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총, 젠더분석 도입을 위한 연구지원 정책 공청회 열어

▲ "4차산업혁명의 키워드는 다양성의 수용이 아닐까" 토론회 좌장인 이우일 서울대 교수가 패널들의 발언을 듣고 정리발언을 하고 있다. 여성과총 젠더혁신연구센터가 2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연 ‘과학기술연구에서 젠더분석 도입을 위한 연구지원 정책 공청회’서 아직 한국에 생소한 '젠더분석'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사진=김정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젠더분석 연구비를 조금 더 투자해 수백억불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냈다고 분석했다”

백희영 여성과총 젠더혁신연구센터 센터장은 골다공증 치료제가 여성에게만 유독 잦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데 대해 진행된 미국의 ‘우먼 헬스 이니시에이티브’연구의 성과 분석을 소개하며 이 같이 설명했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젠더혁신연구센터는 20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연구에서 젠더분석 도입을 위한 연구지원 정책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학계에서 연구 수월성과 산업적 가치창출이 인정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연구 현장서도 생소한 ‘젠더분석’의 인식차를 깨닫고 도입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젠더분석은 모든 연구에서 젠더라는 사회문화적 측면에 영향을 받을 때 이를 분석에 포함시키는 연구방법을 말한다. 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남성, 여성의 차에 대한 가정과 태도, 연구로 인해 영향 받는 또는 결과물을 사용하는 사람의 젠더 차이에 의한 요구, 행동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동물실험에서 남성 실험체만을 갖고 연구할 경우 그 성과가 여성에게 예상하지 못할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는 것 등이다.

젠더혁신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인 이혜숙 이화여대 교수(수학)는 “정책 도입 이전에 (기존 연구에) 성차가 있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다”며 몇몇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예컨대 ‘여성의 병’으로 알려진 골다공증은 남성이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말기에서야 받아왔는데 이도 여성을 기준으로 한 진단법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1997년 남성의 특성을 고려한 치료법이 개발돼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우울증에 쓰이는 세로토닌도 성차에 따라 정반대의 반응이 나타난다는 사례도 제시됐다. 이 교수는 “개인에게 치명적인 문제지만 국가 전체로는 보건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혜숙 교수는 젠더분석이 세계적 추세임을 강조했다. 앞서 유럽연합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약 770억 유로가 투자되는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에 정책으로 젠더분석을 명문화하고, 연구비지원서 서식에 젠더분석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이유를 작성해야 한다. 이후 이를 제대로 시행하는지 감사 및 조사를 실시한다.

그 밖에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캐나다 보건연구원(CIHR), 오스트리아, 프랑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이 젠더혁신을 위해 연구비 지원정책을 이미 도입했다. 또 네이처, 사이언스, 란셋 등 유명 국제 학술지도 젠더분석을 촉진하기 위해 한 성만 갖고 연구를 했을 때 이유를 작성토록 하고, 신경과학계 유명 학술지인 저널오브뉴로사이언스도 올해 논문 게재 기준 요구사항에 도입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왜 젠더 격차를 연구에 반영하지 못했던 것일까. 한국연구재단 전 생명과학단장인 김준 고려대 교수(생명과학)는 “실험동물을 쓰려면 최소한의 수로 실험을 해야 하는데, 암컷은 호르몬 사이클이 다양해 돈과 개체수가 더 많이 필요하다. 한 여성 신경생물학자에게 물어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남성만 쓰고 있다고 한다”며 “결국은 돈이 뒷받침돼야 하며, 강력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연구현장의 인식 부족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혜숙 교수는 “한국은 3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정책 기본계획에 반영했지만 현장의 연구자 인식이 부족하다. 기관이 (평가 항목에 포함하는 등) 공식 표명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연구재단 연구원 대상으로 물어봐도 젠더혁신에 대한 연구자 인식이 중요하다는 입장이 73.3%로 정부의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옥라 서강대 명예교수(사회학)는 “여성과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 왜 이제까지 약과 실험을 다르게 다뤄오지 않았는지 문제시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과학기술은 젠더혁신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다. 젠더 감수성 강화 교육, 토론과 방향을 제시하는 프로그램 등 젠더 인식을 끌어올리는 데 핵심을 두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향후 해당분야를 위한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대 교수인 박중곤 한국연구재단 공학단장은 “연구재단의 학술진흥본부가 BK, CK, LINC+에 젠더연구를 평가수치에 넣어 널리 퍼지게 해야 한다. 이공분야기초연구지원사업의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등에서 장차 여성도 50% 이상 선정되도록 구상을 하고 있다”며 “여성연구자들이 기획재정부에 홍보를 해 필요성을 제기해 주면 재단도 돕겠다”고 설명했다.

정병선 미래창조과학부 국장도 “젠더혁신 이슈는 연구개발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어여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간과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연구비는 당장 증액이 어려울 수 있는데, 젠더혁신 연구사례를 주면 관계부처를 설득해 보겠다. (제가 속한) 기초원천연구정책실에서도 교육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겠다. 비용을 추계해 장기계획에는 (젠더혁신을) 꼭 넣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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