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 뒤 8개월 전문대학 관련 법안 발의 '0건'

[한국대학신문 이재·천주연 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510만개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에도 불구하고 고등직업교육의 최전선인 전문대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특히 벚꽃대선이 현실화되면서 예비 대선주자들이 각종 교육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 차원의 법령정비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 뒤 약 8개월이 지났지만 전문대학을 직접 다루는 법안은 전혀 발의되지 않았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물론이고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전문대학이나 직업교육은 논의 테이블을 비켜나 있었다.

앞선 18대, 19대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19대 당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산촉법)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법이 몇 차례 개정됐지만 새로운 법을 신설하진 못했다. 쟁점이 됐던 전문대학 수업연한 다양화 법안도 결국 폐기됐다.

이 때문에 전문대학가에선 국회 차원의 관심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이정표 한양여대 기획처장은 20일 '고등직업교육 정책 대토론회'에 참여해 전문대학에 대한 관계법령 지원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해보면 전문대학에 대한 열악한 지원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전체 대학입학자 가운데 35%의 학생들이 전문대학을 선택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교육행정 조직상 전체 직원 578명 중 전문대학을 다루는 곳은 13명으로 구성된 전문대학정책과 1곳에 불과하다. 대학장학과 등을 포함하면 2~3개 유관부서가 있긴 하지만 이들 부서는 일반대 역시 적용대상이라 직접 비교는 힘들다.

20일 정책 대토론회를 주관한 한국고등직업교육혁신운동본부 측은 “지금까지 거론되는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속에 전문대학은 없다. 물론 직업교육에 대한 전망도 들어가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회 관계자들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우선 대학교육이 초중등교육에 비해 규모가 작은데다 전문대학은 그 가운데서도 일부에 불과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굴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수업연한 다양화 등 일부 법안 등은 대학 간 입장 차이가 크다보니 조율이 힘들어 다룰 수 없었던 사정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토론회에서 고등직업교육 전문가들은 직업교육대학 육성과 고등직업교육육성법 제정을 촉구했다. 고등직업교육육성법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에 분산돼 운영되는 고등직업교육을 통합 육성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다. 일종의 직업교육기본법의 성격을 띤다.

특히 고등직업교육 관련성이 낮은 산하기관이 고등직업교육 정책을 시행하고 기관평가, 교육과정인증, 교육성과 질 관리 등을 진행하는 것을 통합해 관리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대학가의 입장이다.

최종적으로는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일반대와 동등한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해선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수험생에게도 선택권을 줘야 한다. 현재 전문대학은 사실상 일반대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가는 2등 대학의 위상에 머물고 있어 직업교육을 받고 싶은 우수학생의 선택을 오히려 제한하는 상태다. 우수한 학생도 전문대학에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고등직업교육의 개념과 위상을 높이는 데 국회가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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