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인 4차산업혁명…직업능력이 최대 이슈

[한국대학신문 특별취재팀] "우리가 어제와 똑같이 가르친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것이다."

30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UCN 2017 프레지던트 서밋에서 김도연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의 미래 역할에 대해 교육학자 존 듀의 말을 인용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김도연 총장은 PPT 화면 첫 페이지로 검은색 화면을 띄웠다. 그는 "1970년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암울할때 어떤 학생이 답을 몰라 시험지에 연필만 끄적여 검은 종이를 제출했더니 교수가 어두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표현했다고 생각해 A학점을 준 이야기가 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현재 대학의 미래는 깜깜하다"고 말했다.

암울한 미래 전망과 이에 따른 대학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미국의 저명한 고등교육정책 전문가인 케민 캐리는 2015년 《대학의 종말(The end of college)》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인터넷으로 대학의 질 높은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무크(MOOC)에 관한 내용을 다룬 책으로, 현재와는 다른 교수법과 대학교육을 담았다.

김도연 총장은 "이 책의 국내 번역 제목이 대학의 미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 종말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던 것"이라며 "지난 2013년 칼럼을 쓸 때만 해도 기자들이 무크가 무엇인지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짐작하기 위한 단계로 과거를 먼저 살펴봤다. 김도연 총장은 "2500년 전에 공자님이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를 공부하라고 하셨다"며 "과거 산업혁명을 비교해보면 기술이 얼마나 사람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꿨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차 산업혁명 중에서 김도연 총장은 '전기'와 '자동차' 2가지 키워드로 대변되는 2차 산업혁명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김도연 총장이 제시한 1900년과 1913년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서 열린 부활절 퍼레이드 사진을 보면, 1900년만 해도 길거리는 온통 마차뿐이고 딱 한 대만 자동차였으나 불과 10년 후인 1913년에는 자동차가 길을 덮었고 딱 한대만 마차였다.

김도연 총장은 "1867년 영국에서 미래를 예측한 보고서를 보면 100년 후 모든 도로가 말똥으로 뒤덮일 것이라고 우려했다"며 "현재처럼 말이 늘어날 것만 계산한 단순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도 불과 10년 전만해도 스마트폰은 상상도 못했지만 딱 10년 만인 오늘날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며 "4차산업혁명은 미래에 온다고 하는데 이미 현재 진행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과거와 비교해봤을 때 변수가 더 많은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을 더 크고 광대하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도연 총장은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자동차 등 키워드가 딱 2가지였으나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CT, 자율자동차, 스마트팩토리 등 무궁무진하다"며 "이제 그 키워드 하나하나가 세상을 다 바꾸게 되고 우리는 그렇게 바뀌는 세상에서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미래 사회를 대비해 대학의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김도연 총장의 대답은 '직업능력화(employability)'였다. 김도연 총장은 지금 대학이 가르쳐야 할 학생들은 인간 수명의 측면에서 지금의 교육자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지난 2015년 미국 〈타임TIME〉지 표지에는 지금 태어나는 인간이 142살까지 살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으며 다가오는 2045년에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실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과거 60살까지만 일하고 은퇴해 20년 노후를 보내고 세상을 떠나는 삶의 방식이 이제는 80년을 일해야 하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 김도연 총장의 주장이었다.

그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일하는 기간도 늘어나게 될 지금 아이들에게는 어느 대학이든 학생들에게 직업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김도연 총장이 해외 선진 사례로 소개한 대학은 애리조나주립대(ASU)였다. 애리조나주립대는 3년 연속으로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 1위에 꼽힌 바 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새로운 미국 대학'이라는 슬로건을 기치로 내걸었으며 새로운 대학의 첫 번째 가치를 '직업능력'으로 설정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올드싱킹과 올드스쿨-뉴싱킹과 뉴스쿨을 구분했다. 애리조나주립대가 구분한 올드싱킹은 '평생 한 직업에서 일하는 것' 뉴싱킹은 '여러 분야를 계속 학습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애리조나주립대는 지난 10년간 69개 학과를 폐지하고 30개의 새로운 융합전공을 만들었다. 특히 사학·철학·종교학을 합친 전공과 생물학·사회학·지질학·인류학을 합친 전공 등은 과감한 시도라고 사례를 들었다.

김도연 총장은 "국내 대학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토끼는 앞서서 뛰고 있는데 거북이가 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ICT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교수법을 연구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애리조나주립대학은 무크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1학년 대상 12개 과목을 개설했다. 현재 10만명의 학생이 등록해있다.

MIT공대의 경우 대학 미래를 위한 위원회 태스크포스 3개를 구성했는데 △실험실습 및 교수학습 △재정팀과 더불어 무크가 하나의 태스크포스에 포함돼 있었다. 그만큼 무크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대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무크뿐만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교수의 짐을 덜어주고 보다 혁신적인 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도연 총장은 "AI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AI를 활용해 학생들을 상담하고 교수의 역할을 배분해 교수의 짐을 덜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도연 총장은 "MIT공대가 5년마다 미래 계획을 세워 발표하는 파이널 리포트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이 '과감한 실험을 하라'였다"며 "현재 우리 사고로는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김도연 총장은 "미국 및 유럽에서 선두를 달리는 대학들이 있다. 우리보다 자금도 많고 좋은 학생도 데려가는 곳들"이라며 "지금 이 상태로라면 우리 학생들을 다 외국에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끝으로 "선배·동료 총장들 앞에서 대학의 이야기를 하려니 굉장히 부담이지만 함께 지혜를 찾기 위해 오늘 발제를 맡았다"며 "대학의 역사를 바꿀 정도의 엉뚱한 일, 혁신적인 일들을 과감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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