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천주연 기자] “전문대학 학생이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그들을 2류로 보는 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전문대학 간호학과의 경우 일반대학과 똑같은 4년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해 간호사 자격증을 획득한다. 이후 병원에 취업해 동일한 직무를 수행한다. 그럼에도 이런 시선은 예외 없이 적용된다. 심지어 전문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급여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 전문대학 교수의 한탄이다. 소위 SKY로 대변되는 ‘일류대학’을 고집하고, ‘인서울’ 대학이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벌중심 사고체계가 아직도 얼마나 건재한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조기 대선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대학가에서는 지난 20일 ‘고등직업교육 정책 대토론회’를 열었다. 그보다 앞선 13일에는 한국고등직업교육혁신운동본부 2기를 10여 년 만에 재출범시켰다. 보직교수들로 구성된 혁신운동본부는 전문대학 현안, 교육 개혁 등 정책과제 연구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그만큼 전문대학가는 차기 정부의 교육정책에 고등직업교육 현안을 담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학제개편’이 있다. 고등교육체제를 연구중심학위인 일반대학과 직업교육중심학위인 직업교육대학으로 이원화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제는 전문대학을 일반대학의 하위 교육체계로 보는 현재 서열화된 단일학위체계에서 좀 벗어나보자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직업의 빠른 생성과 소멸, 학령인구 감소, 일반대학의 전문대학화로 인한 기능 혼재 등은 전문대학의 미래를 그리 밝지 않게 한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전문대학은 ‘학제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반대학과 동등한 지위에 오르면서도 기능 구분을 명확히 함으로써 실용학문 중심의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서 살아남겠다는 일종의 출구전략이다.

‘학제개편’만 하면 전문대학의 앞길은 장밋빛일까. 사실 이전에도 ‘학벌중심사회’를 타파하기 위한 시도는 있었다. 특히 박근혜정부는 ‘능력중심사회’를 표방하며 이를 견인할 정책을 수행해왔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국가역량체계(KQF)의 도입이 대표적이다.

지난 3년간 정책이 추진된 결과는 어떤가. 능력중심사회가 됐는가. 전국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을 NCS 기반 교육과정으로 바꿔놓았을 뿐이다.

또 다른 전문대학 교수는 “정부가 상대적으로 컨트롤하기 쉬운 대학만 실컷 바꿔놓고 기업은 손도 못댄 게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학제개편’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학만 변해서는 앞선 NCS의 사례가 반복될 뿐이다. 기업, 더 나아가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전문대학가에서 주장하고 있는 이원화된 고등교육체제로 개편된다 하더라도 ‘일반대학 출신’과 ‘직업교육대학 출신’으로의 구분짓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진정으로 ‘학벌중심사회를 타파하고 능력중심사회로의 변화’를 꿈꾼다면 대학 현장의 변화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변화도 함께 가져올 수 있는 연계방안이 반드시 모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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