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미대, 인원 몰려 기존 학생들 불만
학교 “분반 운영하기 때문에 문제없다”

[한국대학신문 황성원 기자] #홍익대 미대에 재학 중인 최누리(가명)씨는 수강신청이 두렵다. 이번 학기에 들어야 할 전공과목을 듣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업 정원은 한정돼있지만, 자율전공 인원들이 학과로 몰리면서 수강을 원하는 인원이 너무 많아진 탓이다. 이번 학기에 그 수업을 듣지 못하면 다음 학기까지 밀릴 수 있어 휴학까지 생각 중이다. 등록금 내고 학교 다니는데 원하는 수업을 듣지 못한다는 사실에 억울하기까지 하다.

▲ (한국대학신문DB)

홍익대 내에서 미대로 진학하려는 자율전공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기존 학과 학생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율전공으로 미술대학 진입이 쉬워진 만큼 특정 학과로 학생들이 몰려 기존 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분반을 통해 합리적 운영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익대는 학생이 충분히 적성을 고민해보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학과진입 제한을 없앤 ‘캠퍼스자율전공’과 미대 내에서도 학과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미술자율전공’을 운영 중이다. 이 대학은 2016년 서울캠퍼스 기준, 전체 모집인원 2506명 가운데 22.1%에 해당하는 556명을 자율전공으로 뽑았다. 2017년에는 전체 모집인원 1790명 가운데 39.1%에 달하는 700명을 자율전공으로 뽑았다. 전체의 40%에 달하는 학생에게 미대 진학기회를 열어준 셈이다.

학생들은 미대로 진입할 수 있는 자율전공학부가 중복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학 미대에 재학 중인 A씨는 “왜 제도를 중복으로 운영하는지 모르겠다”며 “전공 수업 정원은 정해져 있는데 학생 과포화로 수강신청을 못 하는 인원이 생겨 휴학을 선택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학 자율전공학부의 한 학생도 “자율전공 다수 인원이 특정 과에 쏠려 수강신청 경쟁률이 높아지는 바람에 해당 전공으로 입학한 학생이 수업을 못 듣는 경우를 봤다”고 증언했다.

학교 측은 미대 정원이 다른 곳보다 많고 학교가 미술에 특화된 점 때문에 따로 자율전공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학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미술자율전공은 고등학교에서 인문·자연계열로 공부하다 대학에서는 미술을 해보고 싶어 하는 학생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자율전공이라고 하더라도 미술 활동보고서 제출 등 미대 입시와 같게 진행한다”며 캠퍼스자율전공과 중복된 제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학정보공시사이트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이 대학의 예·체능계열 전임교원 확보율은 재학생 기준 62.8%다. 인문·사회계열 확보율이 77.6%인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미대 학부는 재학생 2520명에 전임·비전임교원 339명으로 교원 1명당 7.4명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 2015년 미대 학부 재학생 2491명에 전임·비전임교원이 414명으로 교원 1명당 6명의 학생을 담당했던 것에 비하면 1년 차이로 교원 수가 75명 정도 줄었다.

학생들은 시설과 강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학사지원팀 관계자는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강좌 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수강신청 비율에 따라 강좌 분반을 결정한다”며 “20명 정원인 미술 실기실에 30명이 수강신청을 하면 분반을 해서 수업을 운영한다. 학교로선 교육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학은 수강신청 사전선택 기간을 따로 정해놓고 수요가 많은 과목은 미리 분반을 검토하고 있다. 이어 자율전공 학생이 특정 과에 진학해 기존 학생들이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 대학 익명게시판에는 “자율전공 학생들도 좁은 강의실과 높아진 경쟁률로 수강신청을 해야 하는 처지는 똑같다”며 자율전공에 대한 시선을 바꿔주길 바라는 글이 올라왔고, 이에 한 학생은 “특정 과에 진입 인원이 늘어나며 생기는 불만은 자율전공 학생들을 향한 게 아니라 학생 수는 늘리면서 시설과 강의는 확충하지 않는 학교 행정에 대한 불만”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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