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아닌 다각적 판단 위해 전문 입학사정관 필요"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6년간 장애인 친구를 도와준 학생이 성적에 비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한양대는 2017학년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일반에서 김예환·최혜민 학생을 선발했다. 김예환 학생은 중학생때부터 6년간 뇌병변 장애가 있는 친구를 헌신적으로 도왔으며 외부활동이 있을 경우 엘리베이터와 언덕 높낮이 등을 미리 확인하기 위해 답사도 다녔다. 최혜민 학생은 예산군 청소년 운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가로등 부족 문제를 제기하고 네팔 지진 구호 성금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두 학생의 합격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성적상으로 한양대에 입학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양대는 전국의 4년제 대학 중 유일하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과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이번 선발이 수능과 내신 성적 위주의 '줄세우기'식의 학생 선발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도입된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최승후 정책국장은 "이번 사례는 학생부종합전형 취지에 맞게 뽑아 칭찬할만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가 앞으로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겸훈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대학이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인재상이 확실하다면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이 꼭 성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직 이러한 사례가 대학가 전체로 확대될지는 미지수다. 객관화된 점수가 아닌 학생의 고교활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재정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부터 받은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 대학 입학사정관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3151명의 입학사정관 중 입학사정관 업무만 담당하는 전임사정관은 656명이었다. 이 중 교수나 기존 다른 업무를 하던 인력이 아닌 순수 채용으로 선발된 전임사정관은 538명이었으며 91명만이 정규직이었고 나머지는 무기계약이나 비정규직이었다.

오성근 한양대 입학처장은 "현재 대학들의 여건상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올해 2명의 정규직 입학사정관을 추가 채용한 바 있다.

이미경 서울여대 특임교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전문가적 소양을 갖춘 입학사정관이 필요한데 이는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며 "입학사정관의 신분 안정화가 이뤄지고 전문성이 향상되면 공정성 시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례가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인성만 관리하면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점수 채우기에 연연한 봉사활동이나 입시만을 위한 봉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인성으로 대학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인성이 도구화될 수 있다"며 "입시에서 무기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오성근 입학처장은 "인성, 적성, 잠재력 세 가지로 점수를 부여하는데 김예환 학생의 경우 인성에서 많은 점수를 받은 것"이라며 "인성만으로 뽑았다기 보다는 한양대 설립 이념과 인재상, 전공 분야에서 수업을 이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본적으로 파악했으며 전공분야에 대한 열정과 발전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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