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그대로 넘기지 못하는 ‘불인지심(不忍人之心)’의 마음을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과연 우리에게 ‘불인지심’의 마음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서로의 아픔을 듣고 함께 공감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 이러한 대학, 더 나아가선 사회로 나아갈 때 제2의 ‘테러범 대학원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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