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오 (본지 논설위원/ 선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국제교류처장))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란 말이 오래전부터 통용돼왔다. 가난할수록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일수록 더욱 부자가 됨을 의미한다. 가난했던 집안이 부자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가난은 대물림하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배부른 시대에서 가난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흉년으로 먹을 것이 귀해지면 가난한 집안에는 매우 큰 어려움이 다가온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가족계획 표어가 대한민국의 인구정책을 대표했고 대학에서도 학생모집을 걱정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표어가 말하듯이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에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저출산을 해결하겠다고 쏟아 부은 돈이 80조원에 이르지만 효과는 별로 높지 않았고 이는 사회 곳곳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대학가에도 예고된 학생흉년이 다가오고 있다.

학생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해외 유학생 유치이다. 유학생 수는 2003년도 1만2324명에서 2011년도 8만9842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소폭 하락하다가 다시 2015년과 2016년에는 증가세로 돌아서서 2016년 4월 기준으로 국내의 유학생 수는 10만4262명을 기록했다. 이런 증가세라면 한국학생의 부족분을 채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유학생 분포에 대한 왜곡된 현상이 발견된다. 2014년 유학생 수 통계를 보면 1위부터 11위까지가 전부 서울 대형 대학들이고 20위까지를 보더라도 지방 사립대 2곳을 제외하고는 서울 소재 대학 또는 대형 국립대임을 알 수 있다. 1위부터 20위까지의 유학생 총수는 4만4447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49%가 이 대학들에서 공부하고 있다. 2016년에도 1위부터 13위까지가 서울 소재 대학이고 20위권 내에 재학하고 있는 유학생도 5만313명으로 여전히 절반가량이 된다. 2년제 및 4년대 대학 전체 수는 370여 개가 되는데 이 정도면 빈익빈 부익부에 따른 불평등 현상이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지방에 있는 국립대의 위상이나 선호도는 서울 사립대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었으나 최근은 ‘인서울’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한국 학생들 가운데서도 서울 내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열기가 뜨겁다.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도 대부분 대도시 위주로 가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서울 소재 대학으로 많은 유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국립대의 선호도가 매우 높고 등록금 역시 사립대에 비해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대형 국립대 역시 유학생이 선호하는 대학이다.

2016년 지방 사립대에서 1000명 이상의 유학생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은 4곳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노력을 하더라도 지방 사립대로서 유학생을 유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 학생 감소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대학 역시 지방 사립대이다. 서울 소재 대형대학 및 대형 국립대에 유학생 정원 제한이나 등록금에 대한 제한이 없다면 이 쏠림 현상은 유학생 분포에 있어서 향후 몇 년간 더욱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아무대학이나 유학생을 받아들여 교육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교육부에서는 ‘유학생유치관리역량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인증을 받은 대학들은 유학생을 교육하는 데 문제가 없는 대학임을 의미한다. 인구절벽 특히 대학입학자원의 고갈시대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한국학생을 포함함 유학생 수에 대한 빈익빈 부익부 추세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부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이 다방면에 이루어지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대학은 유학생 수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넘어서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