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간 협력’하면 재정지원 … 교육부 “2018년 중장기 지원”

중소국립대 반발로 무산됐던 ‘국립대 발전방안’ 유사성 지적

교육부 “연합대학 강요 아냐…상향식 재정지원 할 것” 강조

▲ 13일 충북대에서 열린 포인트 사업 공청회에서 박대림 교육부 대학정책과장(오른쪽 두 번째)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손현경 기자)

[한국대학신문 손현경·이재기자] 교육부가 지난해 중소국립대의 반발로 추진이 무산됐던 국립대 발전방안과 유사한 사업모델을 올해 국립대 혁신지원(PoINT·포인트)사업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대들은 교육부의 포인트사업 공고가 3월경 이뤄질 것으로 보고 미리 연합체제 구축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 돌입했다. 교육부는 돈을 빌미로 국립대 연합대학 구축 방안을 포기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1000억원을 투입해 추진됐던 국립대 발전방안과는 명백히 다른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13일 충북대에서 국립대를 대상으로 국립대 연합대학 구축 모델을 신규 유형으로 포함한 포인트사업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교육부는 올해 포인트사업 예산 210억원을 혁신 유형Ⅰ과 유형Ⅱ로 나눠 각각 195억과 10억원을 지원한다.

유형Ⅰ은 기존 포인트사업과 유사하다. 서울대와 인천대 등 법인화된 국립대를 제외한 39개 전국 국립대를 각자 상황에 맞게 4개 패널(거점 일반대·지역중심 일반대·특수목적대·교원양성대)로 나누고 패널 가운데 3~5개교 내외를 선정해 지원한다. 지원예산의 절반(50%)은 지원대학의 평가 순위와 재학생 수, 학교 특성을 고려해 배분하고, 나머지 절반은 패널에 관계 없이 모델 내용 구축 예산과 프로그램 규모에 따라 지원한다. 모델은 △기초·보호학문 육성 △캠퍼스 내실화 △지역연계 활성화 △특수목적 분야 인재양성 교육혁신 △우수교원 양성 등이다.

유형Ⅱ는 지난해 추진이 무산된 국립대 발전방안 중 연합대학 구축과 유사하다. 유형Ⅱ는 대학 간 협업을 요구하는 혁신유형이다. 교육부는 “대학 특성과 여건, 지역사회 기여 등을 고려해 상향식으로 과제를 자유롭게 발굴해 추진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2유형은 참여대학 간 의견교류 및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구체화를 위해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컨소시엄내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해외대학과의 컨소시엄을 인정할 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달 중 사업공고 후 3월과 4월 초, 7월 초 등 총 3회에 걸쳐 수시 접수하는 것도 특징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수시접수에 대해 “대학 간 헙업에 따라 준비하는 기간이 각각 다르고 컨소시엄의 구체화를 위해 수시접수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형Ⅱ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학간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으면 사업에 지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평가지표도 컨소시엄 참여대학 간 협업 준비도 등 적극성을 평가한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2018년부터 이들 대학에 대해 새롭게 협업 계획을 구체화해 중장기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부분도 향후 연합대학 체제 구축 뒤 추가적인 재정지원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교육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연합체제 유형은 포인트사업 2유형 혁신지원에 포함된 것으로 대학들의 자체적인 협력 모델을 교육부가 재정지원한다는 것”이라며 “지난해 논의됐던 연합대학 구축과는 무관하고, 최근 일부 국립대가 연합대학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대학들의 자체적인 방안에 따른 것으로 교육부가 이를 지시하거나 유도한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교육부가 지난해 중단된 국립대 연합대학 모델을 포인트사업에 포함해 추진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가의 반발로 새 사업 도입이 무산되자 기존 사업유형에 연합대학 모델을 꼼수로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부는 이미 예산심사 당시 포인트사업에 기존 제도혁신과 다른 자율혁신유형을 추가하고 이 아래에 국립대 컨소시엄 구성 지원방안을 마련해놨다”며 “지난해 중단됐던 국립대 발전방안의 연합대학 구축의 외피는 버리되 내용과 기조는 이어간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고 분석했다.

실제 강원대와 충남대, 경북대, 전북대 등은 각각 강릉원주대, 공주교대, 대구교대, 전주교대 등 인근 소규모 국립대와 연합체제 구축을 위한 심포지엄 구성이나 양해각서 체결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대 연합대학은 앞서 지난해 교육부가 추진한 국립대 발전방안의 핵심이다. 41개 국립대를 각 권역별로 재편하고 일부 국립대와 다른 국립대를 기능과 인적·물적 자원을 통합 또는 연계시켜 권역별 국립대 체제를 구성한다는 내용이다. 일각에선 권역별로 국립대 자원을 독점한 대학을 법인화시키는 법인화 전초단계의 성격이 짙다는 비판도 했다.

이 방안이 발표되자 중소국립대들은 거대 국립대에 흡수 통합될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국립대 연합대학 구상이 국립대의 교육 질 제고보다 국립대 구조조정의 측면이 더 강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올해 포인트 사업에도 대학구성원참여제(총장직선제 개선)를 유지하는 대학에 정책 유도지표로 연계해 가산점을 부여한다. 다만 국회의 요구대로 원래 가산점 5점에서 3점으로 줄었다. 교육부 박대림 과장은 “가산점 부분은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이다. 내년이나 후년에는 축소할지 폐지할지 의논할 것”이라며 “당장 폐지하지 않는 부분은 정책 신뢰의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되기 때문에 단계적 폐지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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