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문위서 합의 이루지 못하면 교육정책 한 발짝도 못 나가”

올해부터 ‘입시박람회’ 주관…전국 시·도 교육청 협약으로 시너지
직업교육 패러다임 대전환 필요…교육체제부터 법·부처 개편 제안

[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내가 취임한 이후 이기우 국장, 황보은 과장 체제로 돌아갔다 하더라. 그만큼 실무적이라는 뜻이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은 발로 뛰는 리더다. 인터뷰를 하기 바로 직전까지도 전화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국회의장과의 간담회 일정을 잡기 위해서다. 최근 그는 국회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다. 전문대학 관련 정책을 반영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 회장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교육정책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한 발짝도 못 나가게 돼 있다”며 “대선주자의 공약에 전문대학 관련 정책이 들어가도록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국회의원들에게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서는 이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현재 발품을 팔아가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보는 ‘삼실(三實)’이라는 그의 삶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는 “공직생활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50년간 삼실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삼실은 진실, 성실, 절실”이라며 “그 가운데 제일 중요한 건 절실이다. 절실은 어떤 일을 해낼 때 상대방의 가슴을 울리는 절절함이다. 어떤 일을 이뤄내려고 할 때는 2~3번 때로는 10번도 만나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일을 해내곤 했다”고 강조했다.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16~17대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19대 회장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전문대학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것이 전문대교협 회장을 다시 맡는 것일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도 14ㆍ15대 회장으로 일하면서 전문대학의 여러 현안을 열심히 해결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 처음 전문대교협 17대 회장으로 다시 취임할 때만 해도 책임감 때문에 소회 등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최근에 와서 생각을 해보니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현재 학령인구의 급감과 대학구조개혁 등 격변하는 교육환경과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전문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결집해서 고등직업교육의 비전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전문대교협 회장으로 다시 불러준 건 전국 전문대학 총장님들이지만 이때 필요한 일을 해달라는 시대적 요구가 아닌가 한다. 전문대교협 회장의 역할은 137개 전문대학이 합심해 어려운 시기를 같이 극복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 개인 또는 자기 조직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보다는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의 발전 등을 생각하며 회장직을 제대로 수행해내겠다.”

-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소통, 신뢰, 기본 등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 7개월간 여러 현안 TF팀을 구성하고 실제로 상당한 성과도 낸 걸로 안다.
“학생 수가 급감하고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다. 각 대학이 갖고 있는 강점을 통해 작지만 강한 대학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 능력을 서로 나눠야 한다. 이게 소통과 배려의 첫걸음이다. 취임 후 학령인구 감소 등 다양한 사회 변화에 따른 전문대학의 시급한 현안에 대해 대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모두 5개 분야에서 TF팀을 구성, 각 분과별로 수차례 회의를 가졌다. △대학구조개혁 TF팀 △기관평가인증 TF팀 △등록금 현실화 TF팀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개선 TF팀 △수업연한 다양화 입법추진 TF팀 등이다. 옛날에는 어떤 방안을 만들어내려면 전문가 교수 몇 사람에게 연구를 의뢰해 나온 결과를 적용하는 식으로 했다. 이제는 아니다. 각 TF팀마다 총장, 교수 등 그 분야에서 가장 경험도 많고 전문가로서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분들을 모셨다.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전문대학 현실에 맞는 방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례로 대학구조개혁 2주기 평가를 앞두고 TF팀을 구성했다. 6번의 TF팀 회의, 2~3일 합숙집중토의, 2번에 걸친 회장단 회의, 이사회 승인, 마지막으로 전국 137개 대학의 의견수렴을 거쳐 만들어진 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에서도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우리의 안을 신뢰하더라. 그 결과 100% 받아들여졌다.”

- 올해부터 전문대교협이 입시박람회를 주관하기로 했다.
“그렇다. 올해부터 ‘전문대학 입학정보 박람회’를 전문대교협에서 주관해 개최하게 됐다. 사실 최근 취업문제 때문에 직업교육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올해의 경우 전국 118개 전문대학에 7412명이 지원해 1453명이 등록했다. 앞으로도 직업교육과 취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은 더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여전히 수험생 및 학부모, 고등학교 교사들이 전문대학의 직업교육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보통 고등학교의 진학상담이 주로 일반대학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사교육 시장에서도 일반대학을 위주로 입시 컨설팅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대학이 어떤 장점이 있고 졸업 후 어디로 취업할 수 있는지, 자신의 성적에서 어떻게 입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결국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해주고 올바른 정보를 주기 위해서는 전문대교협 차원에서 입시박람회를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은 사기업에서 주관해왔다. 앞으로 전문대교협에서 주관하게 되면 대학의 비용 절감으로 보다 많은 전문대학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전국의 시·도교육청과 협조를 통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고 세계적으로 앞설 것이냐는 공론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대학의 역할도 매우 클 텐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어떤 변화든 그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전문대학은 잘돼 있다고 본다. 능력중심사회의 바탕이 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교육과정을 도입하면서 지식, 기술, 태도, 평가에 이르기까지 기초체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 또한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현장실습을 강화하는 등 산업체와 친밀한 교육체제가 몇 년간 유지돼 왔다. 이런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변화를 수용하면 발 빠르게 우리가 적응하고 효과를 거둘 수 있겠다.”

- 당초에는 전문대학과 일반대학, 폴리텍 간의 역할이 나뉘어 있어 분담하는 구조였다. 현재는 그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
“전문대학이 일반대학, 폴리텍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고도화된 전문직업교육이다. 그러나 일반대학과 폴리텍이 전문대학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하며 경계를 허물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 지원을 받는 폴리텍은 훈련 중심의 실무 기능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국책특수대학이다. 단기 직업훈련기관인 셈이다. 그런데 고용부 소관인 고용보험기금의 독자적 수혜를 받으면서 당초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미 전문대학 또는 일반대학에서 양성하고 있는 전공 분야를 개설하면서 국고 낭비 및 비효율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폴리텍 캠퍼스 신설 움직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 소관 전문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은 정원을 줄이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에서 폴리텍은 고용부 소관으로 대학구조개혁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정부가 곳간 앞문은 꼭꼭 닫아놓고 뒷문은 활짝 열어놓는 우를 범하고 있다. 폴리텍은 단기 직업훈련을 통한 기능인력 양성 임무에 매진하도록 하고 직업훈련 관련 학위과정은 전문대학에서 전담해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하다. 고등직업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같이 다뤄져야 낭비, 비효율 측면이 제거될 수 있다.”

- 곧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다양한 전문대학 교육 관련 정책 제안을 하는 걸로 안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청년취업 장기화, 공시족 증가, 고령사회 진입, 인구절벽을 비롯해 직업구조를 뿌리째 흔드는 제4차 산업혁명 등 큰 변화들이 동시다발로 몰아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직업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우선 각 부처 고등직업교육기관을 포용해 수요자 중심 교육·훈련을 효율적이고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직업교육대학’(가칭) 체제를 대안으로 마련했다. 빠른 기술진보의 주기와 100세 시대에 대비한 수요자 중심의 평생직업교육체제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국민 누구나 언제든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연한 직업교육체제가 있어야 하는데, 직업교육으로 진로를 설정하는 학생들에게 생애주기 진로와 비전 제시를 위해 중등단계와 고등단계 직업교육기관의 명확한 인력 양성 목표 재설정과 이에 따른 역할과 기능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빠른 시대 변화에 맞춘 직업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고등직업교육육성법’(가칭)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직업교육대학에는 정규과정은 물론 단기 자격과정, 학점이수과정 등을 수요자 맞춤형으로 개설해야 한다. 개인의 학력, 자격, 현장경력 및 교육훈련을 종합해 학점으로 전환·연계되는 학위수여체제, 다양한 교육 방식에 따른 평가 및 학점 부여, 이를 위한 학위 및 교원제도, 다양한 수업연한 및 학기제 등이 이 법령에 반영돼야 한다. 현재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새로운 직업교육체제를 제도화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 이것이 새로운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국가 차원의 직업교육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중앙부처에 차관보급인 ‘직업교육정책실’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직업교육정책실의 기능은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하고 분절된 직업교육 행정·재정 지원 정책의 조정, 중등 및 고등직업교육 간의 긴밀한 연계, 중장기 직업교육정책 수립, 능력중심사회 정착을 위한 제도·인식·문화 개선, 직업교육의 질 관리 그리고 재정 확보, 투자계획 수립 및 배분업무 등을 담당해야 한다.”

■이기우 회장은…
1967년 부산고를 졸업한 뒤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교육부 기획관리실장, 2004년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을 거쳐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역임했다. 1988년 안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부산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 2001년 경성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7월부터 인천재능대학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0년부터 4년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을, 2015년부터 2년간 한국전문대학법인협의회장을 맡았다. 지난해 다시 제19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대담=김석준 부회장 겸 발행인 / 정리=천주연 기자 / 사진·영상=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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