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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의 시대’…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기사승인 2017.06.13  08: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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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위안·트렌드· 재미’ 키워드 도서 대출 상위권
전문가들 “책은 시대의 거울…청년들 앞날 고민 깊어진 영향”

   
▲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황성원·윤솔지 기자] 책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특히 대학생들이 즐겨 읽는 도서는 청년 세대의 생각과 가치관을 대변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 속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과 대통령 탄핵, 장미 대선에 이르기까지 문화부터 경제, 정치 등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이 같은 격변의 시기 속 대학생들이 선택한 책의 키워드는 △미래 △위안 △트렌드 △재미로 모아졌다.

학술정보통계시스템(www.rinfo.kr)에 따르면 2016년 수도권 전체 대학 중 재학생 1인당 대출 책 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1위 서울대 △2위 서강대 △3위 이화여대 △4위 연세대 △5위 고려대로 나타났다. 이들 5개 대학의 2017년 1학기 동안 인기 대출 도서 지표를 살펴본 결과, 대출 순위 상위권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전망하는 교양서적이나 인류의 미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들이 차지했다. 

■ ‘한 우물만 파라’는 옛말…넓고 깊게 생각한다 = 대출 순위를 통해 본 대학생들의 독서 경향은 깊이 있는 이론이 담긴 서적보다 넓은 분야에서 고른 지식을 다룬 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부터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등에 관해 폭넓은 이야기가 담긴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주요 대학에서 두루 많이 읽힌 책으로 나타났다.

방대한 인간 역사를 통해 미래를 전망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인간 사회의 다양한 문명을 분석하고 미래를 진단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도 5위권 안에 들었다. 위대한 사상가들이 말한 ‘정의’를 다양한 관점을 통해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는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는 5개 대학 가운데 3개 대학 도서관에서 대출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최근 2년간 대학 도서관 대출 상위권에는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등 판타지 소설들이 대거 포함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번 학기 판타지 소설 순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거나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관한 대학생들의 걱정과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 ‘나만 힘든 게 아니야’…어려움 극복한 책 읽으며 위로받아 = 또 장기화된 취업난과 불안정한 시국 속 N포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이 책을 통해 치유 받으려는 경향과 더불어 사회적 트렌드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불안함에서 벗어나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다룬 기시미 이치로의 심리학서 《미움받을 용기》와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데이비드 케슬러의 《인생 수업》, 절망 속에서 행복을 찾는 하야마 아마리의 에세이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가 대출 상위권에 오르며 힘든 상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이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청년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직장 생활의 표본이라고 불리는 윤태호의 만화 《미생》은 지난 학기에 이어 여전히 많이 읽힌 책으로 꼽혔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중국 비즈니스 현장을 그린 조정래의 소설 《정글만리》도 순위권에 올라 장기화된 취업난 등으로 불안정한 청년들의 미래를 책을 통해 위안 받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A씨(경제4)는 “많은 대학생들이 SNS를 사용하지만 다들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려다 보니 종종 상대적 박탈감도 느낀다”며 “힐링 도서라고 불리는 책을 읽으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고 느끼면서 위로받을 수 있어 주위 친구들도 많이 읽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재미와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경향도 강하다. 인류의 미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제3인류》가 상위권에 올랐고, 인간 본연의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뤄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은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도 인기다. 남녀의 낭만적 사랑을 그린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여러 대학에서 대출 상위권에 올랐다. 이외에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이슈가 됐던 고구려의 여섯 왕을 다룬 김진명의 소설 《고구려》, 역사 교양서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저승 이야기를 다룬 만화 주호민의 《신과 함께》 등도 인기 목록을 차지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홍순영 수서정리과 팀장은 “학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문제에 관해 다양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도서가 대학생들 사이에 상당한 인기”라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관련 책들도 상위권에 랭크돼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경향도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이 같은 경향은 시대상황의 영향이 지배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김성철 고려대 도서관장은 “사회가 전체적으로 어렵다보니 청년들이 내면의 치유나 위로가 필요하고, 불안한 미래를 두고 진로를 설정할 때 미래 방향에 관한 관심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도서 대출 순위는 시대상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라고 말했다.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정재영 수서정리팀 부장도 “학생들이 진로와 취업으로 고민이 늘고,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이슈가 쏟아지다 보니 미래와 힐링에 관련된 책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몇 년 전 젊은 세대에서 현실 세계의 각박함을 탈출하고 싶은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판타지 소설의 대출 순위가 급격히 상승했듯 도서관 대출 순위는 학생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성원·윤솔지 기자 hsw·ysj@unn.net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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