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과총 설문조사 결과 놓고 대토론회 열려

▲ 과총은 24일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공약에 대해 과학기술계 전 분야 1238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신정부 과학기술혁신(STI) 정책 혁신 방안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주요 3당의 국회의원과 함께 대학, 출연연, 기업 및 언론 등 과학기술계 전 분야를 대표하는 패널 13명이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김명자 과총 회장(가운데)이 토론회 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제공)

문승현 GIST 총장 “대학‧기업‧출연연 경쟁 구도 된다. 역할분담 해야” 우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 “대학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청년과기인 처우문제”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기업에서 네거티브 규제(꼭 필요한 규제만 남기자는 것)보다 기초연구 비중 확대에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파이프라인이(산업현장에서 실용화할 수 있는 원천기술 공급처) 없느냐는 이야기다.”

토론회에 참여한 유명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이같이 말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24일 ‘신정부 과학기술혁신(STI) 정책 혁신 방안 대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과총은 10일부터 14일까지 문재인 정부의 과학기술 공약을 두고 과학기술계 12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이날 이를 발표하고 토론을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대학, 정부출연연구원보다 기업이 타 소속보다 기초연구 지원을 강조했다는 결과가 이목을 끌었다. 과총이 24일 발표한 설문에서 '새 정부의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공약 중 시급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기초연구 비중 확대'는 전체 응답자 중 22%로(261명) 2위를 기록했지만, 소속별로 보면 기업이 37%로(97명), 출연연(28%, 74명), 대학(23%, 61명)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공약 중 시급한 것'으로는 꼭 필요한 규제만 남기고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마다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네거티브 규제'는 4위(18%)에 그쳤으며, 기업 응답자 47명으로 출연연 응답자의(108명)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통상 기업이 연구보다 기술이전 등을 가로막는 규제 철폐에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달리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간 과학기술계에선 기초연구 활성화, 자유공모 연구비 증가 담론이 물밑에서 있어 왔으나,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건 작년이다. 호원경 서울의대 교수가 주도해 연구자 494명(온라인 포함 1498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청원한 '자유공모 연구과제 비중 증가' 의안이 채택된 것이다. 과학기술인들의 첫 자발적 집단 청원으로 화제를 모은 이 안은 지난 1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토론 중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문 총장은 “기초연구 비중을 확대하자는 말은 응용, 실용화 연구를 하지 말자는 얘기 아닌가”라며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19조인데, 민간 기업 투자는 3배인 60조 정도다. 역할분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국가에서 (대학과 기업이) 기초, 실용연구를 연계하는 정책을 도입하면 대학도 기초연구에 몰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유명희 KIST 책임연구원은 “기초연구를 통해 적용, 기술이전을 하는 단계는 상호작용이 많다. 기업 대표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기초, 응용연구 모두 적용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기에 기초, 응용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논리는 우려스럽다”고 반박했다.

문승현 총장은 토론회 후 본지 취재진에 “평소에도 ‘과학기술은 기업이 춤을 춰야 한다’는 표현을 쓴다. 세계적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대학, 기업, 출연연도 기초와 실용을 하게 되면 같은 주제를 갖고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역할 분담을 잘하자는 취지로 말씀드렸지 기초연구를 하지 말자는 의미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청년과학기술인 관련 공약을 묻는 설문 결과를 두고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오세정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학생연구원, 대학원생, 포닥(박사후연구원) 관련 내용이 없다. 왜 대답이 적은지 보니 참여 인원 중 20대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 응답자 중 대학원생은 2%, 20대는 3%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토론회 후 오세정 의원은 “설문에 응답한 이들이 문구의 의미를 모르고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대학원생과 비정규직 연구원 처우 개선 문제다”며 “이들은 연구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말이 안 되며, 4대보험 등 근로계약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에는 출연연에서 가장 많은 41%가 참여했으며, 대학은 기업(29%)에 이은 3위(17%)로 나타났다. 토론에 참여한 이은우 과총 사무총장도 “상대적 비교와 우선순위를 확인하는 설문이므로 적은 표를 받은 정책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명자 과총 회장도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공약으로 답한 것 1, 2 순위를 묶어 비교해보니 대체로 모든 문항에서 큰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고민하다 1순위 답을 중심으로 결과를 분석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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